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 흑룡과 황룡
Added 2021-04-08 11:04:30 +0000 UTC먼 옛날 검은 비늘의 용과 황금 비늘의 용이 있었습니다. 검은 비늘의 용은 사람을 잡아먹고 피 대신 독이 흐르는 괴물이었습니다. 반면 황금 비늘의 용은 사람을 도와주고 재물을 나누어주는 착한 존재였습니다.
어느 날 검은 비늘의 용이 불길한 구름을 불러냈습니다. 그들은 악마와 부정적인 감정, 끔찍한 세계를 일구어내려 했습니다. 달과 태양이 사라지고 숲이 불탔습니다. 땅이 썩어 문드러지고 건물은 무너졌으며 사람들은 죽어갔습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 왕국과 황금 비늘의 용이 힘을 합쳐 그들을 몰아냈습니다.
그렇게 불길한 검은 용은 처단되었고 왕국은 황금 비늘의 용과 함께 오래오래……
탁-
책이 덮여졌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을 한 손으로 짓이길 정도로 커다란 손은 동화책을 단숨에 우그러뜨렸다.
“행복하게 살았더랍니다.”
나직한 중저음의 목소리. 얼핏 듣는다면 기분 좋은 중후함이겠지만 이걸 듣고 있는 여인에게는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그의 새까만 머리카락과 검은자위의 눈동자를 보면 이해할 것이다. 이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이들의 특성이었다.
흑룡. 블랙 드래곤. 검은 비늘의 용. 마왕의 애완동물. 온갖 이명으로 불리며 몰살당해야 했던 그 종족의 특징이었다.
칙칙하다 못해 어둠까지 삼켜버릴 듯한 모습……! 칠흑과도 같은 생물이었고 주변의 모든 빛마저 삼켜버릴 것 같았다.
“표정이 왜 그러지, 공주?”
반면 이 남자의 반대편에 있는 이는 눈부신 여인이었다. 눈부신 황금빛 머리칼에 피부마저도 밝고 깨끗했다. 존재 자체로도 환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미모 역시 남달랐다.
짙고 선명한 속눈썹. 또렷한 이목구비와 늘씬한 몸.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일그러진 얼굴조차 미술의 한 폭이라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빛과 어둠. 이것만큼 이 남녀와 어울리는 단어가 없었다.
“흑룡의 후손이 남아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나?”
남자의 말은 반쯤 맞았다. 그녀가 알기로 흑룡은 죽었어야 했다. 물론 그녀가 직접 한 건 아니었다. 남자처럼 공주 역시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황금 비늘의 용이 뿌린 후손일 뿐이었다. 다만 이전에 알고 있던 지식이 단번에 부정당하는 상황에 직면하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질 나쁜 장난은 그만 두세요.”
공주는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했다. 그 모습은 남자의 심기를 거슬렀다.
“장난? 장난이라.”
남자는 허공을 노려보다 미간을 찌푸렸다. 평평한 이마에 굴곡이 진 순간 그의 발이 공주의 배를 후려찼다.
“카흑?!”
공주는 힘없이 나부꼈다. 남자는 공주의 머리를 자근자근 밟으며 말했다.
“장난이라니. 멸족한 후손이 마음먹고 세운 계획을 고작해야 장난으로 치부하는 건가.”
남자는 발 아래 깔린 공주를 내려다보았다. 조금만 힘을 줘도 터져버릴 것만 같은 작은 머리. 하지만 날카로운 눈매와 굳게 닫힌 입을 보면 결코 여리지 않았다.
그녀 역시 용의 후손이다. 남자와 비등하면 비등했지 절대 약하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편법을 썼기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독.
아주 훌륭한 암살 수단이자 섬세한 기술이 들어간 독이 그녀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공주만 제압한 게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곁에는 호위병들이 골골거리며 쓰러져 있었다. 공주는 이들의 목숨이 위험할 거란 생각에 섣불리 대항할 수 없었다. 애초에 남자가 주입한 독 때문에 어떤 반항도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공주로서는 그를 막고 싶었다. 게거품을 물고 쓰러진 호위병들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다 그들이 죽을 수도 있단 생각이 조바심을 들게 했다.
공주는 그만큼 이타적이었다. 지금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남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공주의 시선을 알아챈 남자는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크르륵-
그의 목에서 짐승의 울림이 들렸다. 그녀의 가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설사 그게 가식이 아니라 진심이라 하더라도 짜증이 났다.
