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 이교도와 강철의 여인
Added 2021-04-08 11:03:05 +0000 UTC탓-
도시의 안전을 수호하는 아이언 패트롤. 이들이 출격한 이유는 다름 아닌 광신도의 제사 때문이었다.
[ 아르타 경위. 현 위치 보고. ]
[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 ]
현 아이언 패트롤을 이끌고 있는 제스 아르타 경위. 그녀는 높게 묶은 은색 포니테일을 흩날리며 어느 건물 앞에 내려섰다. 경찰 제복에 반바지로 개조하여 입고 있는 그녀는 덤덤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를 따라온 패트롤 병사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눈앞의 제스란 인물은 광신도와 전면 전쟁을 해온 영웅 중 하나였다. 단신으로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고 아군을 위험으로부터 구출한 등 서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강화 인간의 실험으로 강해진 그녀의 육신은 괴물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랬기에 어떤 무장 없이 의복 정도만 걸치고 출동한 것이다. 지금의 제스에게 무장은 거추장스러운 장신구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제스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최소한의 의복만을 착용한 채 임무에 나섰다. 그리고 강화 플라스틱으로 무장한 병사들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표적은 랑다르 교! 차단막에 표기된 문양을 확인하고 전부 척살해라!”
“네!”
오십의 병사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고 저마다 헬멧 전면부에 떠오른 그림을 확인했다. 일제히 소총을 장전한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건물로 뛰어들었다. 제스는 인이어 이어폰으로 그들의 보고를 들으며 천천히 진입했다.
평범해 보이는 회반죽 건물이었지만 이곳은 평소 패트롤을 애먹이던 광신교의 거점이었다. 기이한 힘을 부리면서 패트롤은 물론 일반 시민조차 무참히 살해하는 괴이한 신도들. 그들은 신을 부르겠다면서 사람을 뒤섞어 괴물을 만들거나 육체를 끔찍하게 뭉개놓았다.
그 참상을 떠올린 제스는 인상을 구겼다. 자신을 전투 경찰로 키우겠다며 온갖 실험을 자행한 정부와 겹쳐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정부에 소속된 몸. 비슷하게 보인다고 비교하고 까내릴 수 없었다.
[ 알파. 신도 다섯 사살. ]
[ 감마. 괴물체와 조우. ]
[ 베타. 신도 일곱 사살. 하나 포획. ]
속속들이 들어오는 보고에 제스는 덤덤한 얼굴로 나아갔다. 그러다 주먹을 휘둘러 벽에서 튀어나온 괴물을 짓뭉갰다.
쾅!
사람이 되다 만 것처럼 생긴 괴물은 형체도 제대로 못남기고 벽과 함께 박살났다. 제스는 한 치의 표정 변화도 없이 다시 복도를 거닐었다.
옛날 같았다면 ‘크리처’들에게 동정심이라도 품었겠지만 지금의 제스는 달랐다. 비록 전에는 인간이라 했을지라도 랑다르 교에게 잡아먹힌 이상 그냥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생긴 것도 인간이 아니었으니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이번 퇴치 역시 괴물사냥일 뿐이야.’
제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패트롤들이 들이닥친 곳을 훑어보았다. 작은 방에서 사살된 신도도 있고 방 안을 가득 채운 괴물의 형상도 있었다. 민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괘념치 않았다. 그것까지 신경 쓰며 싸우다가는 부하를 잃을 위험이 있었다.
제스는 점점 무감각해지는 자신을 보며 지하로 들어섰다. 지상에는 더 이상 생명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딘가로 빠져나간 흔적도 없으니 남은 건 지하뿐이었다. 어쩌면 이미 마법을 써서 달아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현재 아이언 패트롤은 마법에 대응할만한 기술이 없었다. 그저 화력으로 찍어누를 뿐. 그래서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몰랐다.
그러니 제스를 위시한 대원들이 출동한 것이었다.
‘이 나라를 위해서니까.’
제스가 계단으로 내려왔을 때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하 깊숙한 곳에 새겨진 마법진에 대해 얘기하며 제스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어차피 전투 병력인 그들이 조사해봐야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나마 이 교단과 몇 번이고 싸워온 제스에게 맡기는 게 훨씬 나았다.
제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군말 없이 방으로 들어섰다. 지독한 피 냄새. 시체는 물론 흉측한 괴물도 몇 번이고 만나온 제스였지만 표정이 풀릴 줄 몰랐다.
지금 이곳을 가득 메운 피의 정체 때문이었다. 단순히 피비린내만 나는 게 아니었다. 군데군데 차오른 냄새는 익숙한 것이었다.
‘생리혈로 그린 마법진?’
제스는 코를 막고 시선을 돌렸다. 피의 양을 보니 족히 몇 십, 몇 백을 희생해서 짜낸 모양이었다. 말라붙은 것까지 합하면 희생자의 수는 더 나올 것이다. 그런데 시체는 없었다.
‘끔찍한 새끼들.’
제스는 속으로 욕을 뇌까리며 앞으로 나섰다. 마법진이 있다는 건 여기서 무슨 의식을 하려 했다는 것! 그래서 이걸 박살내려고 주먹을 그러쥐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서자마자 땅이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바닥이 쿵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제스의 몸이 아주 깊은 지하로 떨어졌다.
‘뭐……’
제스의 판단력은 빨랐다. 어두운 공간으로 추락하면서도 주변을 인지하고 무엇을 할지 결단을 내렸다.
팟-
제스는 허공을 가볍게 허우적거리며 몸의 균형을 바꾸었다. 그렇게 공중에서 자세를 바꾼 제스는 벽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몇 번의 도약으로 무너진 땅 위로 올라선 제스는 곧장 누군가의 공격을 받았다.
퍽!
둔탁한 소리에 뒤로 날아가던 제스는 가볍게 내려앉았다. 그녀의 눈앞에는 4개의 팔을 달고 있는 기괴한 남자가 서있었다.
“신을 위해 죽어라.”
그는 히히덕거리면서 3개의 손을 뻗었다. 그러자 투명한 기운이 제스를 덮쳐왔다.
빡!
제스는 두 팔을 교차했다. 팔이 짓눌리는 아픔과 함께 몸이 뒤로 물러났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반죽이 되어버렸을 수준! 그래서 제스는 인이어를 통해 대원들을 호출했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뭐지?’
방해 전파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지시를 무시할 정도로 제스가 호락호락한 건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신의 이름으로! 캬하-!!”
광신도는 4개의 손을 번갈아가며 움직였다. 무형의 힘은 사방에서 제스를 몰아붙였다.
“쯧……!”
제스는 그의 손짓과 본능만으로 투명한 공세를 막아냈다. 그러면서 연락이 끊긴 대원들의 상태를 추측했다. 설마 눈앞의 남자 하나에게 다 전멸한 건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복병밖에는 없을 터.
일단 그걸 알기 위해서는 눈앞의 적부터 쓰러뜨려야했다.
탓-
제스는 손의 움직임을 보며 빈틈을 찾아냈다. 다음 공격으로 이어지려는 그 순간 제스가 몸을 날렸다.
