SamSuka
까만늑대
까만늑대

fanbox


던파 - 노블스카이

미스 엔트라.

엔트라란 이름은 중요했다. 7인의 마이스터 중 한 명의 후손이 세운 가문이 바로 엔트라였으니 말이다. 황녀가 납치된 뒤로 몰락을 겪었다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거대한 가문이 바로 엔트라였고, '노블 스카이'에 엔트라의 여식이 있었다.

못마땅한 표정의 백색 장발의 여인, 바로 이 여인이 엔트라 가문의 여식이었다. 은빛이 살짝 감도는 머리칼과 깔끔한 푸른색의 눈동자, 그리고 고압적인 표정은 가문의 이름에 걸맞은 아름다움과 거만함이라 느껴졌다. 

거기에 의상은 하얀색과 푸른색이 조화를 이루었는데, 머리색과 눈색에 맞췄다 생각되었다. 어깨에 걸친 외투하며, 간단하게 설명하여서 그렇지 곳곳에 금색 장식과 금빛 수실…… 하얀 면장갑…… 옷 소재 자체도 고급스러웠다. 허나 그녀의 복장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왠지 모를 이질감…… 그건 전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속옷이라 느껴질 정도로 짧은 반바지는 활동성 때문에 그렇다쳐도, 옷에 덕지덕지 붙은 장신구하며, 눈에 띄는 차림새는 자칫 잘못하단 적에게 우선 순위로 노려질만한 차림새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걸 지적하지 못했다. 

바로 엔트라 가문의 장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끄럽게 투덜거려도, 사기가 꺾이는 소리를 해도 누구도 쉽게 쓴소리를 하지 못했다. 가문에서 쫓겨나다시피 이곳에 온 것이라 해도 말이다.


"대체 내가 왜 이런 곳에서……"


미스 엔트라란 비아냥 거리는 별명을 가지게 된 여인, 카텐은 중얼거리며 상자를 보급 창고에 던지다시피 놔버렸다. 그 모습에 몇 병사들이 발끈하였지만 별말 못하고 노려보기만 했다. 

카텐은 그 시선을 느끼고 혀를 쯧 차곤 질색하는 얼굴로 자리를 피했다. 카텐은 쉴 새 없이 자신의 상황을 되짚어보았다. 전장이 비효율의 극치임을 알아채고 몇 번 조율을 하였더니 다짜고짜 이곳에 보내버렸다. 고작 이런 것에 감탄하는 것도 같잖았지만, 여기에 와서 한다는 것이 보급품 운반이란 것이 훨씬 거슬렸다.

왜? 머리로 쓰려고 데려왔으면 용도에 맞게 써야하는 것 아닌가? 카텐은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을 아니꼽게 보는 저들을 전장으로 내몰아 효율적으로 다룰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메카닉 기술이라면 후방 지원도 든든히 할 수 있을텐데! 

카텐은 숨을 탁 내뱉다가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이를 보았다. 체스말 중 하나가 될 지도 모르는 보급지원 3대대. 지금 카텐이 옮기는 상자를 가지고 온 부대였다. 그리고 방금 본 이가 이들을 지휘하고 있는 모스카 대령. 

카텐은 자신이 업적을 세웠더라면 저 위치는 가뿐히 넘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기회가 온다면 당장 실적을 올려 자신을 증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금방 왔다. 그러나 카텐이 생각하는 그런 활약을 벌일 수는 없었다.

해상열차로 보급품 운반. 고작 물건이나 옮기는 잡일에 투입된 카텐은 속으로 상관을 욕하며 부하들을 살폈다. 그들은 노블 스카이에 오르기 이전, 파워스테이션에서 안톤의 부하들과 싸운 경험이 있는 병사들이었다. 경력으로 치면 카텐보다 한 수, 아니 세 수는 위였다. 그러나 카텐의 눈엔 그런 건 보이지도 않았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못마땅한 얼굴로 열차 한 구석에서 총기를 손질하는 병사들을 볼 뿐이었다.


"이것도 나름 중요한 일입니다."


그의 한 마디에 카텐의 표정이 대번 일그러졌다. 안그래도 뾰족하게 오른 눈꼬리 때문에 인상이 좋지 않았건만, 그 표정 변화로 병사 역시 불쾌해졌다.


"그럼 나 말고 다른 놈에게 이 중요한 일을 시키면 될 일이지. 한가해보이는 놈들도 많아보이던데 말이야."