그 자비를 흑룡 일족에게 베풀었더라면…… 그 헛된 생각이 떠오르자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좆같군.”
그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다 공주의 배를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공주는 격통과 함께 시야가 서서히 꺼짐을 느꼈다. 이윽고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실신했다. 남자는 그런 공주를 어깨에 들쳐멨다. 그러다 근방의 호위병들을 보았다.
“……크후후.”
그는 숨죽여 웃었다. 그러더니 공주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호위병 역시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건 외교를 위해 파견된 주인 잃은 마차와 말들 뿐이었다.
*
공주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눈을 떴다. 차가운 돌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공주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경악했다. 이 어둑한 동굴에서 보인 건 볼이 홀죽하게 패인 호위병들이었다. 그들은 넝쿨에 칭칭 감긴 채 벽 한 구석에 놓여있었다.
“여러분……!”
공주가 경악하며 그들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자 남자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와 그녀를 막아섰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지금 이런 행동이 당신들을 멸족으로 이끌었단 걸 모르겠습니까? 악행을 쌓으면 업보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걸 알고서도 이러시는 건가요?”
공주가 알기로 흑룡은 수많은 생명을 해치고 그 대가를 치렀다. 그런데 유일한 후손으로 보이는 자가 같은 짓을 반복하려 하고 있었다. 그 부분은 공주로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억울하다고 폭력으로 해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적어도 선조들이 남긴 죄악을 씻어낼 생각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것이 올바른 것이고 옳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런 도덕적인 관념은 남자에게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공주의 낯간지러운 훈계를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흑룡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었단 걸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닐 텐데 이 순진한 아가씨는 깊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남자에게 훈계를 하고 있었다.
어찌 신경이 긁히지 않을까. 어떻게 이성을 차릴 수 있을까.
남자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황룡의 후손에서도 손꼽히는 그녀를 어떻게 요리할지 착실히 정리했다. 다른 후손들이 방해를 하러 오겠지만 그 전에 공주를 망가뜨릴 수 있었다.
최대한 비참하게. 최대한 처참하게. 최대한 처절하게. 최대한 애절하게.
“업보. 그래. 아주 좋은 말이야.”
남자는 히죽 웃으며 손을 들었다. 검지를 세운 남자는 호위병 중 하나를 삿대질 했다. 그들은 두려워하는 얼굴로 그의 손끝을 보았다.
“그러면 지금까지 너희 선조가 내 선조에게 벌인 짓을 그대로 돌려받을 차례다. 그게 ‘업보’다.”
“그 무슨 궤변……”
“벗어.”
“네……?”
피슛-
“끄아아아악-!!”
공주가 반문하자마자 그의 손끝에서 검은 기운이 튀어나왔다. 호위병은 검은빛을 맞자마자 괴로운 소리를 내며 몸부림쳤다. 공주는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무슨 짓ㅇ-”
피슛-
“아아아악-!!”
공주가 한 번 더 말을 하기도 전에 검은빛이 쏘아졌다. 그러자 다른 호위병이 전신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자지러졌다. 그걸 본 공주는 벌떡 일어나며 겉옷을 벗어던졌다.
“벗을 테니 그만하세요!”
공주는 그렇게 소리치며 한없이 여린 어깨를 보였다. 지금 그녀는 오프숄더 드레스 하나만을 의지한 숙녀에 불과했다. 갑옷도 없고 비늘조차 없었다. 분명 황룡의 후손이라고는 했으나 인간의 삶을 경유하면서 완전히 인간과 일체화된 모양이었다.
그에 비해 남자는 방금 힘을 발휘하면서 새까만 눈이 주변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송곳니도 길어지고 불길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용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형태였다. 그것도 불길한 괴물 흑룡 그 자체였다.
공주는 겉옷을 벗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분명 그는 이 정도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모를 정도로 단순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나라 최상위층에 있는 몸이다. 공주는 호위병을 힐끔 보았다가 드레스를 만지작거렸다.
찰각-
드레스는 힘없이 허물어졌다. 단숨에 새하얀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은 훌륭한 여체가 드러났다.
군살 하나 없이 쭉 빠진 배와 허리. 적당히 볼륨감을 갖춘 가슴과 엉덩이. 피부 역시 트러블 하나 없이 반짝였다. 부드러워보이는 살을 가감없이 드러낸 공주는 당당하게 서서 남자를 노려보았다.
