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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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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파 - 고대신과의 만남

입을 살짝 가린 옷깃을 내렸다. 잔잔한 바람을 맞은 듯, 한쪽으로 몰려있는 검은 머리칼 밑으로, 머리색만큼이나 짙은 다크서클의 피곤한 눈이 자리잡았다. 붉은 눈동자는 짙은 눈꺼풀과 눈밑의 다크서클 때문인지 어두칙칙해져, 핏빛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흡사 약물 환자처럼 보이는 그의 초췌한 모습은, 몸 곳곳에 달려있는 주사기들 때문에 한 층 더 부각됐다. 서로 짤랑대는 주사기들 소리가 거슬리지 않는지, 그는 오로지 정면에 깔려있는 마법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디멘션 워커.

검은 천옷과 보랏빛 망토를 두른 소년의 직책이었다. 아직 성인도 안된 다크엘프건만 누구도 그를 무시하지 못했다.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강력한 어비스의 마력과 차원 너머의 힘은 그를 강대한 마법사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디멘션 워커 중에서도 이질적인 존재, 그를 부르길 '이레귤러'라고 칭했다.

그러나 나티아에게 그런 수식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들이 그를 디멘션 워커라 부르든, 강력한 마법사라고 부르든 신경쓰지 않고 제 할 일만 했다. 지금도 이차원의 지식을 흡수하기 위한 마법에 신경쓸 뿐이었다.

아직 어리단 게 느껴지는 말랑한 볼살은 꽉 다물어진 자그마한 입 때문에 단단해졌다.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기에 니알리조차 부르지 않았다. 그 덕분에 그의 온 신경은 한 곳에 집중될 수 있었다.

나티아의 눈은 계산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곤 꺼풀에 덮였다. 지독한 피로가 몰려와서였다. 이건 단순한 마법 공식을 넘어선 지식이었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지식. 그리고 그 무게는 엄청 났다. '독'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 엄청난 양의 정보는 몸의 과부하를 불렀다.

육체의 붕괴.

뇌가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택할 만큼, 차원의 정보는 방대했다. 그저 아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대단해.'


나티아는 사도에게 경외심을 느꼈다. 이차원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사도에 대한 걸 찾아보았고, 처음엔 그저 그랬다. 단순한 이동만을 따진다면 이 세계에서 무언가를 소환할 수 있는 소환사가 수 백이요, 정령사 또한 그 수만큼 있다. 차원을 넘어서는 것 역시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디멘션 워커가 되어 그 지식을 알아갈수록 이건 결코 무시할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사도 로터스 처단에 가세하고나서야 사도의 대단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그의 지식을 흡수한 것처럼, 차원에 대한 지식이 속속 들이 들어왔다.


'……정말 대단한 일이야.'


'어비스'가 아니었다면 지식에 미쳐서 죽어버렸을 것이다. 이 엄청난 생명 에너지는 붕괴되는 육체를 붙들었고, 조각난 정신을 맞추었다. 거기다 엄청난 흡입력으로 떠나가려는 영혼까지 묶었다. 어비스가 엄청나단 걸 알고 있었지만 이계의 지식으로 인한 부작용조차 막아줄줄은 몰랐기에, 나티아는 부활하고나서 감탄했다.

그리고 그는 더 깊은 지식을 탐구하기로 결심했다. 여지껏 많은 선구자들은 마약을 투여하거나 감각을 죽이는 등 무식한 방법으로 미치는 걸 막았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그런 형태의 보호는 역으로 파괴를 불러들였고, 결국 미쳐버리고 말았다.

결국 이 지식을 연구하는 일은 미치는 걸 방지하는 게 우선 목표였고, 그 다음으로 최대한 미쳐버리는 걸 늦추는 것이 두 번째 목표였다.

