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소드 - 오염된 운송 터널
Added 2021-04-08 08:33:52 +0000 UTC지잉-
일렉트론 코드. 발현 해제.
삐빅-
이브의 금빛 눈동자에 녹색의 숫자가 쏟아져 내렸다. 곧이어 그녀의 눈에 자신이 애용하는 기어, 모비와 레비의 모습이 비춰졌다.
“업그레이드…….”
이브는 업그레이드 직후 외형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선 단발이었던 하얀 머리는 훨씬 길어져 무릎까지 닿았고, 몸도 이전보다 성장했다. 에너지 발현의 최적화 시스템인 “일렉트론 코드”를 발동시키고 나선 모든 것이 가벼웠다. 평소 힘에 부쳤던 기술들이 너무 쉽게 발휘되었다. 당연히 에너지의 잉여가 생겨났다. 모비와 레비를 업그레이드 시키고도 아직 한참이나 에너지가 남아돌았다.
‘저장해둬야 해.’
이브는 그 에너지를 저장할 곳을 자신의 육체로 지정했다. 그리고 저장된 에너지에 맞춰 육체도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브 스스로는 저장 공간의 확장이라고 느낄 뿐이었지만, 외형적인 변화는 컸다.
우선 허벅지 위까지 오던 롱부츠가 허벅지의 반까지밖에 닿지 않았다. 다리가 길어진 만큼 몸도 커져서 숏팬츠만 입고 있으니 엉덩이에 파묻히게 되었다. 거기다 살이 조금 더 붙는 느낌이었으니…… 목에 두르던 케이프와 상의를 벗어던지고 옆트임이 심한 원피스를 걸쳤다.
“음.”
이브가 두 기어를 쳐다보자, 녀석들은 위아래로 붕붕거리며 좋은 티를 냈다.
“가자.”
이브가 업그레이드를 찾은 이유. 바로 운송 터널에서 발견된 기이한 현상 때문이었다.
그녀가 홀로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다른 모험가들이 가져온 나소드의 잔해 때문이었다.
녹색의 포자로 뒤덮인 나소드. 그리고 그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회로, 코어, 구동부, 전부 녹색 포자에 침식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일진데…… 모험가들의 증언에 의하면 이전보다 더 폭급하게 움직이며 위협했다고 전했다.
이브는 그 포자의 일부를 가져와 분석하기로 했다. 어쩌면 나소드에게만 통하는 바이러스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의 목표는 나소드의 재건. 만일 그것에 위험이 되는 요소가 있다면 사전에 차단해야 했다.
그리고 이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향을 미친다.’
나소드의 기술도 아닌 고작 세균이 기계에 간섭하고 있었다. 이건 우려되면서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어쩌면 이 포자, 아니면 포자를 뿌린 무언가가 엘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지 몰랐다. 이것에 대해 비밀을 밝혀내면 나소드 재건에 한 발…… 아니, 어쩌면 세 발 더 앞서갈 수 있을지 몰랐다.
그래서 이브는 밤을 새워가며 포자를 연구했다. 하지만 밝혀진 건 없었다. 고작 해야 포자가 나소드에 간섭을 하는 정도가 끝. 어떤 원리로,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건지 알아내지 못했다. 결국 이브는 한 가지 결심하기로 했다.
직접 찾아가보기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코드 일렉트론을 발견했고, 현재 코드-일렉트라 상태에 돌입할 수 있었다. 같은 에너지를 써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이브는 쉽게 운송 터널에 진입했다. 오염된 나소드는 이전보다 강한 힘을 보였지만 그녀 앞에선 쉽게 쓰러졌다.
‘괜찮아.’
이브는 손을 쥐었다 펴며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축적해둔 에너지가 폭주하지는 않았다. 기어의 상태도 최고조. 다만 아무리 조종당하고 있다지만 같은 나소드를 해치운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 일을 해결해야만 해.’
그것이 자신이 쓰러뜨린 나소드들에게 속죄할 방법. 그렇게 결론을 내린 이브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지잉-
이브가 기어의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확인했다. 동굴 곳곳은 물론 운송 장치에도 피어있는 식물이 보였다. 그 꽃들은 분명…… 이전에 한 번 퇴치한 적이 있는 알테라시아 종의 식물이었다. 그런데 이것들이 왜 다시 피어난 걸까. 애초에 그것들의 포자가 어떻게 나소드를 오염시키고 정복한 것일까.
이브는 눈을 한 번 깜빡이며 본래 동체의 시력을 되찾았다. 그리고 전방으로 손을 뻗었다. 기어들이 광선을 뿜으며 오염된 나소드들을 쓰러뜨렸다.
‘답은 이 끝에 있어.’
식물의 분포도가 점점 더 많아졌고 포자도 짙어졌다. 그야말로 녹색의 안개가 자욱히 끼어있는 듯 했다. 터널의 끝으로 향할수록 이브는 숨이 막혀오는 걸 느꼈다.
‘강력해.’
만일 포자를 대비해 코팅을 해두지 않았다면 진즉 함락되었을 것이다. 사실 이것조차 아슬아슬했다. 그만큼 포자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빠르게 끝을 내야……’
그녀의 염원을 들어주기라도 한 건지 새로운 것이 감지되었다.
‘저건……?’
그건 식물로 이루어진 사람 같았다. 이브는 먼 거리에서 해당 개체를 분석했다. 피어오르는 포자는 분명 이 개체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한 번 분석해본적 있는 것이었다.