위축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고귀했다. 속살을 드러내놓고 얼굴까지 붉힌 주제에 물러서지 않았다. 남자는 다른 건 몰라도 그녀의 기개만큼은 인정해줄까 싶었다.
하지만 봐주는 건 아니었다. 남자는 느긋하게 턱짓했다. 그 의미를 알아챈 공주는 흠칫 떨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손은 거침없이 속옷을 향했다.
툭-
공주는 이타적이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질들이 위험할 거란 걸 알았다. 그랬기에 주저없이 속옷을 벗었다.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벗은 공주는 한 팔로 가슴을 가리고 반댓손으로 음부를 가렸다. 손과 팔에 부드럽게 짓눌린 유방과 허벅지가 절로 군침을 돌게 했다.
이 모습은 호위병들에게도 비춰졌다. 서슴없이 옷을 벗은 그녀의 희생은 그들의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공주의 몸은 은근히 욕정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흐드러진 금발과 그 금발이 미끄러지는 등과 도톰한 엉덩이는 원치 않는 흥분을 자극했다.
남자는 어떤 고생도 안했을 법한 예쁜 육신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건 비단 성욕 때문만이 아니었다.
파괴 본능. 지금까지 묵혀온 원한과 감정을 털어내는 원초적인 폭력. 깨끗한 걸 더럽히고자 하는 악독함.
이 가녀린 여인을 어떻게 망가뜨릴까.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눈앞에 무방비하게 차려진 음식을 어떻게 맛볼까. 수많은 계획이 떠올라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푸흐흐. 아주 보기 좋아.”
하지만 공주의 눈에는 한 마리의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전부 벗었어요. 설마 다른 걸 더 요구하실 생각인가요?”
“물론이지.”
남자는 턱짓했다.
“춤 춰 봐.”
공주는 입술을 까득 깨물었다. 그의 무리한 요구는 어디까지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상상하기도 싫었다. 아마 이보다 더한 굴욕을 안겨줄 생각이겠지. 하지만 공주는 사사롭게 자존심에 얽매이지 않았다.
인질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당장 눈앞의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한 나라의 공주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엘리트적인 사고방식이 그녀를 추태로 이끌었다.
공주는 두 손을 떼냈다. 치부가 보이는 건 신경 쓰지 않았다.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붉은기가 도는 유두와 음부가 드러났지만 몸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탓-
신발조차 벗어던진 맨발인지라 돌바닥이 아팠다. 움직일 때마다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아름다움을 과시했지만 치부가 노출된 나신의 음란함이 더 컸다.
톳-
공주는 가벼운 걸음으로 춤을 추었다. 가볍게 흩날리는 사지 사이로 부드럽게 꿈틀대는 살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마냥 여유롭지 않았다.
‘뭐…… 지……?’
육체 단련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몸 곳곳에 땀이 나고 뜨거워졌다. 그 이유는 남자가 사전에 심어둔 독 때문이었다.
몸을 움직이면서 독이 조금씩 그녀의 육신을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독은 그녀의 몸을 뜨겁게 달구고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건 덤이었다. 미약성 독이 공주의 몸을 점점 음란하게 발전시켰다.
“후웃…… 훗……”
공주는 숨이 가빴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발끝에서부터 전기 신호가 타고 올랐다. 그 짜릿함이 전신으로 퍼져나가 피부를 저리게 만들었다. 이 감각은 결코 착각이 아니었고 공주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춤을 멈출 수 없었다. 어떤 트집을 잡혀서 인질을 괴롭힐지 몰랐다.
“흡…… 흣……”
공주는 숨 가쁜 소리를 내면서 춤에 집중했다. 슬슬 온몸에서 땀방울이 배어 나와 흘러내렸다. 움직일 때마다 근육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신경 쓰였다. 특히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속에서부터 간질거리는 느낌이 공주를 괴롭혔다.
그녀는 결국 5분도 추지 못했다. 공주는 벌개진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제 됐나요.”
“덕분에 눈요기가 됐어.”
남자는 여유롭게 말했다. 공주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춤을 멈추었는데도 가쁜 숨은 회복되지 않았다. 몸도 도무지 식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상한 건 가슴 쪽이 간질거린단 점이었다. 유두도 점점 빳빳하게 솟아올라 아플 정도로 발기했다.