그야말로 변태적인 학문. 하지만 그 무엇보다 매력적인 일이었다. 어쩌면 대전이의 비밀까지 풀어낼 수도 있는 일이고, 사도들을 원래 차원으로 쫓아내는 것도 가능할 지 몰랐다.

무한한 가능성.

여기에 무한한 생명력인 어비스가 더해지면서 나티아는 결국 엄청난 성과를 올리게 됐다.


'이계의 존재.'


단순한 이계의 존재가 아니었다. 차원 너머로 느껴지는 강대한 힘. 그 수치만 본다면 현신한 로터스나 디레지에는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쩌면 사도 이상의 힘을 가진 자일 수도 있었다.


'네게 성과를 가져다주마.'


불멸의 왕과 그의 휘하에 있던 다섯 기사와 계약한 괴물같은 소환사. 그리고 디레지에의 역병에도 견딘 용독문주의 후계자가 될 독인. 두 사람이 차례로 떠오르다 사라졌다. 로터스 처단을 함께한 후, 그들과는 이별을 하게 됐다. 그리고 얼마 후 독인은 스피라찌를 제압했단 소문이 돌았고, 소환사는 왕의 유적을 진정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했다.

사실 열등감이나 그런 걸 느끼는 건 아니다. 그녀들은 여전히 그의 친구였고, 둘 역시 나티아를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그러나 명성에 누를 끼칠 순 없는 일이다. 차원 지식을 익히는 것이 대단하다곤 하나, 성과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엄청난 사건이 터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일 차원 너머의 존재를 엿보는데 성공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지식들이 들어올 것이다. 물론 어비스조차 위험할 정도로 부작용도 클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돼야 그 둘과 만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응하라……"


나티아는 나른한 얼굴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법진에 마나를 주입하여, 차원의 균열을 열었다.

꽈릉!

땅이 흔들렸다. 아니, 땅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흔들렸다. 다른 이들도 아닌 나티아의 눈엔 허공에 균열이 이는 것이 보였다.

일전에 단 한 번, 공간 자체를 베어버린 검사를 떠올렸다. 그때처럼, 공간이 서서히 깨져나갔다.

그러나 이건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자줏빛 섬광. 그건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졌다. 온갖 지식을 습득한 나티아조차 순간 휘청거릴 정도로, 그 빛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나티아는 멍한 얼굴로 손을 뻗었다. 줄기차게 뻗어져나오는 빛에 나티아의 손이 담가졌다. 장갑이 순식간에 분해됐고, 그의 보랏빛 손마저 붕괴되었다. 하지만 그는 손을 빼지 않았다. 되려 어비스의 생명력을 일으키며 다가갔다. 그러자 사라졌던 장갑이 다시 나타났다. 고통도 서서히 줄어들었고, 나티아는 빛에 조금씩 몸이 잠겼다.

그의 머릿 속으로 권속 니알리의 불안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티아는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건 본능이 아닌, 지식을 바탕으로 한 안정감이었다. 한 발 한 발 내디딘 나티아는 결국 빛에 완전히 뒤덮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존재. 고작 가로로 떠진 눈과 울퉁불퉁한 가시가 가득한 머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수평선을 본다 착각할 정도로 그의 존재는 엄청 났다.

그 크기도 크기지만, 그와 마주한 순간 느껴지는 무지막지한 양의 정보에 나티아가 이를 악물었다. 조금 더 버텨야 한다. 디멘션 워커로써 처음 로터스에게서 지식을 받아들였을 때와 비슷했다. 온몸이 갈가리 찢기는 듯 하고 영혼이 뽑혀져 나갈 것 같았다.


"끅……!"


나티아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빛 밖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잔존하는 차원의 지식은 그를 괴롭혔다. 땀이 훅훅 쏟아졌고,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나티아는 허벅지 부근에 걸어둔 주사기 중 하나를 허벅지에 꽂았다. 샛노란 액체가 들어서며 몸의 고통이 잦아들었다. 이번엔 녹색 액체가 담긴 주사기를 꽂았고, 정신이 조금씩 안정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고작이었다. 나티아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그 존재감은 대단했다. 나티아가 숨을 탁 내뱉으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어비스가 흔들린다!