바로 알테라시아! 고작 기계에 붙어있던 그 식물이 지금은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다 대검을 들고서!
‘닮았어.’
이브는 알테라시아의 모습에서 한 인물을 떠올렸다. 엘소드. 그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검을 들고 서있단 것이 고작이었지만 그 분위기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알테라시아. 타입H.’
인간(Human)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거기서 임시 약칭을 따온 이브는 전투를 준비했다. 타입H가 대검을 비스듬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엘소드가 싸우기 직전에 취하는 자세…… 일종의 버릇이었다. 그걸 확인한 순간, 타입H는 순식간에 이브의 지척까지 날아들었다.
후웅!
검을 휘두르는 모습까지 일전에 관찰했던 엘소드의 것과 판박이였다.
‘엘소드와 싸운다.’
이브는 그렇게 상정하고 기어를 움직였다. 다행히 파악했던 것보다 타입H는 상대하기 쉬웠다. 힘이나 스피드가 예상 밖이었지만 그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이대로 녀석을 해치우면……!
기어에서 뿜어진 광선이 타입H의 어깨에 적중했다. 단숨에 식물 줄기로 이루어진 몸을 찢어버렸다. 이브는 덤덤한 얼굴로 타입H의 상태를 살폈다. 녀석은 찢겨진 어깨를 만져보더니 이브를 쳐다보았다. 투구처럼 생긴 머리가 자신을 향했지만 이브는 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곳곳에서 뿌려진 포자가 타입H를 치료하기 전까지!
‘변수.’
이브는 녀석의 어깨가 회복하는 것을 보고 거리를 벌렸다. 가득 흩뿌려진 포자가 타입H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이건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안그래도 회로에 코팅을 했다지만 포자의 침식 정도가 강해서 속전속결로 끝내려 했다. 이젠 그마저도 어려웠다.
‘후퇴해야……’
이브는 계획을 빠르게 수정했다. 전투가 벌어진 직후부터 예상한 최대 시간은 22분. 그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마인드맵을 짜놓았지만 그것을 전면 수정해야했다. 기억 장치에서부터 그걸 전부 수정하기까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브는 탈출 경로를 검토하며 돌아섰고…… 그때 무언가 날아와 그녀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끅……!”
그건 타입H가 집어던진 검이었다. 설마 검을 내던질 줄이야. 그것도 이브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그대로 검과 함께 벽에 쳐박힌 이브는 그 부분을 뽑아내려 발버둥쳤다. 하지만 타입H가 거리를 좁혀오는 것이 더 빨랐다.
‘안돼.’
이대로 기동이 멈춰야 하는 건가. 이브가 처음으로 당혹감을 내보였고, 그대로 그녀의 시야가 꺼져버렸다.
“음.”
프로그램이 다시 기동했을 때 이브는 속박되어있었다. 두 팔이 위로 올려진 채 넝쿨이 휘감았고, 두 다리도 식물 줄기에 묶여있었다. 거기에 몸 곳곳엔 포자가 가라앉아있었다.
‘기동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포자는 코팅을 뚫고 회로에 간섭을 한 듯 했다. 그게 아니면 이렇게 움직이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기어……’
모비와 레비는 어디로 간 건지 전파가 잡히지 않았다. 부서진 걸까, 아니면 신호가 닿지 않는 거리까지 버려진 걸까. 이브는 생각을 정리하며 배를 내려다보았다. 분명 검이 뚫었을 부분이 깨끗하게 수리되어있었다.
‘대체 왜?’
타입H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침입자를 격퇴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 그런데 왜 자신을 이렇게 수리해준 걸까.
‘목적. 정보 수집?’
이브는 기계적인 생각으로 타입H의 뜻을 분석했다. 가장 그럴싸한 건 자신을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빼내는 것. 나소드를 조종하고 엘소드의 형태와 버릇을 흉내낼 정도면 그 정도 지능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포자로 지배하려는 속셈인가. 이브는 넝쿨을 뜯어내려 힘을 주었지만 에너지가 바닥이 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럴 힘이 있었다면 생각할 시간에 벗어났겠지.
“깨어났는가.”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노이즈가 낀 불쾌한 소년의 목소리. 그것 역시 엘소드의 것을 흉내낸 것 같았다.
알테라시아 타입H. 녀석이 이브의 앞으로 걸어왔다. 어깨에 달린 눈동자 같은 것이 꾸물거리며 이브를 쳐다보았다.
“고위 나소드. 일반적인 나소드와 달리 유기체의 구조에 한없이 가깝군.”
타입H는 이브를 분석하듯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어깨에 손을 얹더니 힘을 주었다.
“읏……”
“내가 구현하지 못한 것까지 해냈어. 대단해.”
타입H의 감탄에 이브는 말없이 금색 눈동자로 노려보았다.
“넌 좋은 모체가 될 것 같군.”
모체? 이브가 무슨 소린가 싶어 눈을 가늘게 떴다가…… 타입H의 건너를 볼 수 있었다. 인간…… 그것도 여성체들이 배를 불린 채 혼절해있는 것이 보였다. 그걸 확인한 이브는 놀란 눈으로 타입H를 쳐다보았다.
설마 녀석이 원하는 건……?
“인간에게서 추출한 DNA와 나의 포자, 마지막으로 고위 나소드. 이 정도면 좀 더 강한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강한 개체…… 무의미해. 세 개체 전부 종이 달라. 뭔가 잉태되기는커녕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을 거야.”