뻑!
남자는 당황해서 손을 모았다. 하지만 투명한 힘이 밀어내기도 전에 제스의 주먹이 먼저 도달했다.
절명! 제스의 힘으로 광신도는 그대로 폭사했다. 제스는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천장을 보았다.
*
“오오, 올라왔군.”
제스가 지상으로 도착하자 머리에 뿔이 달린 남자가 반겨주었다. 그가 깔고 앉은 건 제스와 함께 출동한 대원들의 시신이었다.
제스는 어떤 질문도 없이 남자에게 덤벼들었다. 그러자 남자는 태연하게 웃으면서 제스의 주먹을 잡아채고 바닥에 팽개쳤다.
“커헉?!”
등이 아릿해지는 충격! 제스는 간만에 느껴보는 고통에 눈을 부릅떴다. 공격을 막은 것도 놀라울진데 그는 제스에게 충격적인 피해를 주었다. 그저 팽개쳤을 뿐인데도 호흡이 꼬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때 남자는 제스를 끌어당겨 천장으로 내던졌다.
하지만 제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천장에 부딪치기 직전 두 발로 디디는데 성공했다. 그러더니 그대로 천장을 박차고 남자에게 쏘아졌다.
“어쭈?”
남자는 이번에도 손을 휘둘렀다. 제스가 내뻗은 주먹을 잡으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제스는 갑자기 주먹을 거두고 두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그러더니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몸을 뒤틀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제스의 힘은 약하지 않았다. 그리고 작정하고 힘과 기술을 섞어 남자의 팔을 잡았다. 남자는 그 상태로 엎어치려는 제스의 힘에 휘말렸다.
콰당탕!
단숨에 위치가 역전된 남자는 멍하니 제스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쓰러졌다는 걸 인지하기도 전에 제스가 발을 들어 그의 가슴팍을 내리찍었다.
“커헉!”
둔탁한 소리!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충격과 소리가 건물을 울렸다. 제스는 그 한 번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서너 번은 더 발로 찍고나서야 그의 옆구리를 뻥 걷어찼다. 남자는 벽에 처박혔고 다시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제스가 거리를 좁혀 그의 배에 주먹을 꽂았다.
퍽- 콰작!!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던 벽면에 금이 쩍쩍 갈라졌다. 동시에 남자의 몸이 꽂히면서 박살나버렸다.
콰당탕-
그러고도 아직 힘이 남아 남자가 시체가 가득한 공간을 나뒹굴었다. 제스는 가볍게 손목을 털며 그를 노려보았다.
이 정도로 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방심하지 않고 엎어진 남자를 노려보았다.
“와…… 랑다르 교를 위험으로 몰고 간다더니 제법이네.”
남자는 태연하게 일어나며 옷에 묻은 핏자국과 살점을 털어냈다. 그의 태연한 태도에 제스는 주먹을 그러쥐었다.
설마 피해가 아예 없을 줄 몰랐다. 결코 약하게 때린 게 아닌데도 제대로 된 상처 하나 없을 줄이야. 제스로서는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대원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제스가 이를 드러내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지금 여기서 그를 막아야 했다.
부하들을 잃어서 생긴 복수심 때문이 아니었다.
그를 막지 못해 생겨날 엄청난 희생에 대한 정의감 때문도 아니었다.
강자를 꺾고 싶다는 호승심도 아니었다.
그저…… 이유 없는 혐오감.
그저 본능적인 거부감에 이끌려 눈앞의 남자를 쓰러뜨리고 싶었다.
어떤 이유도 없었다. 제스는 다시 남자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돌진하자마자 제스의 몸은 의지를 잃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콰당탕-
남자는 흙먼지에 뒤덮인 제스를 보며 웃었다.
미지의 힘. 마법. 아무리 제스가 강하다 한들 이것에 저항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 힘은 과학으로 분석할 수 없었다.
‘방금 그건 뭐지?’
제스는 갑자기 균형 감각을 잃었다. 앞으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샌가 몸이 기울어져 있었다. 제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일어나더니 다시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남자가 어느 새 제스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뺨을 쩍 때렸다. 제스의 고개가 옆으로 팩 꺾이면서 몸도 기울었다. 남자는 휘청대는 제스의 앞으로 다가서더니 그녀의 배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잘 단련된 복근도, 강화된 핏줄도 아무 소용없었다. 뱃속을 뒤흔드는 충격은 단번에 뇌까지 직격했다.
제스는 헛구역질이 치솟았다. 모든 신경이 뒤엉키고 뱃속을 찢어버리는 격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참아내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남자는 피식 웃으며 제스의 손을 낚아챘다.
“꽤나 귀여운 반항이야.”
제스는 손목이 잡힌 즉시 다리를 휘둘렀다. 이번에 남자는 손목을 놓아버리고 발목을 잡아챘다. 그러더니 그러진 주먹을 내뻗었다.
뻑!!
이번에 주먹이 직격한 곳은 다리 사이였다. 정확히는 벌려진 다리 때문에 바짝 댕겨진 사타구니 사이, 바지와 팬티로 보호받는 음부였다.
음부에 얻어맞은 순간 제스가 비명을 지를 뻔했다. 배를 얻어맞을 때와는 달랐다. 숨이 턱 막히고 뱃속이 찌릿거리는 아픔과는 격이 달랐다.
무려 급소다. 그저 살만 있는 게 아니라 뼈가 직접 닿고 있고 신경까지 짓눌렸다. 무엇보다 내장까지 혼재되어 있었다. 제스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제정신을 차리고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남자의 반격이 더 빨랐다.
빡!
빡!!
빡-!!
무자비한 주먹질이 시작되었다. 남자는 제스의 한쪽 다리를 들고 음부를 난타했다. 그 충격으로 바지와 팬티가 찢어지고 음부가 벌개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제스는 뱃속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아픔에 눈을 크게 떴다.
몸은 허공에 매달린 채 제대로 반격도 못하고 린치를 당했다. 당연히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악……! 아윽……! 아악-!!”
남자는 제스의 괴로운 비명을 들으며 전율했다. 아랫도리를 빳빳하게 세우면서 침을 질질 흘렸다.
강인한 여인의 애처로운 소리는 남자를 기쁘게 만들었다. 특히 교단을 위험으로 몰고 간 제스의 나약한 모습은 가학심을 자극했다. 그냥 약한 녀석을 괴롭히는 것보다 훨씬 즐거웠다. 그랬기에 남자는 음부가 거의 짓뭉개질 수준으로 두들겨 패고 나서야 주먹질을 멈췄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피조차 나지 않았다. 대신 피멍이 들어서 검붉게 물들었다.
남자는 엉망진창이 된 음부를 내려다보다 제스를 보았다. 제스는 흐릿해진 눈으로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리 하나에 매달려 축 늘어졌다. 긴 머리칼이 빗자루처럼 늘어지고 기절한 물고기처럼 오들거렸다.
말로 못할 충격이었다. 온갖 실험을 견뎌온 제스였지만 어째선지 남자의 주먹질을 버텨낼 수 없었다.