초췌함에 늘 반밖에 떠지지 않았던 눈은 부릅 떠졌다. 필요 이상으로 말을 꺼내지 않던 입은 활짝 벌려서 괴로움을 토해냈다. 잘 움직이지 않던 몸은 바닥을 치거나 가슴을 긁어대는 등, 온갖 발악을 벌였다.


"끄으윽……! 아악……!"


나티아가 발버둥을 치는 동안 균열이 서서히 닫혔다. '존재'는 아물어가는 차원의 틈과, 그 너머의 나티아를 보았다. 그리고 눈을 깜빡였다.

틈이 고정됐다. 순간 권속인 니알리가 나타나 나티아 앞을 막아섰다. 이 서큐버스는 '존재'의 막대한 힘을 느꼈으면서도 희생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존재'는 생각 외로 자비로웠다. 그는 무엇이든 잠식할 듯한 적보라빛 눈동자로 그녀를 보았다.


[ 안심하라 ]


그리고 니알리는 무심코 옆으로 비켜섰다. '존재'에게서 반투명한 촉수가 쏟아져나왔다. 진분홍빛 테두리에 보랏빛 피부를 가진 이 수십 개의 촉수는 유연하게 나티아를 향해 헤엄쳤다. 촉수는 우선 허리를 감아서 들어올렸다. 그러더니 사지를 묶어서 발버둥을 막았고, 나머지 촉수가 그의 몸을 휘저었다. 옷 속으로 들어간 촉수는 붕괴되는 그의 몸을 막아주었다. 거기다 무너지는 정신까지 보듬어주었다.

나티아는 서서히 안정됐다. 다크서클이 더 깊어진 나티아는 초췌한 눈으로 균열 너머의 '존재'를 보았다.


"살려준 건가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티아는 한숨을 쉬며 움직이려다 아직 몸에 남아있는 충격 때문에 바들거렸다.


[ 가만 있거라 ]


'존재'는 그렇게 말하였고, 나티아의 몸을 묶고있는 촉수를 제외한 나머지가 꿈틀 움직였다. 옷속을 누비는 촉수의 느낌은 대단히 오묘했다. 마치 여인의 애무처럼…… 괜히 몸이 달아서 따뜻해졌다. 왠지 모르겠지만 촉수의 움직임이 이상해서, 나티아가 슬쩍 말했다.


"지금 무얼……"

[ 통증 완화다 ]


그저 단순한 통증 완화라기엔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리고 이것이 몹시 야릇하단 걸, 나티아의 이성과 본능 둘 다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촉수가 다리 사이까지 들어와 있었으니까!


"읏……"


나티아는 입술을 씹었다. 이 엄청난 존재가 엄하단 생각보단, 문란한 자신을 탓했다. 범접할 수 없는 존재다. 설마 그런 걸 의도하고…… 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나티아는 눈을 꾹 감으며 모든 감각을 외면하려 했다. 몸을 간질거리며 스쳐지나가는 그 느낌은 대단했다. 몸을 공간으로 친다면 이건 아주 섬세한 수복 작업이었다. 실제로 몸의 붕괴가 무너졌으니, '존재'의 말을 의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애무로 쳐도 이건 대단한 일이었다. 촉수는 섬세하다 못해 너무 세부적이어서 손바닥이나 발등까지도 기분좋게 스쳐지나갔다. 수십 가닥의 촉수가 벌이는 더듬기는 정말 말도 안될 정도로 예리했다. 그게 아니면 나티아의 보랏빛 얼굴이 짙게 변하고, 숨소리가 거칠어질 리 없었다.