이브는 기계적인 말투로 지적했지만 타입H는 듣지 않았다.
“그건 해봐야 아는 일이지.”
타입H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넝쿨들이 이브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브는 저항했지만 넝쿨은 꽤나 집요하게 몸 구석구석 휘저어대기 시작했다.
“교미 전, 무력화.”
그 말과 함께 넝쿨에서 진액이 흘러나왔다. 미끈한 이 액체는 이브의 몸 곳곳에 펴발라졌다. 이브는 그 촉감과 함께 정신이 아찔해지는 걸 느꼈다. 후각 센서조차 마비시킬 정도로 달콤한 향과 피부에서 느껴지는 저릿함은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내부 과열. 센서 이상.’
이브는 이를 악물며 몸을 틀어댔다. 하지만 넝쿨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방향으로 의도하듯 움직여댔다. 마치 낚싯줄에 걸린 고기를 일부러 풀어주다가 당기는 것처럼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쓰게 만들었다.
‘호흡 기관이……’
이브는 숨을 고르려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진액으로 범벅이 된 피부를 쓸어대는 넝쿨 때문에 체온이 점점 올라갔다. 그런데 그것이 극렬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덕분에 호흡은 점점 꼬였고, 이브는 헐떡이면서 넝쿨이 몸을 쓸어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과연. 유기체와 다를 바 없는 반응. 잘 설계된 나소드로군.”
타입H는 감탄하더니 손을 계속 움직였다. 그러자 넝쿨이 좀 더 은밀한 곳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겨드랑이나 쇄골, 옆구리, 배꼽…… 넝쿨은 이제 쓰다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힘주어 누르는 식으로 애무를 시작했다. 자연스레 이브는 아까보다 뜨겁게 달궈진 숨을 토해내며 가슴을 달싹였다.
‘안돼…… 이대로면……’
이브가 이를 물고 몸을 움직여댔다. 그러는 사이 가느다란 넝쿨 하나가 옷 틈으로 파고 들었다. 그건 가슴과 음부를 본격적으로 쓸어댔다.
‘읏.’
이브의 몸은 인간의 것과 다름없었다. 볼록하게 솟은 유방이라던가 탱글한 유두는 물론, 촉촉이 젖어드는 음부까지 잘 구현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타입H가 납치한 여성들에게 하던 짓을 그대로 적용해도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잘먹혀드는 거 같았다.
‘체온 상승……’
얇은 넝쿨이 유두를 휘감았다. 질척하고 질긴 넝쿨이 유두를 조여대니 금세 단단하게 굳었다. 그 상태로 이리저리 기울여대니 이브는 작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흥분 지수 상승…….’
이브는 입술을 꼭 물고 전신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외면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피부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더 강렬해졌다. 단순히 기분이 좋다라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정복당하는 것 같았다.
“순조롭군.”
타입H는 바지에 손가락을 걸고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푹 젖은 하얀 속옷 틈으로 넝쿨이 파고드는 것이 보였다. 물론 이건 이브도 볼 수 있었다. 가슴에 집중하는 사이 어느 샌가 음부까지 도달한 모양이다. 이브는 인상을 찡그리며 아래에 시선을 두었다. 그러자 마치 그 부분의 감각만 확장되는 것처럼, 모든 것이 예민하게 느껴졌다. 팬티 위쪽으로 파고든 촉수는 여덟 개. 사타구니 부분으로 들어오는 건 각각 셋, 넷. 그리고 그것들은 음부 주변의 살로 꾸물꾸물 기어오더니 음부의 균열을 건드려오기 시작했다.
“아……”
넝쿨은 정말 세심했다. 털 하나 없이 매끈한 음부의 겉을 부드럽게 쓸어주는가 하면 갈라진 부분의 선을 따라 문지르기도 했다. 이브는 가랑이 사이가 간질거려서 허벅지를 맞대며 비비적거렸다. 그렇다고 해서 음부를 건드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좀 더 집요하게 음부를 간질여대는 것 같았다.
이브는 입술을 씹어대며 넝쿨을 피하려고 몸부림쳤다. 하반신을 뒤로 쭉 뺀다든지, 허리를 빙빙 돌린다든지…… 떨쳐낼 수 없는 반항을 해댔다. 마치 피해보란 것처럼 약올리는 애무에 이브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으으읏……!”
이브가 고개를 휙휙 저어대며 반항하기를 몇 분. 타입H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다 손을 들었다. 그러자 이브의 몸이 위로 들려졌다. 두 팔은 머리 위로 들려지고 다리는 양쪽으로 활짝 벌려졌다. 그 민망한 자세로 허공에 고정되니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타입H는 바지 겉을 쥐어 잡더니 산성 액체를 분비했다. 그러더니 힘주어 뜯어내버리고는 팬티도 마찬가지로 잡아뜯어버렸다.
고스란히 드러난 음부는 진액으로 질척거린다는 걸 빼면 깨끗했다. 이렇게 다리를 활짝 벌렸는 데도 틈새가 살짝 벌어지기만 하고 입이 꽉 다물렸고…… 조금도 사용한 흔적이 없었다. 물론 타입H에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이브가 변이체 산란에 적합한가를 알아보는 것. 그걸 위해선 완전한 무력화가 필요했다.
쯔걱-
타입H의 겹쳐진 두 손가락이 음부를 찔러 들어갔다.
“흣큭?!”