“벌써 정신을 놓으면 안 되지.”
남자는 제스를 팽개쳤다. 제스는 땅바닥에 그대로 팽개쳐지면서 마른 기침을 뱉었다.
콱!
남자는 제스의 아랫배를 짓밟았다. 배와 음부를 맞은 충격이 아직 잔재해서 그런지 뱃속이 진창이 되는 느낌이었다.
“커흐…… 으윽……”
남자는 제스의 배를 담배 끄듯이 뒤꿈치로 짓밟았다. 제스는 그런 남자의 종아리를 붙잡고 격렬하게 기침했다. 그저 발로 밟아서 그렇다기에는 그녀의 반응이 너무 강렬했다. 곧 그녀가 괴로워하는 이유가 나왔다.
치이이익-
발이 닿은 부분에서부터 매캐한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제스의 입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아아악-!!”
제스는 눈을 부릅뜨고 남자의 다리를 때렸다. 배에서 작렬하는 열기는 농담이 아니라 살이 찢기는 느낌이었다. 이윽고 남자가 발을 떼니 옷이 대부분 불타고 아랫배에 낙인이 남았다. 마치 여성의 자궁을 단순화한 듯한 문신이 새겨졌다. 제스는 파르르 떨면서 배 위에 새겨진 붉은 문신을 보았다.
“끄윽……”
제스는 껄떡거리면서 숨이 넘어갈 듯 했다. 폭력으로 인한 잔재가 가시기도 전에 작열통이 덮치는데 누가 멀쩡할까. 게다가 몸에 새겨진 해괴한 문신은 그녀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저 아파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어질거리면서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그것이 문신의 영향이란 건 알지 못했다. 지금 제스의 배에서 열기가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대체…… 뭔 짓을……”
“그 잘난 몸뚱이를 조금 바꿔주었지.”
겉으로 변한 건 없었다. 남자도 굳이 뭐가 바뀌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어차피 차차 알게 될 일이었다.
남자는 제스를 그냥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쉽게 죽일 생각도 없었다.
재밌어 보이는 장난감을 찾았다. 이제까지 무료한 삶에 조금의 여흥이 더해지는 것이다.
“과연 지금까지의 제물보다 재밌을지…… 기대 되는 걸.”
남자는 웃었다.
그는 랑다르 교가 신봉하는 악마들 중 하나. 초자연적인 자. 어떤 제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탐욕의 존재. 사악함의 근원지이자 악의의 집합체.
그는 자신의 표식을 새긴 제스를 끌고 떠나갔다.
*
제스는 몽롱한 정신 속에서도 악마가 어디로 끌고가는지 보고 있었다. 이따금 시야가 뿌옇게 변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직은 건물 내부인 듯 했다. 그렇게 질질 끌려가던 제스는 어딘가로 내던져졌다. 제스는 땅바닥에 긁힌 등짝이 따끔거려서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다 등과 엉덩이에 닿은 게 의자란 걸 알았다.
“이건 뭐……”
제스는 조금씩 돌아오는 시야에 주변부터 살폈다. 악마는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제스는 의자에 앉혀진 채 가구 하나 없는 텅 빈 방에 놓였다.
제스는 벌떡 일어나려다 어지러움증에 다시 의자에 앉았다. 아직 악마에게 당한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가 무슨 짓을 당할지 몰랐다.
두려운 건 아니었다. 그저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배에 새겨진 문신이 무슨 역할을 하는 건지 알아야 했다.
악마의 린치로 가슴 아래로는 스타킹, 신발 빼고 싹 벗겨졌기에 그녀의 늘씬한 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널찍한 골반이나 잘 빠진 배가 보였고 건강해보이는 피부 위에 새겨진 해괴한 문신까지 보였다.
제스의 손이 그 문신을 매만졌다. 아직 따끔거렸다. 문신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도움을 청해야 하나.’
제스는 아직 멀쩡한 인이어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그만두었다. 지금 상황에서 지원군을 불러봐야 큰 희생만 생길 뿐이었다. 어차피 누군가는 다치게 될 거, 구태여 희생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
‘됐어. 차라리 이걸로 다행이야.’
제스는 눈을 지그시 뜨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이렇게 끝이 난다면 적어도 나와 같은 실험체는 생기지 않겠지.’
왠지 모를 가슴 속의 반항심. 아이언 패트롤에 충성하기로 했다지만 가슴 한복판에 반항의 불씨가 피어있었나보다. 아니면 극한의 상황에 몰리니 본심이 나온 걸지도 몰랐다.
어쨌든 제스로서는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갖기로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큰일이 벌어질 걸 알지 못했다.
설마 지금 있는 방 곳곳에서 벌레들이 기어나오고…… 그 벌레들이 자신을 공격할 줄 누가 알까!
제스는 느릿한 안개처럼 몰아치는 벌레떼를 보며 눈을 부라렸다. 절대 평범한 벌레들이 아니었다. 그걸 인지하자마자 빠르게 의자 위에 올라서서 녀석들을 노려보았다.
벌레떼는 단숨에 방바닥의 반 이상을 채워버렸다,
사가각-
‘전부 밟아야 하나.’
제스는 벌레떼가 의자까지 덮기 직전에 결론지었다. 방 밖을 탈출하기에는 전투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 곧장 공격하지 않은 건 벌레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콰작!
제스는 의자에서 뛰어내리자마자 녀석들을 짓밟았다. 한 발자국으로 짓이겨진 벌레들은 끈적하게 뭉개졌다. 제스는 녀석들이 다리를 타고 오르기 전에 빠르게 두 발을 움직였다.
푸쟉- 빠작- 콰작-
소리는 정말로 끔찍했다. 벌레들이 짓이겨지는 건 소리도, 형태도, 촉감도 굉장히 소름끼쳤다. 그러나 아무리 밟아도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그때 벌레 몇 마리가 제스의 몸을 타고 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여린 살갗을 깨물었다.
“쯧……”
악마와의 싸움에 비하면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게다가 몇 마리 되지도 않았기에 그냥 무시하고 짓밟는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방문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나아갔다. 녀석들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대로 나가면 될 거라는 생각에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러면서도 발은 멈추지 않았다.
철걱-
당연한 것처럼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제스는 주먹에 힘을 주고 문을 때렸다.
퍽!
“윽……?”
뭔가 이상했다. 이 정도 문은 부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부서지지 않았다. 몸이 약해진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움직일 생각조차 안했을 것이다.
잠깐 멈칫거리는 사이 벌레떼가 다리를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제스는 짜증을 내며 벌레를 쳐냈
“윽!?”
제스는 놀라서 움찔 떨었다. 뱃속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분명 벌레들은 전부 쳐냈다. 한 두 마리가 어떻게 기어들어온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벌레들이 뒤로 물러났다. 제스는 어리둥절해져서 두리번거렸다.