하아……

덕분에 그의 음경은 빳빳하게 서있었다. 그 상황에서…… 촉수 하나가 음경을 휘감았다. 나티아가 놀라서 온 몸을 움츠렸다. 사지를 감싼 촉수가 늘어나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었지만, 완전히 저항할 수 없었다.

쿠퍼액이 찔끔 새어나왔다. 온몸을 자극한 덕분에 일어난 음경은 최대치로 발기하였다. 이 상태에서 아주 부드럽게 쓸어주니, 절로 흥분이 됐다. 이따금 니알리와 섹스를 할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몸이 절로 붕 뜨는 기분. 신발 속 나티아의 발이 꼬물거렸다. 그리고 이것 마저도 촉수가 휘감아 간질였다.


"흑……"


나티아가 얼굴을 구겼다. 이렇게 기분 좋은 걸 참기는 힘들었다. 사지가 제멋대로 이리저리 방황했다. 신음도 낼 수 없는 데다 촉수 때문에 제한적이어서 갑갑함이 심해졌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그의 무의식이 더욱 흥분했다.

게다가 옆에서 니알리가 걱정스레 지켜보다, 어느 순간 얼굴이 붉어져 보고 있었다. 차원 지식의 필수 조건은 공감각이다. 그리고 넓게 보는 시야 역시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니알리의 상태를 모를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권속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니 그녀가 어떤 느낌을 가질지도 알 수 있었다.

서큐버스인 그녀가 야하다고 느낀 이상, 이건 더 이상 치료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티아는 예우를 아는 소년이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의 것을 추구했다. 그리고 그의 신념은 지금 이 상황에서 신음을 내지 않는 것, 흥분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숨을 고르게 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바들바들 떨리는 걸 감추긴 어려웠다.

촉수 하나가 겨드랑이를 간질였다. 어떤 촉수는 옆구리를 쓸어올렸다. 음경을 쥐고 쓰다듬는 걸로 그치지 않고 전신의 애무까지 전개되니 나티아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 버틸만한가 ]

"느…… 네……"

[ 아직 붕괴가 잔존해있다. 충분히 만져주지 않는다면 안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

"감…… 사합니다……"


하필 음경을 쓸던 촉수가, 빈틈없이 휘감더니 꾹꾹 눌러왔다. 이 상태로 촉수가 스르르 풀리더니, 끝부분이 이제 막 껍질을 벗으려는 귀두를 간질였다. 육체만큼이나 완전히 자라지 않은 음경은 촉수의 자극으로 괴롭게 꿈틀거렸다.

나티아는 이쯤 되니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차라리 미치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반신이 촉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하지만 촉수는 그럴수록 더 집요하게 휘감겨졌다.

촉수 하나가 늘어났다. 하나는 음경의 밑부분을 감싸서 쓸었고, 하나는 귀두를 간질였다. 나티아의 숨소리가 탁탁 막혔다. 엉덩이를 뒤로 쭉 뺐지만, 촉수는 떨어지지 않았다.

나티아는 아랫 입술을 잘근거리며 시선을 흐렸다. 치료를 해주는 '존재'를 보자니 낯부끄러웠고, 치료를 받는 몸을 보고 있자니 민망했다.


"앗……!"


몸을 세세히 훑던 촉수 중 몇 개가 나티아를 반응하게 만들었다. 두 개의 촉수가 가슴을 쓸고 지나갔다. 그것들은 뭉툭한 끝을 세워 유두 끝을 콕 누르더니, 천천히 빙빙 돌려댔다. 나티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감아버렸다.

남자로서 신음을 내고, 이렇게 느낀다는 것도 창피한 마당에 가슴이 만져지면서 기분좋다고 생각하다니…… 심지어 유두를 자극하는 통에 사정의 느낌이 서서히 올라왔다.


"하아…… 윽……!"


그를 바라보고 있던 니알리가 손을 내려 음부를 쓰다듬었다. 촉수에 휘감겨서 기분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나티아를 보고 흥분한 것이다. 옷 안쪽에서 꿈틀대는 촉수가 무슨 짓을 벌이는지, 굳이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듯 했다.