이브가 상체를 웅크리며 다리를 당겨오려 했다. 질내는 애무로 인해 애액이 제법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질의 입구는 너무 비좁았다. 거기다 긴장으로 경직된 구멍은 2개뿐인 손가락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타입H는 손가락을 조이는 구멍을 꾹꾹 누르며 휘저어보다 천천히 빼냈다.
“아직인가.”
타입H는 손가락에 묻은 애액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브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화들짝 놀랐다. 진액과는 다른 색상의 체액. 그건 분명 자신의 음부에서 분비된……
‘아니야……!’
여성체에서 흥분했을 때 분비된다는 체액. 이브는 고개를 저어댔다. 방금 음부에 손가락을 넣어서, 그 반응으로 애액이 나온 것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계속 되는 애무에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특히 양옆으로 음부를 활짝 벌리고 구멍 어림을 집요하게 눌러댔을 때는 입에서 침이 흐르는 걸 자제하지 못할 정도였다.
“학…… 흐윽!”
타입H는 느긋하게 이브의 흥분을 지켜보았다. 이미 몇 번이고 겪어본 여성체였으니 어디를 건드리면 좋아할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흥분을 하는지도…… 전부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건드리지 않은 한 곳. 마냥 흥분으로 달았을 가장 강력한 성감대를 노리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적기!
얇은 촉수는 충혈된 음핵을 휘감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애무로 흥분이 극한으로 달은 그녀의 몸은 성감대를 건드리는 순간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다.
‘과, 과한 전기 신호……! 윽!’
이브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음핵에서부터 치고 오는 쾌락은 다른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 흑……! 안돼……!’
어찌된 것인지 음핵에서부터 오는 신호는 강렬했지만 다른 것을 묻어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 오는 쾌락 신호를 좀 더 돋보이게 도와주었다. 쾌감의 평균이 올라갔다. 이건 이브에게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아아! 아흑!”
이브는 지금까지 내지 않던 신음을 크게 터뜨렸다. 그걸 본 타입H는 다시 음부에 손을 갖다댔다. 이번엔 손가락을 하나만 넣고 구멍을 따라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마치 질 구멍을 확장시키는 것처럼, 타입H는 느긋하게 음부를 넓히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이 무의미한 게 아니란 걸 증명하듯, 이브의 음부는 유연하게 늘어났다. 손가락 2개도 벅찼던 구멍은 점점 넓어져서 그 이상을 넣어도 괜찮아보였다.
그랬기에 타입H는 지체하지 않았다. 평소 하던 대로…… 다리 사이에서 넝쿨이 솟아나오더니 남성의 성기가 만들어냈다. 타입H는 그대로 이브의 몸을 높이에 맞게 내리더니, 음경을 음부에 갖다댔다.
쯔걱-
미끌거리는 두 개의 성기는 천천히 결합되었다. 진액과 애액이 맞물리며 나오는 질척한 소리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동시에…… 이브의 시스템을 과부하시켰다.
‘안돼, 이건…… 이건 위험해……!’
그녀의 머릿속에서 생각이란 것이 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건 탈출 작전이나 분석이 아닌…… 오감으로부터 느껴지는 정보의 수집이었다.
화끈거리는 피부를 느끼고, 달큰하게 변한 침을 맛보며, 서로 연결된 하반신을 내려다보고, 질척대는 소리를 듣고, 아찔해지는 진액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거기서 오는 쾌락에 심취해있었다. 외면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음부를 가르고 풀어진 구멍을 넓혀가며 짓쳐들어오는 음경에 온 신경이 쏠려있었으니까!!
“좋군.”
타입H는 그 말을 끝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쉽게 미끄러지는 음경은 귀두로 질벽을 긁어댔다. 파고 들고, 빠져 나오고, 그런 움직임으로 한 번도 쓰지 않은 이브의 질내를 왕복했다. 그것이 들락날락하며 오는 쾌감…… 그건 단순한 섹스였다. 그걸 인지하고 있는 이브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교미…… 대상 개체의 남성기가 내 동체의 여성기와 결합했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촉수는 섹스가 시작된 뒤로 그녀의 몸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뭉쳐질만한 곳을 힘있게 눌러주었다. 물론 유두나 음핵같은 성감대를 자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애무…… 가슴을 포함한 성감대에 지속적인 자극…… 위험해…… 정말로…… 쾌락 신호가…… 중첩되고 있어……!’
이브는 눈을 서서히 뒤집기 시작했다. 그만두어야 한다는 의지와 기분이 좋다는 본능의 충돌이 만들어낸 이상 현상! 그리고 그건 애액의 방출과 함께 해소되었다.
“흐극…… 흐윽……!”
이브는 앓는 소리를 내며 타입H의 몸에 애액을 흩뿌렸다. 타입H는 그걸 보더니 허벅지를 붙들고 본격적으로 허리를 흔들어댔다. 이브의 몸이 밀어내는 반동으로 밀려날 정도! 그렇게 얼마간 섹스를 이어가던 타입H는 그대로 이브의 질내에 정액을 쏟아부었다.
‘질내사정 감지…… 다량의 정액이 투하…… 인간이었을 때 임신할 확률 72%……’
이브는 그렇게 자잘한 계산을 하면서 서서히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타입H와의 첫 섹스는 그녀의 기절로 마무리되었다.