"그건……"


콰앙!

폭발 소리에 병사들은 전부 총을 챙겨들었고, 카텐은 어리벙벙한 얼굴로 휘청였다.


"진원지는 어디지?"

"3칸 앞인 거 같아. 폭발 규모로 보아 대포는 아닌 거 같은데……"


병사들은 서로 능숙하고 기민하게 전투를 준비했지만, 카텐만은 굼떴다. 후방에서 전투가 벌어질 거란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사실 그녀에게 있어서 전투란 머릿속에서만 벌이던 가상의 게임인 것도 이유였다. 

그래도 병사 진열의 문제점을 몇 번 본 것만으로도 알아챌만큼 머리가 좋았던 카텐이었기에, 금세 안정을 되찾고 G시리즈를 조립하며 병사들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마주한 건……

타르탄!

안톤의 몸에서 살아가는 종족들이었다. 병사들도 제법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총탄을 뿌렸고, 타르탄 전사와 궁수는 검과 활로 그들을 공격했다. 그리고 카텐은 해적정도로나 생각했던 적이, 말로만 들었던 타르탄 종족인 걸 보고 당황하였다. G시리즈를 조립하는 도중에 이런 돌발상황을 겪으니 손이 꼬여버렸다.


"위험합니다!"


화살을 겨누고 있음에도 카텐은 멍청한 얼굴로 들고있는 미완성 G와 타르탄 궁수의 화살촉을 번갈아보았다. 그리고 계속 몸을 피하지 않는 카텐을 보며, 한 병사가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날렸다.

푹!


"끄아아악!"


카텐을 덮친 병사는 팔뚝에 뜨겁게 타오르는 화살을 맞았다. 카텐은 귀가 따갑게 질러대는 비명과 코를 찌르는 살타는 냄새, 그리고 전장의 분위기에 압박되어있었다. 자길 깔고있는 병사가 목숨을 구해준 것도 모르고, 카텐이 역정을 내며 그를 옆으로 밀쳤다.


"뭐, 뭐야 이게……!"


당황하는 그녀의 앞으로 타르탄 전사 하나가 다가왔다. 타르탄의 검이 번쩍 들려서, 카텐을 향해 내리쳐졌다. 코앞에서 스쳐지나간 검풍이, 카텐의 오감을 일깨웠다.


"꺄아아악!"


카텐이 비명을 지르며, 엉덩이를 끌고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 타르탄은 몇 발 더 다가와 검을 높이 쳐들었고, 카텐은 머릿속에서 엉켜버린 기계 설계와 전략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탕!

총알이 타르탄의 검을 쳐냈다. 검은 무기력하게 카텐의 옆에 떨어졌고, 카텐은 기겁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카텐이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사이, 병사들은 타르탄들을 전부 쫓아냈고, 화살에 고통스러워하는 병사는 나몰라라하며 공포에 잡아먹힌 카텐을 볼 수 있었다.









카텐은 후방 보급에서 제대로 망신을 당한 뒤로, 입지가 더 좁아졌다. 아니…… 없느니만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병사들조차 경멸 가득한 시선으로 보았고, 모험가나 지휘관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태어나면서 이곳에 오기 전까지 그런 눈빛을 받아본 적 없는 카텐으로썬 극심한 모욕이었다. 하지만 뭐라 항변할 수도 없었다. 실패한 건 자신이고, 꼴불견이었던 것도 자신이다.

카텐이 입술을 잘근 씹으며 모멸감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괜찮으세요?"


해상열차에서 처음 말을 걸어주고, 자신을 대신해서 화살을 맞아주었던 병사…… 그 모습을 보았을 때 카텐의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팔에 붕대를 하고 바보같이 웃는 꼴이라니……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고, 이 와중에도 먼저 말을 걸어주는 그 모습에 카텐의 마음이 괜히 떨렸다.


"알게 뭐야."


퉁명스러운 말. 누가 들어도 기분나빠할법 했지만 병사는 어색하게라도 웃고 있었다.


"원래 다 그래요. 처음엔 다 당황하고……"

"뭐……?"

"막상 전장을 경험하니 생각한 거랑 달라서 놀라셨던거죠? 피가 안튀어도 막 손이 떨리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니까……"


순간 카텐은 그 진심어린 조언을 왜곡하여 받아들였다. 아니, 제대로 이해는 하였지만 머리가, 입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닥쳐! 너 같은 체스말이 뭘 안다고 떠들어!"