공주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다 남자를 향해 말했다.
“이제 그들을 풀어주세요. 당신이 원한을 품고 있는 건 제가 아니던가요? 어차피 저는 당신께 저항도 하지 못합니다. 구태여 저들을 잡아둘 필요가 없어요.”
공주의 논리정연한 말이 통한 걸까. 남자는 턱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 리가 있는 말이야.”
공주는 그의 말을 기다렸다. 남자는 피식 웃더니 바지 춤을 풀었다. 그러더니 꼿꼿하게 선 음경을 꺼내보였다. 핏줄이 도드라진 극악무도한 남성기의 등장에 공주가 잠시 정신이 멈추었다. 한 차례 꿈틀거리며 당장이라도 무엇이든 찔러버릴 듯한 흉악한 고깃덩어리는 이제까지 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애초에 공주가 이런 걸 볼 기회가 얼마나 있었을까. 심지어 그것이 눈앞에서 드러났다. 잠시 패닉에 빠진 공주를 향해 남자가 말했다.
“입으로 받아라. 내가 만족할 때까지 봉사하면 풀어주지.”
그의 무미건조한 말에 공주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앞서 쓰러진 호위병 둘을 포함해 나머지 병사들도 불안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지금 이건 공주에게 극악의 굴욕이었다. 옷을 벗게 하고 나신으로 춤을 추는 걸로도 모자라 음란한 짓을 강요하고 있었다. 이건 공주를 창부처럼 만드는 꼴이 아닌가? 여성으로서는 굴욕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굳이 여성이 아니더라도 한 나라의 공주인 그녀가 이런 짓을 한다는 건…… 나아가 왕국의 굴욕이었다.
공주는 그들의 시선에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남자의 앞으로 지체없이 걸어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공주님……!”
“쉿……”
남자는 그들의 절규에 손가락을 세웠다.
“공주의 희생이다. 끝날 때까지 엄숙하게 지켜봐.”
“크흣……”
“공주님……”
호위병들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있는 그들이 오히려 공주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있었다. 이건 그들에게도 상당한 굴욕이었다. 그리고 남자의 일침으로 공주의 희생이 무의미해질 뻔한 걸 면했다. 병사들은 말없이 한쪽 무릎을 꿇고 남자의 성기와 마주하는 공주를 지켜보았다.
비록 뒷태 뿐이었지만…… 정말 고귀했다.
한편 공주는 난처했다. 입으로 받으라고 했으나 막상 눈앞에서 보니 존재감이 대단했다. 붉게 달은 귀두는 투구 같았고 힘줄이 도드라진 굵직한 몸통은 장수의 팔뚝 같았다. 아무리 봐도 입을 최대한 벌려도 넣을 수 없을 거 같았다.
불안해하던 공주는 남자를 힐끔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검지를 들어올린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꼴깍……
공주는 입을 벌렸다. 붉은 입술과 혀가 조금씩 전진하더니 귀두를 물었다. 좀 뻑뻑하긴 했지만 할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대로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그러자 뻣뻣한 귀두가 입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냄새가 좀 나고 비위가 상했지만 공주는 꿋꿋하게 음경을 반 이상 삼켰다. 턱을 절로 벌리게 하는 두터운 음경은 입 안에서도 몇 번 꿈틀댔다. 덕분에 공주는 갑갑함으로 헛구역질까지 느꼈다.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눈을 질끈 감고 음경의 남은 부분을 집어삼켰다.
“우웁……”
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자극적이어서일까. 남자의 음경에 점점 피가 쏠렸다. 공주는 입안에서 조금씩 부푸는 살점 때문에 눈을 크게 떴다. 금발에 어울리는 새파란 동공이 좁아지고 눈은 크게 떠졌다. 그렇게 올려다본 공주를 보며 남자는 나직하게 말했다.
“한 나라의 공주니 성교육 정도는 배웠잖아? 그냥 입에 머금고만 있다고 끝나는 건 아니야.”
공주는 남자의 음경을 입에 문 채 올려다보았다. 표독스럽게 눈을 떴지만 그녀는 반격을 가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이가 스쳤다는 이유로 그가 변덕이라도 부릴 수도 있어서 최대한 이가 닿지 않게 하고 있었다. 깨물어서 잘라버린다든지 음낭을 쥐고 으깨버린다든지 그런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그저 남자의 재촉에 응해야만 했다. 그래서 공주는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혀를 날름거렸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이상한 냄새를 직접 혀로 맞이하니 비위가 상했다. 혀에 닿는 느낌도 좋지 않은 데다 냄새까지 더해지니 속이 쓰렸다.