나티아는 니알리의 모습을 보며 더욱 흥분했다. 이제까지 자기를 유혹해왔던 녀석이, 그 서큐버스가 이를 악물며 자신을 자위감으로 쓰고 있었다. 유두와 음경이 한없이 단단해졌다. 하지만 촉수의 부드러운 자극에 쫄깃하게 풀려갔다.

나티아는 이대로 가단 모유도 나와버릴 수도 있겠단 쓸데 없는 상상을 하며 결국 말했다.


"그, 그만……"


하지만 촉수는 멈추지 않았고, 나티아는 더 크게 외쳤다.


"그만해…… 주세요……!"


나티아는 굴욕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얼굴로, 눈물이 촉촉한 눈동자로 '존재'를 바라보았고, 니알리는 참지 못하고 대놓고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 괜찮다 ]


나티아는 그 자상한 목소리에 괜히 마음이 풀렸다. 이런 부끄러움도, 민망함도 전부 받아들이겠단 것처럼 느껴졌다. 관대함, 그것이 그를 잠식했지만 금방 벗어날 수 있었다. 사정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안됩니다…… 죄송합니다…… 치, 치료인데…… 제가 흥분해…… 버렸습니다…… 그러니 자, 잠깐만 쉬고……"


말을 하다가 신음까지 새어나올까봐, 나티아의 말은 뚝뚝 끊어졌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부탁에도 촉수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집요하게 감겨져왔다.


[ 통증도 완화시킬 겸, 네 안의 쾌락을 끌어내는 것이다.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여 ]

"예……?"


그렇다면 일부러?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촉수에서 얇은 촉수가 나와서 유두를 휘감았다. 그것은 유두를 쭉쭉 잡아당겼다. 음경을 감싼 촉수들은 마치 여러 개의 손으로 주무르는 것처럼 쥐어짜냈다. 그러자 더 이상 참지 못한 나티아가 발가락을 오므리며 허리를 젖혔다. 그러곤 아직 앳된 목소리를 힘껏 짜내 앙탈같은 신음을 질렀다.


"하…… 하아…… 하아……"


땀에 흥건하게 젖어버린 나티아는 축 늘어졌다. 하지만 촉수에 묶여있는 통에 쓰러지지 못하고, 젖은 빨래처럼 걸려있었다. 촉수는 그의 바지를 벗겨주었다. 그러자 촉수들로 감겨진, 정액 투성이의 음경이 훤히 보였다. 니알리가 그걸 보며 입을 가렸다가, 무심코 다가갔다. 촉수는 풀렸고, 그 순간 정액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니알리는 두 손으로 그것들을 공손히 받았다. 그러곤 입으로 가져가더니 망설임 없이 삼켰다. 행복한 표정, 야릇한 그 얼굴은 나티아의 시선 밑에서 고스란히 보였다. 니알리는 참지 못하고 음경에 채 떨어지지 않고 묻은 정액들을 핥아갔다.

한 번의 사정으로 쾌락은 끝나야 정상이건만, 니알리의 혀가 몸을 움찔 떨게 만들었다. 나티아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상의 속 촉수가 계속 해서 유두를 굴렸다. 그러자 잠시 늘어졌던 나티아의 음경이 바짝 솟아났다.


"이, 이게 대체……"


나티아는 침을 질질 흘리며 크게 뜬 눈으로 '존재'를 바라보았다.


[ 차원의 틈을 빠져나오며 주입했던 약효가 이제 도나 보군 ]


그가 쓴 건 전부 마약류였다. 고통을 덜기 위한 것인만큼 그것은 몽롱한 기분을 주었고, 한 번의 사정으로 끝나야할 쾌락을 지속시켰다. 하지만 이건 아주 좋은 반응이었다. 안그랬으면 전신을 뜯어낼 듯한 고통에 빠질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는…… 아니, 관심조차 모르는 니알리는 좋다고 나티아의 음경을 입에 머금고 쪽쪽 빨아댈 뿐이었다. '존재'는 일단 그녀를 두기로 하고 촉수로 나티아의 몸 구석구석을 쓸어주었다.