그 외침은 주변 병사들에게까지 들렸다. 병사를 다루는 지휘관으로썬 최악의 말이었고, 그 모든 걸 떠나 전장에서 해선 안될 말이기도 했다. 그녀와 대화를 하던 병사가 머쓱한 얼굴로 돌아섰고, 주변에서 카텐의 외침을 들은 병사들의 눈에 불똥이 터졌다.

순간 그들의 시선과 위압감을 버티지 못한 카텐이 어깨를 움츠리며 재빨리 그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녀가 했던 소리는 여전히 병사들의 귓가에서 울렸고, 이 사실은 파다하게 퍼져나갔다.









괜한 미안함. 분명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카텐은 전장의 미숙함으로 당황했을 뿐이고, 그 병사는 스스로 나서서 카텐을 구했다. 다만 카텐의 대처가 잘못 되었을 뿐이다. 거기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반이라도 갔을텐데…… 물론 이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었다. 다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뿐이다.

……은인. 그녀가 가문에 있을 때라면 구하지 못하면 잘못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닌데 병사는 카텐을 구해주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카텐이 이 깊은 밤 중에 붕대와 소독약, 약간의 먹을거리를 종이봉투에 넣어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과……. 죽도록 싫지만 이것을 전해주고……

카텐이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곳에 가서 뭘 해야할지 생각했다.

뻑-

그리고 그 생각은 잠깐 끊어져버렸다.


"으……?"


카텐에겐 아주 짧은 시간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찌뿌둥한 허리와 팔다리가 제법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었다. 

몸이 불편해서 살짝 움직여보니, 두 손이 등 뒤로 묶여져 있었다. 왠지 목도 따갑고…… 뒤통수도 얼얼했다.


"어이."


툭툭, 가벼운 두드림이 발치에서 느껴졌다. 뒤늦게 귀가 제 기능을 시작했고, 주변의 웅성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순간 소름이 끼친 카텐이 고갤 번쩍 드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노블 스카이에서 보았던 병사, 파워스테이션에서 보았던 병사…… 어찌 됐든 그들은 전부 말단이거나 아니면 전투에 임하는 병사들이었다. 그들의 살벌한 눈빛은 카텐을 당장이라도 찢어발길듯 했고, 그 기세에 눌린 카텐은 이를 악물었다. 무섭다. 하지만 여기서 기죽은 모습을 보인다면……


"뭐야. 내가 누군지 알고……"

"방금 들었냐."


카텐의 말에 그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오히려 태연한 그들의 모습에 카텐의 불안함은 커져갔다.


"누군지 자알 알지. 그 유명한 엔트라 가문의 장녀, 차세대 마이스터가 되실 메카닉 기술자 아니야."


그의 태도는 분명 이상했다. 그가 언급한 것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을만큼 이름 값이 컸는데, 마치 옆집 개 이름을 들은 것 마냥……

짝!

순간 카텐의 고개가 옆으로 홱 꺾였다. 빨갛게 부어오른 볼과 입속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맛에 카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뺨을…… 맞다니……?


"말 한 번 이쁘게 하시대 아가씨. 체스말? 우리를 고작 한 번 쓰고 버릴 그런 말로 봤단 거지?"

"가문에서 예의란 걸 배우지도 못한 건가?"

"그럴 시간이 어딨었겠어? 거의 쫓겨나다시피 나온 년인데."


그들의 폭언과 뺨의 통증에 카텐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거기다 들려오는 말들은 카텐을 공황으로 밀어넣기 충분했다.


'쫓겨나? 내가?'


생각해보면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는지도 몰랐다. 

엔트라 가문은 엘리트다. 그리고 카텐 역시 그곳에서 태어나 자란만큼 상당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중 소화한 건 극히 일부. 그나마 받아들인 것에 성과를 거두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아주 무시를 당했을 것이다. 노블 스카이에 넘겨진 것도 자신의 쓸모를 보이기 위함이다. 말하지 않았지만 만일 입증하지 못한다면……

안톤, 어쩌면 그에게 닿기도 전에 타르탄들에게 죽었을 것이다. 


"이년 봐라. 크흐흐……"


앞에서 얘기하던 병사가 카텐의 머리칼을 쥐어챘다. 고개가 꺾여 허연 목선이 드러났고, 거기에 주삿바늘이 파고들었다.


"헛?!"