그런 상황에서 침은 계속 나왔다. 그걸 삼킬 수는 없었고 삼키란 말도 없었으니 자연스레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음경은 침으로 젖었고 입가로 침이 흘러넘쳤다.
툭- 투둑-
침방울이 떨어졌다. 공주는 간간이 헛구역질을 하며 그의 음경을 빨았다. 싫든 좋든 숨은 쉬어야했다. 그러다보니 냄새도 냄새지만 음경을 씻어낸 침이 목으로 흘러오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구역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침을 삼키지 않고 빨으려 하다 보니 바닥에 떨어지는 침도 많아졌다.
그 덕에 입에서는 질척한 물소리가 울렸다. 숨은 제대로 못 쉬어서 헐떡거리고 그러면서 쭙쭙 음경을 빨고 있었다. 지금 공주의 모양새는 딱 게걸스럽게 식사를 하는 개 같았다.
남자는 그녀의 부드러운 금발을 쓰다듬으며 입가를 말아 올렸다. 그녀가 순순히 밑바닥을 자처할 줄은 몰랐다. 덕분에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텁-
남자는 공주의 머리를 잡았다. 그녀가 함부로 머리를 빼지도 못하게 머리채를 틀어쥐고 뿌리 끝까지 음경을 밀어넣었다. 한참 그의 음경을 빨던 공주에게는 봉변이었다. 입술에 음모가 닿는 건 둘 째 치고 귀두가 목젖과 목구멍을 진득하게 짓누르니 숨이 막혔다. 공주는 눈을 치켜 뜨며 갑갑함을 호소했다. 남자는 그런 공주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쯔퍽-
계속 삼키지 않았던 침이 고인 입 안은 질척했다. 남자는 그런 공주의 입안을 거칠게 휘저었다. 박력있는 허리 놀림과 음경의 찌르기 덕분에 공주는 숨을 쉬기 어려웠다.
“흡……! 웁……! 흡……! 으웁……!”
숨을 들이쉴라 치면 음경이 밀고 들어와 막았다. 충분한 호흡을 하지 못한 공주는 눈을 뒤집어 뜨며 헐떡였다. 숨을 쉬다 말고 막힌 상태는 상당히 괴로웠다. 게다가 틈틈이 음경에 절여진 침이 흘러 들어오는 데 그것도 죽을 맛이었다.
손에 쥐어잡힌 머리도 아팠다. 하지만 이보다 괴로운 건 따로 있었다. 호위병들 앞에서 농락당한다는 점…… 거기에 어째선지 몸이 점점 뜨거워진단 점이었다. 그 증거로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공주의 다리 사이에서도 애액이 방울져 떨어졌다.
이건 공주가 원하지 않은 쾌락이었다. 남자가 진즉 주입해둔 미약성 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계획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입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던 남자는 목구멍에 귀두를 쳐박았다. 그 상태로 사정해버리더니 목구멍에 직접 정액을 사출했다. 공주는 숨이 막히는 상태에서 치고 들어오는 역한 냄새에 구역질을 했다. 하지만 남자의 악력을 벗어날 수 없어서 그대로 그가 싸지르는 찐득한 정액을 삼켜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질식할 것 같아서였다.
“으엑……! 으에엑……!”
공주는 음경이 뽑히고 토하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게워낼 수 없었다. 이미 정액은 그녀의 몸속에 차분히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공주는 한참 괴로워하다가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말했다.
“이제…… 이제 그들을 풀어주세요……”
“그래, 풀어줘야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공주를 넘어뜨렸다. 그러더니 한쪽 다리를 잡아들고 여전히 빳빳한 음경을 디밀었다.
공주는 당황했다. 그가 다짜고짜 음부에 귀두를 맞대고 밀어넣어서였다.
“무, 무슨 짓이에요! 풀어준다고 했잖아요!”
“그래, 저들을 풀어준다고 했지. 근데? 널 건드리지 않겠단 말은 안했잖아?”
공주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노려보았다. 억울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애초에 그에게 자비를 기대해서는 안됐다. 그녀의 억울함이 가득한 얼굴이 남자의 정복욕을 자극했다. 하지만 이건 사사로운 복수가 아니었다.