[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어차피 이것 역시 너의 무의식이 바란 것이지 않나 ]


이런 걸?

니알리와 할 때도 가끔 가다 한 번 할 뿐이고, 그마저도 하면 그만 안해도 그만이란 식이었다. 거의 무성욕에 가까웠던 그가 이런 걸 원했다고? 나티아는 부정했다. 하지만 다른 차원의 존재가, 그것도 틈을 쉽게 고정시키고 엄청난 지식을 가진 그가 거짓을 말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 이런 걸 원한 건가? 이런 무기력한 능욕을…… 말도 안되는 쾌락을 바란 건가? 그렇다면 왜 니알리에겐 그렇게 대했던 것인가. 심지어 자신의 성기를 빨고 있는 지금도, 그녀에게 성욕이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 괜찮다 ]


다시 한 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촉수 하나가 작지만 알찬 엉덩이 사이를 스쳐 지나갔고, 나티아는 소름끼쳐하며 소리를 질렀다.


"자, 잠시…… 이런 건……"

[ 괜찮다 ]


그는 같은 말을 하고선 나티아의 항문을 꾹 눌렀다.


"흑!?"


어비스의 생명력은 엄청 났다.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었고, 잔병치레 따윈 없었다. 독조차 가볍게 분해해버렸다. 덕분에 그의 몸은 언제나 최상의 상태였다. 거기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설사 먹는다 해도 어비스의 마력으로 분해됐다.

덕분에 항문은 깨끗했다. 배설물이 없으니 쓸 일이 없었다. 가장 예민한 부분이면서 쓰지 않았지만, 어비스의 힘 덕분에 퇴화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항문이, 촉수에 의해 쓰이고 있었다.

바로 쾌락의 자극으로!

사실 곧장 느껴지는 건 없었다. 지금 나티아가 느끼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치심이었다. 자기가 왜 이런 일을 당하느냐는 후회도 섞였고,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단 무력감도 더해졌다. 그것이 곧 정신적 흥분을 일으켰고, 결국…… 나티아의 구강 성교가 더해지면서 다시 한 번 사정을 했다.

이번엔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단 듯, 니알리는 불룩해진 볼을 쏙 집어넣었다. 울컥 입안을 차오른 정액은 그녀의 목으로 넘어갔고, 니알리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입을 떼며 질척해진 음부와 함께 일어났다.


[ 이제 그만 물러서라 ]

"그, 그치만……"


니알리는 아쉬운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정말 쾌락만을 위해서였다면 자신을 썼을 것이다. '존재'의 촉수는 단순 흥분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몸을 안정시키고, 심지어 어비스의 힘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걸 모르는 니알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흥분에 이성을 놓지도 않았다. 그저 배고픈 음부에 손가락을 먹이며 구경할 뿐이었다.


"아, 안…… 흐읏……"


두 번의 사정 후에도 나티아의 쾌락은 그칠줄 몰랐다. 오히려 불길마냥 끝없이 솟구치고 있었다. 순간 그의 머릿 속에서 이대로 당해도 괜찮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촉수는 항문을 꾹꾹 누르다 서서히 파고 들었다. 그 이질감은 상당했다. 배설을 하던 것도 예전 기억인데다, 심지어 역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티아는 끙끙거리다 서서히 그것에 적응했다. 촉수는 그의 항문이, 어비스의 마력으로 재생되기 적합한 수준까지 늘어나게끔 두께가 조절됐다.

천천히…… 촉수는 나티아의 항문 속에서 움직였다. 내장에서 꿈틀거리는 그 이물감은 서서히 풀려갔다. 그리고 촉수의 움직임 역시 빨라졌다.