카텐이 놀라 반항하기도 전에 약물은 주입되었고, 병사들은 자기들끼리 낄낄 웃었다. 


"자, 내기 시작해볼까? 난 저년이 약물에 굴복하고 개처럼 긴다에 5,000골드."

"그걸로 입에 풀칠이나 하겠어? 난 1만."

"난 계속 반항한다에 1만 걸지."


갑자기 판이 열리며 저들끼리 내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는 동안 카텐은 주사를 맞은 목부분을 부여잡으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억…… 커헉……"


마치 뭔가 뜨거운게 목에 걸린 것처럼 갑갑했다. 기침을 해도 시원해지지 않았고, 간질거리는 괴로움이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카텐이 바들거리며 발작을 하고 있을 때, 병사 하나가 그녀의 팔목을 낚아챘다. 카텐은 괴로운 와중에도 그 접촉에 놀라 뿌리치려고 손목에 힘을 주었다가…… 병사와 눈을 마주쳤다. 

방금 뺨을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만일 여기서 반항한다면 무슨 짓을 당할까. 죽도록 맞지 않을까?

불안과 자존심의 갈등, 결국……


"오호, 힘을 빼네."

"한 번 더 반항하면 오줌 지릴 때까지 맞는단 걸 알았나보지."


섬뜩한 그 말에, 손목을 잡은 병사가 얼굴을 콱 잡아채도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었다. 마치 물건을 감상하듯, 카텐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인상이 날카롭다해도 타고난 미모는 지워지지 않았다. 붉어진 얼굴로 노려보는 그 모습이 오히려 귀엽다고 해야할까. 병사는 히죽 웃으며 코앞에 얼굴을 디밀며 말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아?"


카텐은 이미 굴복하였음에도 무의미하게 으르렁거렸다. 병사는 그걸 굳이 지적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널 실험체로 쓰는 거야. 방금 투여한 약물을 선두로 이런저런 약을 쓰는 거지."

"뭐……?"

"모르모트."


병사가 히죽거리며 허리춤의 벨트를 잡아당겼다. 그리곤 다른 병사들에게 턱짓을 하였다. 


"거 귀족 나으리는 우리랑 얼마나 다른지 봅시다."

"살에 꿀이라도 발라놨나."


두 병사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카텐의 상의는 힘없이 벗겨졌다. 하얀 나시, 그 밑에 비치는 작은 리본이 달린 분홍빛 브래지어. 얼굴도 예쁘고 피부도 하얀 그녀의 몸에 이런 차림이 되니, 제법 색기가 있었다. 거기다 옷을 벗기자 은은하게 풍겨오는 체향…… 자기들이 말해놓고도, 역시 귀족의 속살은 달라도 다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한편 부츠까지 벗겨졌을 땐, 카텐은 반라가 되었음을 자각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몰려오는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메카닉 기술에 어느 정도 체력이 필요하다지만 단련된 병사들을 이길 수 없었다. 두 손목과 어깨를 붙들려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내게 되었다. 


'이런 놈들에게……!'


허벅지나 팔뚝을 조물거리는 그들을, 카텐은 억울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 표독스러운 눈은 가학을 부를 뿐이었다. 양쪽 볼을 꽉 누른 병사 하나가 조소를 보였다. 마치 쓰레기를 보는 듯한…… 그런 내리까는 시선으로!


"이년 봐. 지가 지금 무슨 처지인지도 모르나봐."

"눈빛 봐라. 아주 그냥 죽일 기세네 죽일 기세야. 그 기세로 싸웠으면 이런 일도 없었지."


흰 나시티는 가뿐히 찢어졌다. 이제 그녀의 몸에 남은 옷이라곤 브래지어와 반바지 뿐이었다. 

지금 그들이 뭘 하려는진 알고있다. 다만 아직까지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억울했다.


"크후후…… 자, 귀족의 젖가슴 공개."


그 음흉한 말과 함께 브래지어는 가볍게 흘러내렸다. 손때 하나 묻지 않은 투명한 살결, 어떻게 지금껏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의아해지는 풍족한 유방. 그 흔들림과 동시에 파르르 떨리는 듯한 짙은 분홍빛의 유두가 선명하게 보였다. 

감탄했다. 병사들은 예쁘다 못해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건드릴 엄두조차 나지 않는 그 보석같은 형태에, 누군가 용기를 냈다.