멸족 당한 흑룡을 대표하여 그녀에게 복수를 하는 것. 얼굴 좀 반반하다고 해서 성욕을 우선시 할 수 없었다.
쯔퍽-
“히잇……?!”
공주는 높은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단단한 돌바닥에 등이 쓸리는 건 두 번째 문제였다. 질을 비집고 들어온 질척한 음경도 다음 문제였다.
공주는 전신을 꿰뚫는 듯한 충격에 고개를 젖혔다. 한순간 아랫도리에서 치고 들어온 음경이 머리까지 파고 들어가 뇌를 휘젓는 기분이었다. 잠깐이지만 다른 생각은 하나도 할 수 없이 삽입된 음경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그만큼 미약으로 증폭된 감각이 컸고 음경의 존재감도 크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방금까지 입으로 머금었던 것이 아랫구멍으로 들어왔다는 사실 역시 공주를 미묘하게 자극했다.
쯔퍽-
남자는 이런 공주의 심경 변화는 신경 쓰지 않았다. 호위병들이 이를 갈며 노려보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공주가 돌바닥에 등이 아픈 건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발기한 음경을 열심히 움직여 공주의 속을 유린할 뿐이었다.
신명나게 허리를 놀리며 공주를 깔아버린 남자는 조금씩 그녀의 몸을 감도는 독을 확인했다. 이건 미약성 독처럼 신체에 이상을 주는 물질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호르몬 조절이었고 인체의 변이 역시 한 몫 했다. 하지만 남자가 노리는 건 그게 아니었다.
우선 섹스를 끝내야 했다. 공주를 몰락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것부터 해야 했다.
츠퍽-
쯔퍽-
퍽-
남자는 사정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음경을 쑤셔댔다. 공주는 미약으로 증폭된 감각과 흥분 때문에 질 전체가 만져지는 기분을 느끼며 애액을 쏟아냈다. 육신이 저릿거릴 쾌락. 구강성교로 못 쉬었던 숨을 몰아 쉬면서 짐승 같은 소리를 내게 되었다.
“아읏…… 앙……! 아앙……! 그만…… 그만하세…… 요……! 아흣……!”
공주는 애원했다. 그에게 겁탈당하면서 흥분한다는 게 수치스러웠다. 그런 모습이 호위병들에게 보여진다고 생각하니 참담했다. 무력하게 몸을 내주면서도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단 사실이 괴로웠다.
그러나 공주가 아무리 힘겨워하고 싫어해도 섹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말랑말랑한 몸을 남자의 육신이 무자비하게 짓뭉갰다. 그렇게 공주의 몸이 땀범벅이 되고 팔다리에 힘이 빠질 정도가 되었을 때 남자의 섹스도 서서히 종점을 맞이했다.
음경이 꿈틀거리면서 사정액을 분출하려는 순간 공주는 흐릿해진 눈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안으로 정액이 뿌려졌다.
“하아…… 하…… 아…… 아아…… 아……”
공주가 허탈한 소리를 내며 움직임을 멈춘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공주를 내려다보다 호위병들을 노려보았다.
“공주가 몸 바쳐 살린 것들이니 죽이지 않으마. 하지만 당장 풀어주는 건 아니야.”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그들이 보는 앞에서 다시 한 번 공주를 덮쳐왔다. 공주는 설마 그가 다시 몸을 섞어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등과 가랑이가 아파서 끙끙댔다. 그렇게 마음을 놓고 있을 때 남자는 연달아 섹스를 벌였다.
공주를 무릎 꿇리고 뒤에서 짐승처럼 박으며 엉덩이를 때렸다. 땀을 머금은 엉덩이는 찰진 소리를 내며 동굴을 울렸다. 그 상태로 한쪽 다리를 들게 해서 음부에 꽂힌 음경의 모습을 호위병들에게 보여주었다.
공주는 그만 해달라고 애원했다.
“제발…… 제발 그만……”
그들에게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가슴을 쥐어짜지면서 신음하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바람과는 달리 남자는 거침없이 그들 앞에서 음경을 박아댔다.