그 이후 이브가 정신을 차릴 때면 타입H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질펀하게 섹스를 벌였다. 이브는 몇 번이고 탈출을 한다던가 타입H에 대해 분석을 하려 시도했지만 번번이 막혀버렸다. 마치 섹스말곤 다른 생각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안돼……’
그렇게 며칠이 지나 이브의 배가 조금씩 부풀기 시작했다. 그건 타입H의 정액으로 부른 것이 아니었다.
‘생명체 잉태.’
분석 결과를 내놓은 이브는 황당했다. 서로 다른 종이 결합해서 뭔가를 낳을 수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고, 바라지 않는 결과였다. 그래서 이브는 틈을 노렸다. 타입H는 배가 부르기 시작하는 걸 보고 더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뺏어가지도 않았다.
이브는 지금이 기회란 생각에 기어들을 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일단 혼자서 나가야 해.’
이브는 우선 주변을 확인했다. 그리고 기억해둔 지도에서 가장 흡사한 곳을 맞춰가며 탈출 경로를 찾아내고 있었다. 그러다 뱃속에서 꿀렁이는 느낌에 주저앉았다.
“읏……!”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타입H로부터 잉태된 생명이 발버둥치고 있었다. 이브는 고민 끝에 눈을 감고 엘의 에너지를 움직였다. 그리고 그걸로…… 뱃속의 생명을 공격했다. 당연히 갓 만들어진 생명체는 얼마 못가 축 늘어졌고, 이브는 덤덤한 얼굴로 다시 탈출 경로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찾았다.’
옷을 되찾을 생각도 못하고 탈출구라 생각되는 곳으로 내달렸다. 묶여있는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였지만 그녀가 도와줄 처지가 아니었다. 지금 이브가 할 수 있는 건 무사히 탈출해서 지원군을 부르는 것! 그랬기에 이브는 달려갔다.
쾅!
그때 타입H가 길을 막아섰다. 이브는 이를 꽉 물고 다리를 차올렸다. 깔끔한 돌려차기였지만 힘이 온전치 않은 그녀의 공격은 쉽게 막혀버렸다. 타입H는 그녀의 발목을 붙잡고 배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이브를 위로 던져버리고…… 떨어지는 그녀의 배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크학……!”
이브의 몸이 꺾이며 축 늘어졌다. 충격으로 기절해버린 이브의 다리 사이로 뭔가가 주륵 흘러내렸다. 죽어버린 생명체가 타입H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타입H는 그걸 내려다보다 이브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깜빡……
이전처럼 흐릿해진 시야가 천천히 돌아왔다. 다만 이번엔 조금 다른 장소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차가운 철제 의자. 그리고 손목과 발목을 구속하고있는 철제 수갑. 그걸 내려다본 이브는 고개를 쳐들었다. 타입H, 그가 가만히 서있었다.
“아직 순종적이지 못하군.”
누가 그런 걸로 순종할까. 겁탈당하고 강제로 이상한 생물까지 갖게 됐는데! 애초에 육체의 흥분은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것이었으니 이브가 납득할 수는 없었다.
타입H는 이브를 삿대질 했다.
“그럼 방식을 바꿔보지.”
“무슨……”
타입H가 손가락을 튕기자 의자 뒤쪽에서 주사기가 연결된 장치들이 하나둘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브는 자신이 앉아있는 것 역시 나소드란 것을 깨닫고 몸을 바둥거렸다. 하지만 단단히 속박되어있는 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만히 있는 게 좋다.”
타입H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사기가 그녀의 목과 가슴, 아랫배를 찔렀다. 따끔하단 생각도 잠시 얼마 안가 몸에 불을 댄 것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체온 상승. 위험……!’
이브가 놀라서 바둥거리는 사이 타입H가 그녀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말했다.
“소리를 내면 약효가 떨어진다.”
그렇게 말을 하더니 갑자기 유두를 꼬집어당겼다. 그러자 이브가 눈을 부릅 뜨며 머리를 흔들어댔다.
‘아, 아, 아……!’
일순간 그녀의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이전부터 느껴왔던 모든 쾌락이 부정당하는 압도적인 감각! 감각 회로가 과부하에 걸려 제 기능을 못할 정도의 쾌감이었다. 이브는 잠깐 느꼈던 화이트 아웃에서 벗어나자마자 놀란 얼굴로 타입H를 쳐다보았다.
“그 인간들과 같은 얼굴이로군. 그리고 그들과 같은 반응. 정말 훌륭하게 만들어진 나소드다.”
타입H는 그렇게 말하면서 반대쪽 유두를 손가락으로 탁 튕겼다. 그러자 이브는 마찬가지로 정신이 순간 끊어질 쾌락을 느끼며 발버둥쳤다.
“이대로 직행하지. 개발한다.”
“읍……! 으읍! 읍으-!!”
이브는 눈동자를 굴리며 몸부림쳤다. 하지 말라고, 그러면 정말 망가져버린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하지도 못한 채…… 기계팔이 다가와 그녀의 온몸을 만져댔다.
“그으읍-!!”
이브가 할 수 있는 건 수없이 정신이 꺼지고 켜지길 반복하며, 타입H의 손에 꽉 막힌 신음을 내는 게 전부였다.
개발. 말 그대로 개발이었다. 이브의 신체는 계속되는 정신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업그레이드한 코드가 그녀의 몸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시스템 코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쾌락을 받아들여도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정신 계통을 확장하는 일이었다. 덕분에 많은 쾌락 감각을 받아도 정신이 꺼지거나 할 일이 없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과하게 흘러오는 쾌락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회로를 늘려갔다. 그래서 중간에 마비가 되거나 하는 일이 없어졌다.