벌레들은 목적을 달성한 건지 우글거리며 물러났다. 제스로서는 녀석들의 침입을 이해하지 못했다. 설마 벌레 몇 마리가 그녀의 피부를 찢고 애벌레를 깠으리라 생각했을까. 그 얇은 애벌레가 핏줄을 타고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가 알을 깠단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녀석들의 변덕과 약해진 자신의 힘에 의아해할 뿐이었다. 제스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얌전히 의자에 앉아 체력을 회복하기로 했다. 지금 현재 상태도 분석할 겸……
그리고 이러는 사이 뱃속으로 침투한 애벌레는 착실히 제스의 뱃속에서 성장했다. 조금씩 꾸물거리며 그녀의 속을 파헤치다가 자궁 안으로 파고 들었다. 살을 갉아먹고 들어가 안쪽에 스며든 실 같은 애벌레는 얼마 안가 손가락 굵기로 자라났다. 이상하게도 제스의 살을 조금씩 갉아먹어도 크게 표가 나지 않았다. 이건 악마가 그녀의 배에 새긴 문신 때문이었다.
모든 힘이 재생력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애벌레는 적당히 축축하고 따스한 데다 먹을 것도 풍족한 둥지에서 자라날 수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어마어마하게 알을 까기 시작했다.
이게 불과 몇 분도 안 되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자궁의 한구석을 채운 알은 단숨에 부화하고 어마어마한 수의 애벌레를 만들어냈다. 그 애벌레들은 다시 살을 파먹고 알을 깠고 그 알에서 애벌레가 태어났다.
이 순환이 10분도 안 되어서 완성되었다. 당연히 제스는 영문 모를 얼굴로 배를 감싸며 앓는 소리를 냈다.
‘뭐야……’
하필 쑤시는 곳의 위치도 문신이 새겨진 부분이었다. 그래서 악마가 새긴 문신의 영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뱃속에서는 착실히 일이 터지고 있었다.
“끄읏……”
20분 경과. 벌레는 자궁을 가득 채울 정도로 넘쳐났다. 당연히 녀석들이 갉아먹는 살도 많아졌다. 빠르게 재생된다고는 하나 그 아픔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제스는 배를 부여잡으며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뱃속에서 꾸물거리는 느낌은 정말 끔찍했다. 이따금 배 위로 그 흔적이 보이기까지 했다.
‘대체 뭐가 있는 거야……!’
제스는 입술을 깨물면서 온몸을 비틀었다. 지금 여기서 뱃속을 두들긴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렇다고 해부를 할 수도 없었다.
제스가 헐떡거리고 있는 사이 벌레는 점점 그 수를 늘려갔다. 종국에는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 게 보일 정도가 되었다. 제스는 부푼 배를 부여잡고 신음했다. 벌레로 부푼 배였기에 뱃가죽 위로 부글거리는 게 그대로 보였다. 그리고 태동 마냥 손바닥을 밀치는 벌레들의 움직임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끔찍하다……! 지금 자신의 뱃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라도 정말 끔찍한 기분이었다. 악마가 배를 때렸을 때 그 충격이 잔류하는 것보다 더 소름끼쳤다. 아픔까지 동반하는 기괴한 느낌을 떨쳐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몸이 무거워졌다. 제스는 휘청거리다가 그대로 앞으로 주저앉았다.
철렁-
부푼 배가 흔들리면서 그 안에 갇힌 벌레들이 자극을 받았다. 녀석들은 미쳐 날뛰었고 제스의 배는 물이 과다하게 주입된 풍선마냥 출렁거렸다.
“끄윽……! 아악……!”
제스는 배를 짓누르며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벌레들은 자궁에서 안되겠다 싶었는지 그대로 질로 옮겨갔다. 하지만 끊임없이 증식하는 통에 수가 줄지 않았다. 이따금 벌레들이 질의 여린 살결을 날카로운 갑각으로 가르면서 튀어나와도 그녀의 배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제스는 벌레가 가득 찬 느낌은 물론 녀석들이 기어나오는 기괴한 느낌까지 같이 느껴야 했다. 음부로 삐져나온 벌레들을 본 제스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이게……?”
제스는 허겁지겁 손톱만한 녀석들을 잡아서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고 발로 콱콱 짓밟으면서 이를 까득 물었다.
대체 언제 알을 심었는지 생각할 새도 없었다. 질 구멍을 간질거리며 기어나오는 벌레들이 사타구니, 허벅지로 전파되었다. 제스는 질색하면서 벌레들을 털어내고 하나하나 밟아죽였다. 그러다 뱃속에 얼마나 많은 벌레가 있는지 생각이 미쳤다.
“무슨 꿍꿍이야 대체!”
제스는 어딘가에서 악마가 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이렇게 소리치면서 벌레들을 하나하나 떼내고 짓밟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몸이 거칠게 움직이고 배가 출렁였다. 당연히 방금처럼 벌레들이 난동을 부렸고 뱃속이 진탕되었다.
“끄윽…… 끅……”
제스는 얼마 못가 배를 끌어안고 주저앉았다. 음부에서 벌레가 기어나오는 괴랄한 느낌이 멈추지 않았다. 꼭 벌레를 배설하는 기분이었다. 이따금 벌레들과 함께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이나 이제 막 태어난 애벌레도 섞여 나왔다. 바닥에 즐비한 찐득한 시체와 애벌레, 알의 진액은 정말 징그러웠다. 그게 자신의 몸에서 나왔다는 걸 누가 쉽게 받아들일까. 음부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도 싫은데 뱃속에 얼마나 있는지 상상하면 더 소름이 끼쳤다.
이대로 힘을 주면 전부 빼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제스는 쪼그려 앉은 채 힘을 주었다. 근육에 힘을 주니 복통이 더 심해졌다.
“아윽…… 윽…… 으윽……! 나와……! 나오라고……!”
제스는 이를 악물면서 두 팔로 배를 끌어안으며 짓눌렀다. 그렇게 힘을 주니 방금보다 벌레들이 더 많이 쏟아졌다.
“아으윽……! 아악……!”
제스는 괴로워하면서도 힘주는 걸 멈추지 않았다. 벌레들은 빠져나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이었다. 근육에 밀려나는 걸 버티려고 날카로운 발을 걸고 갑각을 비비적거렸다. 그 덕분에 질은 조금씩 밀려나갔다. 질 구멍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돌출되기 시작했다.
질이 삐져나오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제스는 수그러드는 배를 보며 숨을 껄떡거렸다. 배가 부풀면서 내장이 짓눌리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그런데도 뱃속이 낭자되는 착각이 들었다.
다행인 건 부푼 배가 이전보다 수그러 들었단 점이었다. 제스는 몇 번 힘을 주고나서야 탈진해서 주저앉았다. 그녀의 엉덩이 밑에는 죽거나 죽기 직전의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불쾌한 움직임에 뭐라할 기력도 없었다.
제스는 지친 얼굴로 고개를 수그렸다. 그제야 자신의 아랫도리의 상황이 보였다. 젖은 걸레처럼 질의 일부가 음부에서 돌출되어 축 늘어진 게 보였다. 제스는 육체적 피로에 급격한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시야가 흐려졌다.
제스는 눈꺼풀을 닫았다. 그리고 이 모습을 외면하려 했다.