한 차례 사정하고 두 번째, 세 번째 사정까지 이어졌다. 결국 질 안에 쌓인 정액이 넘쳐 새어나올 정도까지 되었다. 남자는 공주를 뒤에서 끌어안고 가슴을 붙잡고 유두를 비틀었다. 단단해진 유두가 손가락에 짓눌리며 공주의 입에서 교성이 터지게 했다. 그 순간 이질적인 일이 벌어졌다.
“아……?”
공주는 섹스 도중에 눈앞에 여러 갈래로 뿜어지는 하얀 액체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남자가 꼬집고 있는 유두에서 터진 거란 걸 알았을 때…… 공주의 두 눈이 흔들렸다.
모유가 나왔다. 절대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아이를 가져야 나오는 젖이 공주의 몸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게 착각이 아니란 듯 남자는 두 손으로 가슴을 열심히 쥐어짰다. 그러자 공주의 가랑이 사이에서 애액과 정액이 넘치는 것처럼 유두에서 모유가 여기저기 뿌려졌다.
그 추잡한 모습은 병사들의 눈에도 각인되었다. 아무리 그들이 일자무식이라 해도 몸을 몇 번 섞었다고 젖이 나오는 건 이상하단 걸 알았다. 고작 해야 1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섹스를 한 공주의 가슴에서 젖이 나왔으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걸 알아야 했다.
하지만 병사들 중 몇 명은 그 처참한 광경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자기합리화를 시작했다. 이건 아직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조금씩 병사들을 좀먹었다.
한편 공주는 모유를 짜내는 손길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떨궜다.
‘설마…… 말도 안 돼……’
공주는 한 가지 가정을 했다. 이렇게 모유가 나온다는 건 그녀의 몸이 아이를 가졌거나 가지기 직전의 상태란 소리였다. 그렇단 건…… 자신을 겁탈하고 있는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될 수도 있단 소리였다. 그건 비약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서 뿜어지는 젖과 음경이 쑤셔대면서 음부에 쏟아놓은 정액만 보면 타당한 생각이었다. 그랬기에 공주는 가슴이 갑갑했다. 병사들을 구하긴 했지만 공주의 처녀성과 순결, 자존심은 박살이 나버렸다.
그렇게 그녀의 몸이 나풀거리면서 저항을 아예 포기했을 때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병사들을 풀어주었다. 공주는 정액을 줄줄 흘린 채 쓰러져서 꼼짝하지 않았다.
“이대로 쭉 달아나라. 동굴에서 나가고 보름가량 나아가면 왕국이 나올 것이다. 군대를 이끌고 오든 그냥 모른 척 살아가든 상관없다. 공주가 구해준 목숨이니 알아서 살아가라.”
남자는 그렇게 병사들을 쫓아내고 다시 공주에게 돌아섰다. 공주는 눈물을 주륵 흘리면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한쪽 입가를 비틀어 웃었다.
다시…… 섹스는 시작되었다.
*
“아흐…… 아으…… 으흑……”
공주는 계속 되는 섹스 강행군으로 지쳤다.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아도 몸이 어련히 알아서 반응한지라 그녀의 목은 쉴 새 없이 신음을 뱉었다. 덕분에 땀과 정액에 절은 지금은 목이 쉰 상태로 늘어지게 됐다.
남자에게 쉬지 않고 겁탈당한지 나흘 째…… 첫 날부터 공주는 정신이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하지만 끝없이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한 덕분에 정신이 붕괴되는 건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젖이 흘러넘치는 건 충격적이었다. 나흘 째 되는 지금 가슴이 번들거리고 찐득거렸다. 쉴 새 없이 짜낸 모유가 가슴을 뒤덮고 말라붙기를 몇 번이가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그녀의 몸에는 땀냄새와 마른 젖냄새가 뒤섞이며 묵직한 체취를 뿜어댔다.
한편 남자는 공주도 눈치채지 못한 변화를 알고 말았다. 바로 조금씩 부풀기 시작하는 배였다. 공주의 뱃속에 차곡차곡 저장된 정액은 조금씩 결실을 만들어냈다. 공주는 아직까지 남자에게 시달리면서 지쳐서 알지 못했다.
쯔풍-
음경이 뽑히면서 정액이 주룩 쏟아졌다. 남자는 정액이 빠지지 않게 그녀의 질구멍에 마개를 끼워넣었다.
“흐읏……”
“자.”