"흐윽…… 흑……"

[ 괜찮은가 ]


유두를 만지는 촉수가 한쪽은 유륜에 파묻히게끔 누르고, 한쪽은 쭉 잡아당겼다. 그러자 나티아가 신음을 학! 뱉으면서 대답했다.


"예…… 기분…… 좋…… 습니다……"


이젠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두 번의 사정 이후 지속된 쾌락은 그의 정신을 물들였다. 그리고 이미 못보여줄 꼴을 다 보여준 마당에 자존심을 세우기도 우스웠다.

'존재'는 그의 이마를 앞머리와 함께 쓸어올려주었다. 그의 피곤함이 깃든 초췌한 두 눈이 '존재'를 보았다가 바닥을 보았다. 촉수는 여전히 유두와 항문을 자극했고, 갈 곳 잃은 음경만이 팔딱거렸다.

꿀렁-

항문에 삽입된 촉수가 부풀어올랐다. 순간 놀란 나티아가 팔을 끌어내리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낯선 감각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숨을 꿀꺽 삼키며 본능 적으로 촉수를 밀어내려 했지만 나머지 촉수가 몸을 자극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유두를 튕겨주던 촉수 끝이 동글동글한 돌기들로 촘촘하게 덮였다. 그리고 이것이 유두를 슥슥 비벼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촉수 하나가 음경을 툭툭 건드리다가 끝부분이 귀두를 꾹 눌렀다. 그러자 촉수가 서서히 음경을 집어삼켰고, 곧 뿌리까지 머금었다. 이 상태에서 빙빙 돌면서 쭉쭉 짜내니, 마치 촉수 형태의 질내에 삽입한 것처럼 되었다.

거기다 다른 촉수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실처럼 얇게, 수 백 가닥으로 나뉘어져서 귓바퀴와 귓구멍을 간질이거나 넓적해져서 무릎 뒤쪽과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기도 했다. 손가락 굵기의 촉수가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를 훑으며, 그것들을 하나하나 감싸서 문지르기도 했다. 나머진 촉수 끝이 피부를 슥슥 문지르거나 비벼댔다.


"하윽…… 으……"


나티아에게서 가는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 간드러진 소리에, 니알리는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아직 소년이라지만 조금씩 남자다워지고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부정될 정도로 방금 그 소리는 정말……

귀여웠다.

앙증맞다는 말도 부족했다. 이젠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신음을 뱉어내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인형처럼 귀여웠다. 만일 자기가 남자였다면 그 뒷구멍에 쑤셔박아버렸을 거라 생각했다. 자기 입술을 핥던 니알리는 이젠 죽죽 떨어지는 음액으로 바닥을 적시며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니알리는 질내가 찡하니 울릴 정도로 격하게 손을 흔들었다.


"아…… 아아……! 아흐으……! 아앙!"


이제 나티아는 항문에 삽입된 촉수를 밀어내지 않았다. 아니, 그런 상황이란 걸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그저 앞뒤에 꽂힌 촉수를 느끼며 미칠 듯이 비명같은 신음을 지를 뿐이었다. 방금 같은 수치심은 없어졌다. 오직 뇌를 녹여버릴 것 같은 쾌락만이 그의 곁에 머물렀다.

촉수의 움직임은 거세졌다. 그의 몸이 허공에서 들썩일 정도로, 항문에 삽입된 촉수는 빨라졌다.


"하아…… 흐으으응……!?"


그렇게 촉수에 몸을 맡기던 중, 나티아의 음경에서 순간 정액이 뿜어져나왔다. 사정하려는 징조조차 없이 뿌려진 정액. 그것은 뒷구멍으로 삽입된 촉수 끝이 쑤시고 들어갈 때 전립선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정상적이었던 나티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혀를 빼물고, 눈동자를 눈꺼풀 아래로 밀어넣었다. 치켜 올라간 눈썹은 바들거렸으며, 그의 팔다리가 뻣뻣하게 펴졌다.