*
제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머리가 띵했다. 왜 그런가 싶어서 눈을 뜨니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두 다리는 밧줄이 단단히 묶인 채 활짝 벌려져 있었다. 상체는 당연히 기절한 상태여서 축 늘어졌으니 제스의 몸은 T자 형태가 되었다.
제스는 끙끙거리며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배는 빵빵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불러있었다. 기절한 그 사이 뱃속의 벌레는 다시 늘어난 모양이었다. 제스는 그거에 짜증을 내기 전에 자신이 묶인 상태를 보았다.
“후우…… 후……”
제스는 허벅지가 땡기고 아파서 짜증이 치밀었다. 양쪽으로 힘껏 당겨진 밧줄 때문이었다. 그 상태에서 체중이 사타구니 쪽에 쏠려있으니 탈구될 것 같았다. 사타구니가 뻣뻣해진다고 느낄 때쯤 무언가가 쿵쿵 걸어왔다.
거꾸로 보이는 덩치는 3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았다. 몇 번이고 봐왔던 크리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근육이 과하게 부풀려진 덩치는 한 손에는 두꺼운 쇠뭉치를, 다른 손에는 망치를 들고 있었다. 그 옆에는 악마가 서있었다.
“작업이 잘 됐네.”
악마는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그는 제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제스가 으르렁거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악마에게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악마는 그녀의 힘빠진 주먹을 맞고 배로 돌려주었다.
뻐억-!
푸샥-
악마의 주먹이 제스의 배에 작렬했다. 제스는 헛구역질을 하며 격하게 기침했다. 그녀가 침을 튀겨가며 기침하는 것처럼 제스의 음부에서도 애액과 함께 벌레의 진액이 튀면서 벌레들 일부가 튀어나왔다.
“머리가 없는 건지.”
악마는 주먹을 떼지 않고 그대로 꾹꾹 눌러댔다. 제스는 입을 쩍 벌린 채 파르르 떨었다. 악마는 콧방귀를 뀌며 덩치에게 턱짓했다. 녀석은 쿵쿵거리며 다가오더니 제스의 음부에 쇠기둥을 갖다댔다.
제스는 끅끅거리다가 음부에 닿는 차가운 금속질에 눈을 크게 떴다. 팔뚝만한 쇠기둥과 망치를 번갈아본 제스는 녀석이 무엇을 할지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쇠기둥을 바로 세우고 망치를 머리 위로 든 걸 보았을 때 직감했다.
“뭐야…… 무슨……”
“자, 힘차게.”
악마는 덩치의 등을 착 때리며 돌아섰다. 그러자 덩치는 씩 웃으면서 망치를 그대로 내리쳤다.
쾅!!
커다란 망치가 쇠기둥에 작렬했다. 크리처의 힘은 괴랄했다. 콘크리트는 악력으로 깨부술 힘이 고스란히 쇠기둥에 처박혔다. 제스는 음부에서부터 내리 꽂히는 충격에 눈을 크게 떴다. 쇠기둥의 끝이 뭉툭하다고 하나 충격이 대단했다. 좁디 좁은 질 구멍을 억지로 열고 들어갈 기세로 처박힌 기둥은 다시 한 번 망치질을 당했다.
꽝!
“아아아악-!!”
제스는 2번째 망치질에 비명을 질렀다. 그 무식한 힘으로 밀린 쇠기둥은 질 구멍을 열어젖혔다. 골반을 억지로 벌리고 끝부분이 파고 들게 했다. 원래대로라면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으깨져야 정상이었지만 제스의 몸은 평범하지 않았다. 원체 강한 몸이 재생력이 폭등하게 됐으니 어떤 충격에도 망가지지 않았다. 아니, 망가져도 금방 고쳐졌다.
문제는 쇠기둥이 박힌 채로 재생이 됐단 점이었다. 다리가 뜯어질 듯이 당겨지고 질 구멍에 사람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 확장되었다. 단 2번의 망치질로 질을 가득 채운 쇠기둥은 자궁 입구를 짓눌렀다. 당연히 그 안에 있던 벌레들이 격렬하게 날뛰었다.
“까으윽……! 끄윽……!”
제스는 근육이 짓눌리고 뼈가 벌려지는 아픔 속에서 벌레들의 난동을 받아내야 했다. 그래서 망치질이 멈추고도 비명을 멈출 수 없었다. 제스가 고개를 저으며 괴로워하는 동안 덩치는 망치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꽝!!
자궁 입구를 단단히 막고 있는 쇠기둥은 무지막지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 제스의 몸이 고무가 아닌 이상 쇠기둥이 튕겨져 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벌레가 가득 들어찬 자궁 입구를 억지로 열고 들어가 단숨에 자궁을 짓뭉갰다.
제스는 입을 쩍 벌린 채 허리를 활처럼 휘어댔다. 자궁을 직격하고 남은 충격은 제스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여기에 기둥이 파고 들면서 내장이 짓눌리는 고통까지 더해졌다. 한계까지 벌려진 제스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부릅뜬 두 눈은 갈피를 못 잡고 꾸물거리다가 질끈 감겨졌다.
소리를 참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너무 아파서, 가슴까지 짓눌릴 격통에 폐의 공기까지 빠져나가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제스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입으로 내장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덩치는 다시 망치를 들었다. 분명 쇠기둥은 더 박힐 데가 없었다. 이미 반 이상이 들어가 자궁까지 침범한 상태였다. 그 안의 벌레들까지 짓뭉개지고 가슴 사이로 기둥의 흔적이 도드라졌다.
제스는 손을 덜덜 떨면서 위로 들었다. 그리고 가슴 사이에서 불룩해진 배를 보았다. 그리고 그걸 쥔 순간……
쾅!!
제스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자궁에 맞닿은 쇠기둥이 그대로 그녀의 전신에 충격을 전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공간이 있을 때 망치질을 한 건 괜찮았다. 하지만 완전히 들어간 상태에서 망치가 처박히니 잠시 그녀의 의식이 끊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제스는 몇 초 만에 다시 깨어났다. 실신하자마자 덩치가 다시 망치질을 해버린 탓이었다. 그녀의 끊어진 의식이 극렬한 고통에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강제로 기상하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아…… 아…… 아……”
제스는 말을 잃었다. 언어 능력이 퇴화한 건지 앓는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몸 곳곳에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뱃속이 제일 아팠다. 서늘하고 차가운 쇳기둥이 자궁을 억지로 벌리고 들어왔다. 근육이 찢어지는 아픔과 아직 낫지 않은 통증이 뒤섞이며 헛구역질을 하게 만들었다.
쇳기둥이 파고 든 만큼 모든 내장이 짓눌렸다. 특히 위장과 폐가 뭉개지면서 숨을 쉴 때마다 아팠다. 제스는 눈을 파르르 떨면서 덩치를 올려다보았다. 거꾸로 선 제스의 눈에 망치를 든 덩치의 모습이 거꾸로 보였다.
“크흐흐-”
덩치는 음흉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망치를 들었다.