병사 하나가 어깨를 움츠리며 떨고있는 카텐에게 손을 뻗었다. 물론 발버둥을 쳤지만 다른 병사들이 붙들고 있었기 때문에 방어는 할 수 없었다. 

턱-

병사는 상상 이상의 감촉에 놀랐다. 돈을 주고 산 고급 창녀와는 다른 느낌…… 손에 닿는 부드러운 느낌은 둘째 치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젖냄새…… 침이 고일 정도로 향긋한 그 향기에 병사가 고갤 숙였다. 손으로 만지는 걸론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냉큼 카텐의 유두를 집어삼켰다.

쭙……

가볍게 빨아들이는 소리. 그 소리와 함께 이제껏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깨끗한 유두가 병사의 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탱탱하게 뻗은 유두는 이에 물리고, 혀에 탁탁 튕겨지며 점점 단단해졌고, 그 반응에 병사의 아랫도리에 피가 쏠렸다. 

한 명의 용기 덕분일까, 다른 병사들도 카텐의 몸에 들러붙었다. 병사 하나가 목덜미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들이키더니, 낼름 핥았고 다른 병사는 남은 가슴을 열심히 주물렀다. 피부에서 나는 단맛, 손에서 느껴지는 풍족함, 그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고 주변에서 구경하던 병사들도 하나둘 몰려들었다.


"씨발, 못 참겠어……"


병사 하나가 바지를 주섬거리더니 잔뜩 성이 난 음경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너도 나도 바지춤을 풀었고, 카텐의 눈에 보인 모든 남자들이 흉측한 음경을 내보이고 있었다. 

대체 저게 뭐야……! 놀라서 굳은 카텐을 보며, 병사들은 낄낄거렸다. 


"듣자하니 여유로운 귀족 나으리들이 더 문란하다던데."

"이 몸도 관리를 잘해서 그런거지, 아마 엄청나게 굴려댔을 걸?"


그들은 저마다 그런 소리를 하며 카텐의 몸을 맛보고, 구경했다. 어떤 녀석은 허벅지나 종아리에 음경을 비벼대기도 했다. 더러는 카텐의 손에 직접 그걸 쥐어주기도 했다. 카텐은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뜨뜻한 감촉에 놀랐지만, 그럴 새도 없이 병사의 손에 포개져서 음경을 놓지도 못했다.

짐승! 짐승들! 그들은 짐승 마냥 카탄에게 들러붙어서 성욕을 풀려했다. 카텐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금 이들에게 농락을 당하면서도 몸이 조금씩 반응하고 있었다. 약물 때문에? 그건 변명이 될 수 없었다. 고고해야만 했던 카텐의 콧대가, 그녀의 자존심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박살나기 시작했다.

억울함과 서러움, 거기에 수치심이 더해지면서…… 카텐은 눈물이 맺혔다. 당장 울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하반신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안 돼……!"


카텐은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병사 하나가 무심코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고, 그 아픔에 카텐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카텐이 비명을 지른 이유는 하나였다.

바지를 벗기려 한 것이다! 이미 충분할 정도로 끔찍한 상황이었지만, 방금 소리를 치지 않았다면……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도리어 더 흥분해서 그녀의 바지와 함께 속옷까지 벗겨버렸다. 

대공개! 병사들은 자기들끼리 감탄하며 바짝 선 음경을 매만졌다. 카텐의 하반신 역시 훌륭했다. 살오른 허벅지와 엉덩이는 물론, 살이 삐져나오지도, 색이 바래지도 않은 깨끗한 음부! 잘 정리된 음모까지! 그들이 침을 흘리며 환장할만했다. 

거기다 이곳은 전지.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도 않았다. 긴 시간 억눌러왔던 성욕이 터져버린 것이다. 


"시, 싫어! 하지ㅁ……"


카텐의 반항은 벗겨진 속옷이 입에 쑤셔지면서 막혀버렸다. 카텐의 입에 속옷을 꾹꾹 눌러넣은 병사는 히죽 웃으며 그녀의 음부를 더듬거렸다.


"자, 자…… 어디 귀족 보지 맛을 보자고."


한 녀석의 말에, 여기저기 훔쳐보던 시선들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다리 사이. 한 병사의 손에 마음껏 만져지는 음부. 그곳만을 보고 있었다. 병사는 약 기운 덕분에 서서히 질척해지는 음부를 신나게 만지다,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그리곤 그 틈을 겨눠…… 밀어넣었다.