이런 내부의 변화는 겉으로도 확연히 드러나게 되었다. 그녀의 피부는 이전보다 훨씬 예민해졌고, 금세 흥분했다. 잠깐 잠깐 기절하던 것도 괜찮아졌는지 머리를 흔들어대며 발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타입H는 기계팔을 거두고 이브를 마주보았다.
“이 정도면 괜찮군.”
이브는 눈물을 쏟으며 숨을 할딱였다. 약물에 반응한 시스템 코드가 이뤄낸 결과. 그건 음란하기 짝이 없게 변해버린 몸이었다. 그야말로 섹스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이브의 모든 감각은 쾌락에 집중하게 되었다.
‘아…… 아아…… 아……’
이브는 소리조차 못내고 타입H를 보았다. 타입H는 그녀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다 놓아주았다.
“그럼 이제 길들여야겠군.”
“길…… 길들……”
이브는 멍하니 타입H의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뜻이 뭔지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흐아아아!”
이브는 드세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의자에 속박된 채 다양한 자세로 괴롭혀졌다. 두 다리를 하늘로 뻗은 자세로 음부와 항문이 동시에 쑤셔지는가 하면, 가만히 앉은 상태로 느릿하게 애무하기도 했다. 어쩔 때는 네 발로 엎드린 자세로 음부를 들쑤시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이브는 격렬한 신음과 함께 애액을 분수처럼 뿜어댔다.
“싫어엇! 흐아아앙……!”
이브가 몸을 뒤틀면서 애액을 뿜어댔다. 얼마나 시원하게 절정을 맞이했는지 애액만이 아닌 소변까지 흩뿌려댔다. 그렇게 가버리는 와중에도 애무가 멈추지 않았기에 이브는 입술을 씹어대며 고개를 꺾어댔다. 그야말로 숨통이 턱 막히는 쾌락의 지옥이었다.
“아…… 아아……!”
이브는 눈물, 콧물을 흘려대며 늘어졌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이브에게는 다양한 자세와 애무가 주입되었다. 그야말로 쉴 시간 따위는 주지 않았다.
‘살려줘…… 제발……’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브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개조된 이브의 몸을 개발하겠답시고 온갖 장치를 부착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만져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나중에는 로터를 붙여 진동에 길을 들여주다, 지금은 유두와 음핵에 흡착기를 붙여주었다. 성감대에 집중적으로 발휘되는 흡입력에 이브는 눈을 까뒤집은 상태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아…… 아…… 아아……”
이따금 움찔거리는 것을 보며 타입H는 그녀의 속박을 풀어주었다. 그러더니 이전처럼 발기한 음경을 밀어넣었다.
“앗…… 앙……!”
애액으로 푹 젖은 질내는 너무도 가뿐하게 그의 음경을 받아들였다. 거기다……
퓻-
한 줄기의 애액이 쏘아졌다. 고작 삽입만으로 가볍게 가버린 모양이었다. 타입H는 애액이 말라붙은 부드러운 허벅지를 쥐어잡고 허리를 흔들었다.
“이제 낳는 일만 남았어.”
이브는 그 어떤 말도 못하고 입을 삐죽이며 타입H를 쳐다보았다. 지금 그녀에겐 숨쉬는 것도 힘들었다. 그랬기에 그 어떤 저항도 못하고 의자 등받이에 밀쳐지며 타입H와 섹스를 이루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타입H는 이브의 질내에 정액을 단단히 먹여두고 음부를 막아두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 그녀의 배는 조금씩 부풀기 시작했다. 본래 출산에 에너지를 쓰게 하기 위해 따로 추출하지 않았던 것도, 온갖 애무로 소진시키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브는 임산부처럼 배가 부푼 상태로 절정해대기 바빴다. 그리고 그녀도 모르는 사이 잉태한 것을 낳아버렸다.
“하아…… 하아……”
그 잠깐의 순간 모든 애무가 멈추었다. 거기다 뱃속에 있던 것이 빠져나간 해방감 덕분에 이브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녀가 본 건…… 타입H 아래에서 꾸물거리고 있는 무언가였다. 기계와 같은 관절을 가졌지만 둥그런 몸뚱이는 생물체 같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박힌 커다란 눈과 늘어진 식물 줄기는 마치 알테라시아와 같았다.
“아……”
변이체. 이것 말고 명명할 단어가 없었다.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될 변종! 이브는 그걸 본 순간 이를 꽉 물며 눈을 부라렸다.
‘변이종.’
타입H는 그걸 내려다보다 다시 이브와 몸을 포갰다. 그는 다시 한 번 섹스를 벌였고, 이브는 간신히 되찾은 이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상당히 감도가 개발된 이브의 몸은 단순한 섹스만으로도 미치기 직전까지 몰아세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넝쿨이나 기계팔의 애무가 더해지게 되니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어떻게든 그것에 익숙해지고자 노력하기를 며칠…… 몇 마리의 변이체를 낳고나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그건 타입H도 마찬가지였다.
“충분하다.”
각기 다른 변이체들의 결과를 보며 타입H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더니 그녀를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설마 이제 끝인 걸까. 이브는 차라리 자신을 끝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은 바람으로 끝났다. 이번에도 기계가 가득한 곳에 도착했다. 문제는 그 주변에 서있는 나소드들이었다. 포자에 침식되있는 건 이제 당연했다. 그런데 어째서 녀석들이 인간형이었으며, 다리 사이에 남성기가 달려있을까.