“안”
제스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덩치는 무차별적으로 망치로 기둥을 후드려 팼다. 더 들어갈 데도 없는 쇳기둥은 한 번 박히고 스멀스멀 다시 올라왔다. 자궁이 밀려나면서 어느 정도 안쪽으로 파고 들었지만 원래 몸뚱이까지 꿰뚫을 수 없는지 다시 삐져나왔다. 그러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 건지 덩치의 망치질은 제스가 기절하고 깨어나기 반복하게끔 미친 듯이 두들겨졌다.
쾅! 쾅! 쾅! 쾅!
제스는 흐릿해진 눈으로 낭창거렸다. 뱃속을 뒤집어 놓을 충격이 전해질 때마다 제스는 바닥을 향해 입을 벌리며 침이며 토사물을 뱉어냈다. 심지어 위액조차 역류할 정도로 속이 짓눌린 제스는 눈을 감지도 못한 채 기절하고 말았다.
덩치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악마는 쇳기둥이 불가능한 형태로 박힌 걸 보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 큭큭 웃으면서 제스의 기괴한 모습을 보며 자위를 했다.
“굉장해…… 정말 재밌다니까.”
악마는 제스의 가슴과 얼굴에 정액을 뿌려놓았다. 그리고 히죽거리면서 꿈틀거리는 배를 보았다.
“이제 다음 일을 해야겠지?”
악마는 개운한 얼굴로 말했다. 음부에 쇳기둥이 박힌 제스는 바닥에 내려졌다. 그리고 어딘가로 끌려나갔다.
*
“끄으윽……!”
제스는 두 팔과 다리가 구속당한 채 허공에 묶여 있었다. 그녀가 괴로운 소리를 낼 때마다 바닥에 철퍽거리면서 벌레떼가 쏟아져내렸다. 제스의 음부에 쳐박힌 쇳기둥에서부터 쏟아진 벌레였다. 알고 보니 이것이 속이 비어있는 관이었고 이곳을 통해 제스의 배에서 증식한 기생충이 쏟아지고 있었다.
제스는 살아있는 벌레의 둥지이자 공장이 돼버렸다. 제스는 아직까지 뻐근한 골반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사지가 붙들린 상태에서 무거운 철관을 박히기까지 했으니 엄청나게 힘겨웠다. 그녀를 더 힘들게 한 건 골반뼈 위에 박힌 굵직한 나사못이었다. 그냥 철관을 박아두면 흘러내린다는 이유로 그녀가 실신한 틈에 못을 박아 고정시켜버렸다.
덕분에 철관은 빠지지도 않고 벌레만 신나게 뽑아낼 수 있었다.
“흐윽…… 흑…… 으으윽……!”
제스는 주먹을 그러쥐며 이를 악물었다. 이 지긋지긋한 고문 행위도 금방 끝나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갔다가는 분명 자신이 죽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몰라도……
그렇게 제스는 뱃속을 갉아먹고 태어나는 벌레들을 산란했다. 이따금 철관을 타고 애벌레가 툭툭 떨어지기도 했다. 제스는 힘겨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그저 멍하니 매달린 채 괴로운 소리를 냈다.
“잘 지내고 있나?”
악마가 찾아왔다. 그는 히죽거리면서 겁에 질려있는 여자들을 줄줄이 달고 나타났다. 여자들은 제스의 모습을 보며 주저앉거나 작게 비명을 질렀다. 철관이 삽입된 채 벌레가 흘러나오는 공장이 된 제스의 모습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누가 이 모습을 보고 제정신일 수 있을까.
“선물을 가져왔어. 널 해방해주려고 말이지.”
“후욱…… 훅……”
제스는 악마를 노려보았다. 악마는 입꼬리를 당겨 올리며 웃었다.
“왜? 선물이라니까? 믿지 못하겠어?”
악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턱짓했다.
“지금 내 가랑이 사이에 박힌 걸 이것들에게 박아넣을 거야. 지금 네가 할 일을 이 여자들에게 시킬 생각이거든.”
“히, 히익?!”
“싫어……!”
“사- 살려주세요……!”
여자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제스는 흐릿한 눈으로 그녀들을 보았다.
“……날 대신한단 소리냐?”
“그렇지. 그러니 선물이지.”
제스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더니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 말을…… 믿을 거 같아……?”
“이런, 직접 보여줘야 믿을 건가? 일단 끌고 가.”
“싫어! 싫어-!!”
“아아악-! 죽고 싶지 않아!!”
크리쳐 하나가 여자들을 끌고 갔다. 그 후 악마가 제스에게 말했다.
“한 마디만 하면 돼. 선물을 받겠다고 하면 널 풀어주고 대신 저 여자들이 네 일을 수행할 거야. 그 벌레들이 꽤나 중요한 재료거든. 증식은 쉬운데 마땅치가 않아서 말이지.”
악마는 꽤나 감미로운 제안을 건넸다. 힘겨워하는 제스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그만큼 지금 이 위치는 힘겨웠다. 뱃속에 벌레들을 품고 그걸 낳는 모체의 역할이라니. 아픔은 둘 째 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깎이는 기분이었다.
“푸흐……”
제스는 순간 솔깃했던 자신이 우스웠다. 그래서 코웃음을 쳤고 악마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알량한 자존심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건 희생양을 만들어내면서까지 편해지기 싫어서였다. 특히 생명 존중이라고는 눈꼽 만치도 없는 랑다르 교에게 손을 빌리다니.
그 점이 마음에 든 것일까. 악마는 허리를 젖히며 큰 소리로 웃었다.
“크하학!! 그래! 그런 선택을 하겠다 이거지!! 널 구해주는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아주 미쳤구만! 으하하-!!”
악마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다 싹 정색하며 말했다.
“뭐, 달라지는 건 없지만 말이야.”
악마는 돌아섰다. 그리고 제스의 시간 감각이 흐려질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
제스는 벌레의 모체에서 내려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벌레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햇빛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계는 당연히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바닥에 발이 닿으니 제스의 두 눈이 움직였다. 그녀가 보게 된 건 자신과 같은 행태의 여자였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게거품을 문 채 눈을 까뒤집고 있단 점이었다. 그 모습에 제스의 두 눈이 커졌다. 분명 그녀는 악마가 데려온 여자들 중 하나였다.
“왜?”
제스는 자기 대신에 걸리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이윽고 들린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악마는 얄밉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이고 있었다. 제스는 눈에 힘을 주며 그를 노려보았다.
“너…… 대체……”
“선물을 안 주었을 뿐이야. 본래 목적대로 써야지.”
악마는 빙긋 웃었다. 제스는 뭔가 배신당한 기분에 이를 빠득 갈았다. 악마는 그런 제스를 힐끔 보며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그녀의 반응은 정말 재밌었다. 하지만 이제 슬슬 질리는 판이었다.
“그래서 너는 다른 용도로 쓸 생각이야. 뭐로 쓸까…… 하나하나 써보면 알겠지.”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제스와 눈을 맞추었다. 제스는 배를 부여잡고 휘청이면서 악마를 노려보았다. 눈앞까지 다가왔지만 그를 후려칠 수 없었다. 간신히 서있는 게 고작이었다. 이것마저도 악마의 문양이 없었더라면 말라죽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초췌했지만 몸만큼은 거동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때릴 수 있단 게 아니었다. 음부에 처박힌 철관 때문에 균형도 안 잡히거니와 몸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저 노려보는 게 고작이었다.