"이야…… 엄청나게 한 것 치곤 빡빡한데? 엄청 빡빡해."

"진짜?"

"근데 피도 안 흐르잖아."


그저 카텐의 몸이 특수할 뿐인데, 그들은 피가 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그녀를 처녀가 아닌 치녀로 판단했다. 어차피 실컷 쓴 몸인데 자기들이 거든다고 달라질 건 없단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손가락이 들락날락거리는 카텐의 음부를 보며 침을 삼켰다.

카텐의 음부를 들쑤시던 병사가, 음액이 흥건히 묻은 손가락을 카텐의 코앞에서 핥아보였다. 낼름거리는 그 탐욕스러운 혀를, 카텐은 아예 외면해버렸다.


"자, 그럼 내가 먼저……"

"치사하게."

"우린 손가락만 빨라고?"


동료들의 투정에, 병사는 그녀의 온몸을 턱짓으로 훑었다.


"아니 빨고, 쓸고 할 데가 다 있는데 왜 투정이야. 그리고 내가 한 평생 붙드는 것도 아니고……"

"하기사 고르도는 조루였지."

"그러니 멜라사한테 차였지."

"씨발, 말 한 번 엿같이 하네!"


병사가 콧김을 쉭쉭 뿜으며 부푼 음경을 겨누었다. 하반신이 맞대진 순간, 카텐이 발버둥쳤지만 병사들은 그녀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부드러운 피부에 음경을 비벼댔다. 카텐의 부릅 뜬 눈이 병사의 음경을 향했다. 그리고 그걸 서서히 집어삼키는 자신의 음부도 보았다.


"으으읍!"


무의미한 소음…… 그건 음부로 삽입된 음경의 끈적한 소리에 묻혀버렸다. 카텐은 순간 정신을 놓을 뻔했다. 처음을 뺏겼다는 충격보단, 첫 섹스로 인한 아픔보단…… 전혀 다른 감각이 그녀의 정신을 강타했다.

질벽에서 느껴지는 그 강렬함의 원인은 약물이었다. 메카닉 기술을 익히다 실수로 약한 전류에 감전되었을 때처럼…… 아니, 그보다 더한 쾌감이 카텐을 휘감았다. 


"우, 우우……!"


모든 산소가 이 쾌락 행위에 사용되는 듯 했다. 코로 하는 호흡으로는 점점 숨이 가빠오고,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었다. 온 감각이 질내에 집중되었다. 

그렇게 바들거리는 카텐을 보며, 병사는 코웃음을 쳤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표독스럽게 눈을 뜨며 건방지게 말을 내뱉던 여자가 지금은 풀린 눈으로 헐떡대고 있었다. 그 정복감이란! 질내에 파고든 음경이 다시 한 번 부푸는 느낌이었다.

푹적거리는 추잡한 소리가 퍼졌다. 본격적으로 허리를 흔드는 병사를 따라, 나머지 병사들도 그녀에게 들러붙었다. 


"죽여준다!"


병사의 감탄은 그들을 불태웠다. 빨리 그의 순서가 끝나길, 어서 싸버리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이루어졌다. 병사는 카텐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음경을 깊숙하게 박아 사정했다. 카텐은 자신의 질내에 모르는 남자의 정액이 들어왔단 사실을 몰랐다. 

병사는 후련한 기분을 느끼며 음경을 뽑아냈다. 그리곤 그녀의 허벅지를 찰싹 때리며 소리쳤다.


"이년 미쳤는데. 그냥 아주 꽉꽉 물어주는데, 한 번 더 할 뻔했다니까?"

"그랬으면 우리한테 맞아죽었지."

"어디, 귀족 보짓살 맛좀 볼까."


이번엔 다른 병사가 지체없이 섹스를 시작했다. 음경이 뽑히고 쾌락의 여운만이 남아있던 카텐은 다시 한 번 몰아치는 쾌락의 태풍에 휩쓸렸다. 온몸의 체액이 빠져나가버릴만큼, 눈물과 침을 질질 흘리며 몰아붙여지니 그녀의 눈이 순식간에 흐려졌다.

교접 때문만이 아니었다. 가슴을, 팔다리를, 얼굴을, 이리저리 물고 빠는 그들의 무식하다시피한 집단 강간은 온전히 쾌락으로 바뀌어버렸다. 다시 한 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뜨거워진 카텐이 어떻게든 혀를 써서 팬티를 밀어냈다. 그리고 푸하…… 숨과 함께 팬티를 뱉은 카텐은 방금 행동을 후회해야했다.