“이제부터 넌 변이체의 생산 공장의 모체가 될 것이다.”
“그게…… 그게 무슨……”
타입H는 그렇게 담담한 한 마디를 남기고 그녀를 실험대 같은 곳에 눕혔다. 그리고 두 팔다리를 활짝 벌리게 속박해버렸다. 다리 사이엔 누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었다. 그것의 목적은 달리 생각할 수 없었다.
“안돼……”
타입H는 그녀의 절규를 들어주지 않았다.
“안돼……!!”
그가 나가자마자 나소드들이 다가왔다. 녀석들은 속박된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주물러댔다. 그 중 하나는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묵직한 음경을 갖다댔다. 타입H의 것과는 달리 굵고 길어, 마치 연료 주유구 같았다.
“이거 놔…… 이러면 안……!”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음경이 파고 들었다. 우둘투둘한 음경은 질벽 곳곳을 자극하며 지나갔고, 그녀의 음부를 압박해왔다.
“히으으윽!”
이브는 작게 신음을 터뜨리다 몸을 떨었다. 나소드는 정말 기계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입력된 행동을 따르는 것처럼 그 어떤 감정도 없는 것 같았다. 섹스 후 사정. 그녀의 질내에 정액이 자리잡기도 전에 다음 나소드가 섹스를 시작했다.
푹- 푹-
그렇게 이브는 수 십 대의 나소드에게 겁탈 당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뿜은 정액으로 변이체를 다수 잉태하게 되었다.
“흐윽…… 낳기 싫어…… 나오지마아……!”
이브는 산처럼 부푼 자기 배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하지만 뱃속의 변이체들은 어떻게든 나오겠다고 발버둥쳤다.
“안돼…… 싫어……!”
그녀의 비명과 함께 나소드들이 그녀의 팔다리를 붙들었다. 그리고 한 녀석이 배를 꽉꽉 눌러댔다.
“아아……!!”
그러자 질구멍을 넓히며 변이체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이브는 상체를 뒤틀어가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변이체의 출산을 막을 수 없었다. 자그마치 13마리에 이르는 변이체를 낳은 이브는 기운 빠진 얼굴로 늘어졌다.
허무함. 그녀는 타입H에게 붙잡혔을 때 이상의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나소드들이 비어버린 음부에 음경을 겨누고 다시 섹스를 시작하니…… 이브는 입술을 깨물었다.
‘절대……’
이브는 속박된 상태로 눈을 부라렸다.
‘절대 이대로 당하지 않을 거야……!’
쮸웁-
이브의 앵두같은 입술이 오물거리며 뭔가를 빨아들였다. 그건 나소드의 음경이었다. 녀석들은 학습 기능이라도 있는 건지 언제부터인가 그녀를 속박하지 않았다. 마치 정말로 난교를 하는 것처럼 음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곳을 건드려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입이었다. 이브는 저항하면 강제로 목구멍 깊이 박아댄단 걸 깨닫고 스스로 입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캉한 혀로 귀두를 핥아주다 입안에서 터지는 정액을 고스란히 삼켰다.
“으쿡……”
처음 바닥에 그걸 토해냈을 때, 그걸 쓸어 담아 음부에 집어넣은 적이 있었다. 차라리 이렇게 해서라도 조금이라도 질내사정을 덜 받아야겠다 생각했다. 이따금 손으로 문질러주기도 하고, 겨드랑이에 비벼오는 걸 조여주기도 했다.
그녀의 몸은 그야말로 섹스에 적응하다 못해 진보해가고 있었다.
쯔각-
이브는 자기 밑에 깔려있는 나소드가 음경을 빼내려 하자 따라서 일어났다. 그러자 다음 나소드가 밑으로 자리를 잡고 그녀의 골반을 잡아내렸다. 이미 정액으로 가득 찬 질내로 음경이 파고 들었다. 정액과 애액이 뒤섞인 액체는 이전보다 질척한 소리를 내며 비벼졌다.
“후우…… 흣……!?”
그때 엉덩이를 만지는 손이 있었다. 이브는 샐쭉하니 눈을 흘기더니 직접 손을 뒤로 뻗어 엉덩이를 잡았다. 그리고는 양옆으로 벌리며 예쁜 색으로 빛나는 항문을 뻐끔거렸다. 그러자 엉덩이를 만지던 나소드가 그녀의 항문에 음경을 비벼댔다. 타입H가 뿌려대던 정액이나 진액과 같은 것이 발려져 있던 덕분에 무리 없이 뒤쪽에도 삽입이 가능했다.
“흐…… 으읏……!”
이미 질내로 밀려들어온 음경과 장내로 삽입된 음경이 서로 비벼졌다. 그 사이에 끼인 살이 문질러지는 느낌은 새로웠다.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빙글 돌릴 정도로!
“하아……”
이브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 사이 두 나소드는 자리를 잡고 번갈아가며 허리를 흔들어댔다. 앞에서 밀려들어오면, 뒤에서 빠져나가고…… 뒤에서 밀려들어오면 앞에서 빠져나가고…… 두 개의 음경은 쉬지 않고 그녀의 속을 휘저었다.
쯔걱- 쯔욱-
그렇게 들쑤시는 도중에 다른 나소드가 그녀의 앞에 섰다. 그러더니 입에 음경을 물려주었다. 이브는 입맛을 다시다 귀두부터 천천히 집어삼켰다. 이 나소드까지 더해지니 움직임은 좀 더 능률적으로 변했다. 마치 톱니바퀴 돌 듯이, 나소드들은 순차적으로 음경을 넣고 뺐다.