"아, 안대…… 안대애…… 엉덩이 안에…… 안에 먼가…… 아…… 으으…… 먼가가……"


혀까지 풀려버린 나티아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촉수가 그를 허공에서 엎드리게끔 만든 것이다. 그리고 두 손목은 결박하여 얼굴 앞에 두었고, 두 다리는 활짝 벌리게 만들었다. 통실한 엉덩이 사이로 꽂힌 촉수가 여실히 보였다. 니알리는 멍한 얼굴을 하고선 무릎 걸음으로 다가가 그의 뒤에 앉았다.

엄청난 광경. 촉수가 들락날락하며, 소젖 짜듯 음경에서 정액을 뽑아내는 촉수를 보고 니알리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서큐버스인 그녀조차 감당하기 힘든 색기. 니알리는 음부를 쑤시는 걸 멈추지 않고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곤 출렁이는 그의 음낭을 입에 머금고 핥았다.


"힉……! 히익!"


삽입된 촉수가 본격적으로 전립선을 위주로 박아대자 나티아가 숨이 넘어가라 소리를 질렀다. 앞뒤로 흔들릴 정도로 퍽퍽, 그 힘있는 왕복 운동에 나티아의 입에선 신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따금 풀린 혀로 이상한 말들을 지껄이기도 했다.


"아…… 안대여…… 이러면…… 여자애 같…… 자나여…… 아앙……! 시러…… 이제 시러어…… 너무 기분 조아아…… 하으……! 으……!"


이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지, 나티아는 계속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촉수는 무자비하게 푹푹, 그의 항문을 쑤셔댔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티아는 축 늘어졌다. 음경을 삼킨 촉수 중간엔 주먹만한 정액 주머니가 담겨있었다. 니알리는 나티아 못지 않게 망가진 얼굴로 이걸 보았지만, 촉수는 그걸 넘겨주지 않았다.

잠깐 천천히 움직이던 촉수는 다시 한 번 격렬히 나티아의 몸을 들쑤셨다. 잠깐의 휴식으로 제정신이 돌아온 나티아는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흐읏?! 아, 안돼……! 충분해요……! 이제 그만……!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나티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외쳤지만 '존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괘씸하단 듯 더욱 몰아붙였다. 촉수 하나가 나티아의 얼굴을 쓸어주다 갑자기 입 안으로 파고 들었다. 뜨뜻 미지근한 그것은, 항문을 쑤시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박아댔다.

뿐만 아니라 겨드랑이나 무릎 뒤쪽, 배꼽이나 발바닥, 손에도 촉수가 비슷하게 문질러졌다. 순간 나티아는 이걸 다른 남자의 것으로 착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수많은 동성들에게 깔리는 상상을 해버렸다. 그 순간 나티아의 눈이 흐리멍텅해졌다. 그의 입에선 계속 안된다, 싫다는 말이 계속 나왔지만 음경을 감싼 촉수에선 쉴 새 없이 정액이 쭉쭉 짜내졌다.


"흑…… 으윽……! 으……!"


그리고 계속 된 전립선 자극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그의 온몸에 정액이 흩뿌려졌다. 입에도, 겨드랑이에도, 등에도, 당연히 항문 안쪽에도 정액이 가득 채워졌다. 이 정액은 지금까지 나티아가 쌌던 것들로, 촉수를 통해 뿌려진 것이다.

'존재'는 나티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차원의 틈을 닫아갔다. 틈 너머로 정액 범벅이 되어 쓰러진 나티아를 향해, 니알리가 다가가는 걸 보았다. 그리곤 그의 몸에 묻은 것들을 혀로 핥아내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존재'는 더 이상 지식을 익힌 부작용이 느껴지지 않아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걸로 인해 나티아의 운명이 바뀌게 될 거란 건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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