"어? 입이 뚫렸네."


갑자기 머리를 붙든 병사 하나가 카텐을 바짝 눕히더니, 숨을 마음껏 들이키는 카텐의 입에 음경을 쑤셔넣었다. 다짜고짜 파고든 음경 때문에 숨구멍이 막힌 카텐이 이를 세우려 했지만, 입에 힘도 제대로 안들어갈 뿐더러 병사가 힘차게 음경을 박아대는 통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의식 속에 각인된 폭력에 대한 두려움…… 그건 병사가 입에 질척한 정액을 뿌릴 때까지, 그 숨막히는 성교를 계속하게 만들었다.


"입보지 맛 죽인다!"

"정말?"

"나도 써볼까."


유두를 이리저리 비틀며 놀던 병사 하나가 히죽 웃으며, 입에 사정을 끝낸 카텐의 얼굴 언저리로 걸어왔다. 목구멍에까지 정액이 걸려 켈록거리던 카텐의 입에, 다시 한 번 음경이 꽂혔다. 펄떡거리는 그녀를 보며 음부에 삽입하여 섹스를 하던 병사는 혀를 끌끌 찼다.


"거 살살 다뤄라. 그래도 귀족가 양반인데, 부숴지면 어쩌려고?"


물론 걱정하는 투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 대답도 비아냥거렸다.


"하기사 체스말만큼 단단하시지 못할테니."

"그러게. 크흐흐…… 아, 여기 폰이 있네. 진급시켜 보자고."


단단히 솟은 유두를 집어당기는 병사의 말에, 모두가 와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 사이 유두 끝에 송골 맺힌 새하얀 액체.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병사가 계속 젖을 짜냈다. 

모유. 약의 부작용인가? 가슴에서 줄줄 흐르는 모유를 보며 한 병사가 낼름 그걸 핥았다. 달짝지근한 맛, 히죽 웃으며 가슴을 집어삼켜버렸다. 병사들은 서로 낄낄거리며 그녀의 몸 상태를 가리키며 손가락질했다.

그러는 사이 두 병사의 사정액도 터져나왔다. 


"컥…… 커헉……"


정액을 괴롭게 토해내며, 가슴에선 모유를 흘리며…… 음부에서도 정액을 흘리는 카텐이 울컥 울음을 뱉었다.


"자, 잘못했어……"


그 사과는 색달랐다. 뒤이어 섹스를 준비하던 병사들이 서로를 보다 웃음을 터뜨렸다. 누구는 너무 웃어서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했다. 카텐은 훌쩍거리며 그들의 웃음을 통해 약간의 희망을 보았다. 


"이야, 생각 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네."

"그러게. 암표범인줄 알았더니, 그냥 고양이었어."


그리고 한 병사의 말이 그 희망을 박살냈다.


"근데 어쩌냐. 이미 늦었는데."


다리를 잡고 우악스럽게 벌린 병사가 말도 없이 음경을 삽입했다. 카텐이 놀라 고개를 뒤로 꺾었고, 병사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미 모르모트 확정이야. 상부에서도 그렇게 허락을 내렸고."

"거…… 거짓말!"

"정말인 걸? 그게 아니면 우리같은 체스말이 어떻게 지휘관을 우리 멋대로 하겠어?"


카텐은 충격에 입을 벌렸다. 가문에서 여기로 내보낸 건 어떻게 납득했다. 그야 실적을 올리면 어떻게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이건 충격적이었다. 자신을 받아들인 상부에서 내쳤다고? 그것도…… 이따위로 쓰이도록……?

눈물을 쏟는 그녀를 동정하는 자는 없었다. 밤새도록, 그들이 만족할 때까지 카텐은 성욕 해소용으로 쓰여졌다.








"능숙하네 이젠."


입에 재갈이 물린 카텐이 히죽 웃었다. 줄줄 흐르는 모유를 따라, 얼굴에 뿌려진 정액이 뒤섞여 흘렀다. 보급 창고 상자 위에서, 완벽하게 성도구가 된 카텐의 모습을 본 병사는 고갤 저었다.


"뭐, 몸은 아니지만."


그를 지나치고 다른 병사가 카텐의 몸을 썼다. 재갈에 막힌 갑갑한 신음이 터졌고, 흐린 눈으로 절정에 빠진 카텐을 뒤로 했다.



More Creat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