“으구우……”
이브의 몸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음경을 넣고 빼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나소드들은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출렁이던 이브의 몸을 사용하던 나소드들은 한순간 음경을 밀어넣었다. 이브의 앞뒤는 물론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허리가 반쯤 꺾인 이브는 그 상태로 모든 사정을 받아냈다.
“크흡! 큭……!”
입안에서 터지는 정액이 넘쳐서 코로 흘러나올 정도였다. 거기다 나머지 나소드의 체내 사정으로 아랫배가 볼록 나오게 되었다.
“흐웁…… 흑……”
이브는 입을 가리고 꼴깍거렸다. 비릿한 맛은 최대한 무시하며 곧장 삼킨 뒤…… 다음 나소드들을 받았다. 그렇게 몇 기의 나소드와 섹스를 했는지 모른다. 물론 변이체를 잉태하고 낳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것이 대여섯 번 정도 반복되어 익숙해질 때 쯤……
“어……?”
등 뒤에서 나소드가 가슴을 쥐어짜고 있을 때, 이브는 자신의 분홍빛 유두 끝에 뭔가가 맺힌 걸 보았다. 그건 틀리지 않았다면…… 모유였다. 이브가 그걸 멀뚱히 내려다보는 사이 나소드는 가슴을 부드럽게 주물러댔다. 그러는 사이 다른 나소드가 가슴에 한쪽씩 달라붙어 유륜을 꼬집고 유두를 잘 풀어주었다. 그 자극 덕분인지 이브는 이를 딱딱 부딪쳐댔다. 그러는 사이 그녀의 가슴에선 모유가 주륵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안 좋은 징조였다. 왜냐하면 이브에게 새로운 일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브는 상체를 숙인 자세로 두 팔이 허공에 고정되었다. 이건 가슴을 가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양쪽 가슴에는 젖을 빨기 위해 변이체가 매달려 있었다. 애초에 이걸 낳는 걸 싫어하는 그녀에게 수유는 달갑지 않은 행위였다.
“흐읏……!”
이브는 흐려진 눈으로 자신의 가슴을 힘차게 빨아대는 변이체를 내려다보았다. 녀석들은 그저 젖만 먹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혀로 유두를 튕겨대거나 이로 잘근대면서 애무까지 해댔다. 그러는 사이 나소드들은 순서대로 그녀의 뒤에 섰다. 이브의 두 다리는 벌려진 채로 위로 고정되었다. 어찌 보면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자세로 고정된 이브는 수유에다 섹스, 그리고 출산까지 감내해야했다.
“아…… 아아……”
이브는 신음을 내며 이를 악물었다. 변이체들은 배불리 젖을 먹고 떨어져나갔다. 나소드들은 기계적으로 섹스를 끝마치고 음부를 막아두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변이체들은 다시 잉태되어 출산되었다.
“적응했군.”
“적응해……?”
이브가 멍한 얼굴로 자신에게 들린 말을 따라했다. 타입H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이브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부분이 교미에만 집중하더군. 자신이 무슨 짓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그게 무슨……”
“너 역시 같다는 소리다.”
그 말에 이브의 가슴이 쿵 울렸다.
“무슨……”
“교미를 즐기고 있지 않나.”
즐겨?
“역시 충분히 개발한 보람이 있었군.”
아니야.
“그럼 지금처럼만 해주도록.”
아니야!
“아니야.”
이브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
“그럼 왜 저항하지 않지?”
“그건-”
이브의 생각이 더 나아가지 못했다.
어째서 탈출하려고 애쓰지 않은 걸까. 언제부터 도망칠 기회를 엿보지 않게 된 걸까. 어느 샌가 이 생활에 적응해버린 걸까. 대체 왜……?
설마……
정말로……?
“그건……”
“축하한다. 변이체의 모체여.”
이브는 멍하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타입H의 말에 정신을 놓아버리려던 순간……
“이브!”
“어딨나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환청이 아니었다. 폭발음과 함께 누군가 이브가 있는 곳에 들이닥쳤다.
“어떻게 이런……”
“금방 구해줄게!”
아이샤와 레나. 두 여인이 보였다. 이브는 둘을 보다 속박이 풀리자마자 레나에게 안겼다.
“어쩜 이런……”
“걱정 마 이브. 엘소드 그 녀석이 이상한 녀석이랑 싸우고 있으니까……”
구출되었다. 이브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잠깐 쉬고 싶습니다.”
“얼마든지 쉬어.”
레나의 다독임에 이브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가슴 한 켠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을 애써 무시하며……
차박-
불량배들이나 모일 법한 뒷골목. 그곳에선 우락부락하고 험상궂게 생긴 남정네들이 낡은 박스나 더러운 바닥에 앉아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찾아온 한 여인이 있었다.
황금색 눈동자에 긴 백발의 여인. 이브, 그녀가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이브는 숨을 할딱이면서 불량배들을 쳐다보았다.
비상식적인 체온의 상승. 비정기적인 발작. 그것 때문에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부디……”
이브는 멍하니 긴 상의를 들었다. 이제보니 그녀의 하반신엔 아무것도 걸쳐져 있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곤 눈부신 은발처럼 반들거리는 허벅지와 음부가 전부였다. 그걸 본 불량배들이 다시 한 번 이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부디…… 교미해주시겠습니까?”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