“한 대 치겠어?”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히죽 웃었다. 물론 제스가 이런 도발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위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악마를 노려보더니 실신해서 허공에 걸리고 있는 여자에게 몸을 날렸다. 악마는 뒷짐을 지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제스는 어기적거리면서 힘겨운 걸음으로 크리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당연히 그 결과는 참패! 제스의 컨디션이 정상이었다면 크리쳐들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힘까지 빠진 상태에서 지칠대로 지쳤다.
퍽-
크리쳐들은 제스를 쳐내고 그녀의 전신을 두들겨 팼다. 녀석들의 무자비한 구타에 제스는 몸을 웅크리려 했다. 하지만 철관이 박힌 아랫도리 때문에 다리를 접을 수 없었다. 상체는 어떻게 막았다고 쳐도 하체는 무방비해졌다.
퍽- 퍽- 퍽-
“악- 끄윽- 악-!”
제스는 아랫배를 짓밟히거나 관을 걷어차여 비명을 질렀다. 뱃속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음에 크리쳐들은 즐거웠는지 아예 하반신을 집중적으로 구타했다. 녀석들의 힘있고 굵직한 발이 하반신 곳곳을 두드렸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피곤죽이 되었을 폭력 속에서 제스는 실신 직전까지 내몰렸다.
크리쳐들은 제스를 신나게 두들겨 패고 나서야 새로운 벌레 둥지를 걸었다. 그리고 제스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악마가 지시한 곳으로 향했다.
*
“끄으윽-”
제스는 두 눈을 까뒤집은 채 펄떡거렸다. 지금 그녀는 두 팔은 뒤로 묶인 채 비스듬하게 걸려 있었다. 체중은 유일한 지지대인 아랫도리에 쏠려있는 상태! 거기서 제스의 양쪽 유두는 젖가슴이 늘어질 정도로 무거운 추가 걸려있었다. 유두를 관통한 피어싱에 달린 추는 주먹만해서 그 무게가 상당했다. 이 무거움 역시 그녀의 하반신에 부담감을 주었다.
“까으윽……”
제스가 이를 갈면서 고개를 쳐들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에 걸린 무게추 때문에 몸이 기울고 아랫도리가 뻐근해졌다. 하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제스는 결국 상체를 늘어뜨렸다. 쭉 늘어난 유방을 따라 늘어진 유두가 하늘거렸다.
그 모습에 크리쳐 하나가 다가오더니 유두를 손가락으로 탁 때렸다.
“아윽-!!”
크리쳐는 제스가 몸부림치는 모습이 즐거운지 팽팽하게 당겨진 유두를 손가락으로 계속 튕겨댔다. 충혈되다 못해 유두가 끊어질 정도로 당겨진 상태에서 손가락을 튕기니 미칠 지경이었다. 제스는 침을 뚝뚝 흘리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크리쳐는 콧김을 뿜으며 새로운 피어싱을 가져왔다. 유두를 관통한 것보다는 얇았지만 무게추는 훨씬 큰 게 달려있었다.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2개!
크리쳐는 그렇게 들고 온 무게추를 억지로 열린 음부에 갖다댔다. 제스는 유두가 튕겨지느라 괴로워하는 통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 아래쪽에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었을 때 제스가 시선을 내리고 상황파악을 했다.
피어싱은 음핵을 관통했다. 훨씬 무거운 무게추 덕분에 음핵은 평소보다 몇 배의 길이로 늘어났고 당겨졌다. 제스는 손가락처럼 징그럽게 늘어난 음핵을 내려다보며 끅끅 소리를 냈다. 설마 이렇게 놈들의 장난감이 되버릴 줄이야. 하지만 제스의 상상 이상으로 그녀의 취급은 막대하게 되었다.
무게추를 달고 놀리는 건 일상인 수준이었다. 음핵에 달린 무게추를 보며 부랄을 달았다고 손가락질 하는 신도도 우스운 수준이었다.
그렇게 피어싱한 유두와 음핵에 전기선을 연결하여 전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전기 충격의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전류로 달아오른 철관과 피어싱의 열기 역시 만만치 않았다. 살이 익는 수준의 고열에 제스가 비명을 질렀다. 크리쳐들은 고기 냄새에 맛있을 거 같다며 군침을 흘렸다.
어쩔 때는 목을 매달아서 진짜 죽는지 안 죽는지 시험해보았다. 철관과 무게추를 단 그 상태로 말이다! 제스는 혀를 빼물며 죽기 직전에 내려졌다.
“커흑…… 컥…… 커흐흑……”
제스가 헛구역질을 하며 괴로움을 호소하기 무섭게 그녀는 새로운 놀잇감으로 지목 되었다. 쥐를 여러 마리 자궁 안에 넣어보기도 했다. 살아있는 녀석들이 자궁 안으로 들어가더니 몸부림치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살아 움직이는 녀석들은 이빨과 발톱으로 거침없이 버둥거렸다.
그렇게 쥐굴로 한 번 쓰고 나더니 그 안에 신경가스를 투입했다. 자궁이 타오를 정도로 아픔을 느끼고 있을 때 쥐 시체 무더기가 철관으로 쏟아져 내렸다. 뱃속에 쥐가 들어간 것도 끔찍한 데 그것들이 죽어서 철퍽철퍽 떨어지니 죽을 맛이었다.
제스는 서서히 시간을 들여 몸도, 마음도 망가져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크리쳐들과 신도들이 질릴 때쯤 제스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
*
툭-
랑다르 교의 신도가 대충 버린 쓰레기가 통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선 쓰레기는 벌레가 자글자글한 살더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앞서 버린 쓰레기가 있었다. 코 푼 휴지, 마시다 만 아메리카노 컵, 꼬치, 구겨진 캔 등의 쓰레기가 가득 찼다. 그리고 이건 쓰레기통이 아니라 더 넓은 철관이 삽입된 제스의 자궁 안이었다.
“아으…… 아으으……”
제스는 엉덩이가 위로 들린 채 땅에 반쯤 처박혀 있었다. 그녀가 죽지 못하게끔 머리와 하반신만 내놓은 채 콘크리트로 묻어버린 것이다. 그나마 노출된 하반신도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두 발은 머리 양옆에 박힌 채 콘크리트에 말라붙었다. 훤히 드러난 음부는 사람 머리는 우습게 들어갈 넓은 철관이 박혀있었다. 그 주변에는 음료 자국, 담뱃재, 침 등 온갖 오물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쓰레기통이었다. 크리쳐들의 놀잇감으로서 그 역할을 다한 제스는 랑다르 교단의 건물에 처박혀 쓰레기통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런 일을 하게 된지 일 주일 째…… 이따금 쓰레기통을 비워주기는 했지만 쇠집게를 넣어서 휘젓는 바람에 자궁 곳곳에 상처를 입게 되었다. 안 그래도 험하게 다뤄져서 힘겨운 마당에 불순물이 들어간 상태에서 벌어진 상처는 그녀의 재생력으로도 막지 못했다. 덕분에 자궁 곳곳이 부패하고 염증이 생겨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열악해진 환경 때문에 벌레들이 대부분 죽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이 상황이 반가운 건 아니었다. 매일매일 쓰레기가 버려지고 엉덩이나 허벅지에 담배를 비벼 끄는 통에 괴로움은 나날이 더해졌다. 불편한 자세와 한 시도 꼼짝할 수 없다는 속박감 역시 끔찍했다.
제스는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괴로운 소리를 냈다. 그러자 크리쳐 하나가 다가와 그녀의 얼굴을 자근자근 밟아주었다. 큭큭 웃는 모습이 누가 봐도 즐기는 듯 했다. 제스가 억울해서 노려보니 녀석은 얼굴을 한 번 걷어차고 휙 가버렸다.
언제쯤 이 끔찍한 시간이 끝날까…… 제스는 죽지도 못해 살아있는 시간 동안 그 생각을 했다.
차라리 그때 자신을 대신해서 새로운 둥지를 들이라고 했으면 괜찮았을까? 아니면 아이언 패트롤에 충성하지 않고 반란을 일으켰으면 이럴 일이 없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제스의 머릿속에서 온갖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몸이 극한까지 치닫고 정신이 갉아먹히는 수준까지 되니 의롭지는 않아도 악하지 않던 그녀의 성격에 변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변화가 와봐야 늦었다.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제스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쓰레기통으로서 몇 주나 해낸 대가라면서 그녀는 소변기에 비치되었다. 그래봐야 자궁에 쓰레기 대신 소변을 받는 정도였다. 더군다나 안을 세척해주지도 않았으니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더 나은 상황은 아니었다.
쪼로로록-
최악인 점은 이따금 소변이 흘러넘칠 때였다. 그럴 때면 그 더러운 오줌물이 흘러내려서 고약한 냄새가 가득 차올랐다. 그렇다고 속을 비워도 문제였다. 오줌 지린내와 채 비우지 못했던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나는 썩은내가 풀풀 풍겼다.
그 냄새 역시 스트레스에 한 몫 했다. 냄새에 피곤해졌을 코가 시도 때도 없이 헛구역질을 일으키면서 괴로움을 호소했다. 제스가 이 정도인데 다른 신도는 어떨까.
“냄새 나 죽겠어.”
“그러게 말이야. 변기 갈아치울 때가 되지 않았나?”
신도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방에서 그녀의 몸에 오줌을 싸갈기고 있었다. 그것도 제대로 음부를 겨누고 쏘는 게 아니었다. 얼굴이나 허벅지, 엉덩이 등 사방에서 오줌을 싸질렀다. 덕분에 제스의 몸에 지린내가 누적되었다. 그 뜨뜻하고 기분 나쁜 액체로 목욕을 한 제스는 초췌해진 눈으로 허공을 보았다.
“어라, 이거 봐라. 죽은 거 아냐?”
“그럴 리가.”
제스의 상태는 악마에게 보고되었다. 악마는 킥킥 웃으면서 손짓 했다.
“정신이 들어?”
악마는 집게 손가락으로 코를 막으며 손을 흔들었다. 제스는 반응이 없었다. 그 모습에 악마는 손짓을 했다. 그러자 콘크리트에 단단히 박혀있던 그녀의 육신이 쑥 당겨졌다.
“이제 끝인가.”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염동력으로 제스의 몸을 끌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끌려온 길에는 찰랑리면서 쓰레기 섞인 오줌이 흘러넘쳤다. 그렇게 밖에 나온 제스는 처음으로 햇빛을 보았다. 그 빛에 제스의 흐릿한 동공에 초점이 맺힐 때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다.
“그간 고생해줬는데 이걸 그대로 달고 돌려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제스의 몸은 고정되었는데 철관이 당겨졌다. 골반을 관통한 두꺼운 나사못에 고정된 철관이었다. 당연히 그대로 당겨버리면 철관만 뽑히는 게 아니라 그녀의 몸이 통째로 빠져버릴 것이다.
악마가 이걸 모를 리 없었다.
꾸드득-
“아- 아아악-!!”
나사못은 그대로 뼈를 관통했다. 하지만 나머지 근육까지 떨쳐내지 못했다. 그만큼 철관이 우악스럽게 당겨지고 있었다. 철관을 따라 당겨진 질근육이 조금씩 뜯어지는 소리를 냈다. 당연히 제스는 고개를 쳐들며 쥐어짜는 비명을 냈다. 숨소리조차 내기 힘든 상황에서 극한의 고통을 느끼니 바람빠지는 소리가 섞여나왔다.
다름아닌 내장을 산 채로 빼내는 일이었다. 철관이 반쯤 뽑혀져 나왔을 때는 제스의 질도 딸려나왔다. 곳곳에 검게 변질되어 있는 더러운 질은 벌레 시체와 쓰레기가 가득 묻어있었다. 오줌 역시 흘러나왔다.
꾸득- 꾸드득-
질이 거의 다 뽑혀나오고 자궁까지 딸려나왔을 때…… 제스는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죽은 건 아니었다. 다만 초월적인 아픔에 더 견디지 못하고 눈을 까뒤집은 것이다. 그것도 기절한 게 아니었다. 철관이 거의 빠져나오고 자궁과 난소까지 퉁 튕겨져 나왔을 때 제스의 허리가 꺾였다. 배가 하늘에 닿을 기세로 허리를 젖힌 제스는 눈에 흰자만 내보인 채 경련했다.
철퍽-
철관은 그대로 뽑혀져 바닥에 팽개쳐졌다. 관을 따라 나온 질과 자궁, 난소는 더러운 액체를 토해내면서 축 늘어졌다. 그 모습에 악마는 손뼉을 치며 웃더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남겼다.
“굉장한 풍경이야.”
악마의 한 마디에도 제스는 게거품을 물고 있을 뿐이었다. 악마는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말했다.
“그러게 열심히 살았어야지. 악착같이 살았으면 이럴 일도 없잖아. 뭐, 죽이진 않을게.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악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반쯤 태운 담배를 그녀의 자궁에 지졌다. 액체에 덮여있다고는 하나 불이 직접 닿으니 제스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뽑혀져 나왔다고는 해도 아직 그녀의 일부였다. 아프지 않을리 없었다.
악마는 피식 웃으며 발을 들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남은 담뱃불과 함께 제스의 자궁을 발로 짓밟았다.
쯔덕- 쯔덕-
찐득하고 불쾌한 소리와 함께 자궁은 짓뭉개졌다. 그 안에 남은 쓰레기도 함께 으깨지면서 제스의 자궁은 그야말로 쓰레기가 되었다.
“잘 있어.”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뺨을 두드려주고 돌아섰다.
며칠 후…… 제스는 비참한 몰골로 아이언 패트롤에게 구조되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과연 그게 다행이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