남자는 정액과 애액으로 더러워진 음경을 디밀었다. 공주는 눈앞에 놓인 음경을 보더니 자연스레 고개를 틀어 혀로 체액을 닦아냈다. 남자는 틈틈이 공주를 덮치면서 그녀에게 이런 봉사를 시켰다. 그녀에게 주입된 정액은 끝없이 공주를 발정시키는 미약이 되었다.
이것 때문에 공주는 끝없는 쾌락을 맛보아야했다. 이렇게 정신이 녹아내릴 수준으로 괴롭혀진 덕분에 공주의 몸은 점점 섹스에 걸맞게 되었다. 남자가 억지로 시키긴 했어도 기술을 체득해버렸기에 그의 귀두를 혀로 훑게 되었다. 정액을 남김없이 삼키는 건 당연했다.
당연히 공주는 이러는 게 싫어서 몇 번 저항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끔찍했다.
톡-
“아.”
혀에 힘이 풀린 공주는 정액을 채 핥아내지 못하고 흘려버렸다. 공주는 바닥에 톡 떨어진 정액 한 방울을 허망하게 보았다. 얼마 안가 일어날 참상을 알아서일까.
남자는 그런 공주를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받아내기 싫었다 이거지?”
“이, 이건……”
공주는 차마 아니란 말을 하지 못했다. 일부러 흘린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공주에게는 아직 한 줌의 인간성이 있었다. 그랬기에 어떤 말도 못하고 남자에게 밀려나 바닥에 주저앉혀졌다. 남자는 그런 공주의 가랑이 사이에 발을 대고 아랫배를 자근자근 밟아주었다.
“하윽……”
배가 눌리면서 그 안을 가득 채운 정액이 쭉 밀려나왔다. 워낙 안을 빵빵하게 채운 터라 가볍게 밟기만 해도 정액이 삐져나왔다. 그런 상태에서 힘을 주었으니 작게나마 웅덩이가 질 수밖에 없었다.
공주는 개운하긴 했으나 속이 쓰렸다. 찐득하게 쏟아진 정액의 흐름을 보던 공주는 눈을 치켜떴다.
“하아…… 하……”
“자, 정리 해야지?”
“으읏……”
공주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남자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정액에 뒤덮인 바닥에 얼굴을 짓눌렀다. 공주는 확 풍겨오는 비린내에 헛구역질을 하며 버둥거렸다. 남자는 그런 공주의 얼굴을 느긋하게 비비적거리다 놔주었다.
“에으윽…… 켁…… 케흐흑…… 켁……”
얼굴이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안 그래도 땀에 절어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데 이런 불결한 짓까지 당하니 죽을 맛이었다.
“남김없이 핥아내면 씻을 시간을 주지.”
“으……”
공주는 어차피 해야 될 거 그냥 눈 딱 감고 하기로 했다. 그는 별별 핑계를 들어 공주를 괴롭혔다. 아마 계속 거절한다면 지금 흘린 정액을 식사에 섞어줄지도 몰랐다. 어쩌면 하루 종일 섹스를 하면서 놓아주지 않을지도 몰랐다. 안 그래도 모유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그런 도박수를 할 필요 없었다.
최대한 비위를 맞춰주며 몸을 사린다. 공주는 정신이 불안했지만 자기 몸 하나는 지킬 줄 알았다. 어쩌면 처절한 생존 본능일지도 몰랐다.
공주는 침착하게 혀를 내밀어 정액을 핥아냈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금발 곳곳에 정액이 덕지덕지 묻었지만 개의치 않고 핥아댔다. 그렇게 몇 분 후 공주의 뱃속은 정액으로 채워졌다. 질 안에 있던 게 위 속으로 옮겨진다니. 참으로 모순적인 일이었다.
다행히 바닥에 흘린 건 전부 먹을 수 있었다.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작은 대야에 물을 담아두었다. 그리고 공주의 한쪽 팔을 잡아 들어 그녀를 안에 툭 던졌다.
참방-
허리까지 오기는 커녕 쪼그려 앉아도 몸을 담그기 어려운 대야였다. 이렇게 하니 그의 애완견이 된 기분이었다. 공주는 비참한 기분이 들었지만 차분하게 손으로 물을 떠서 어깨에 끼얹었다. 냄새를 조금이라도 빼놓아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공주가 묵묵히 씻는 동안 남자는 자리를 비웠다. 공주는 그가 사라지는 걸 보며 대야 안에서 몸을 씻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가 완전히 사라졌단 걸 알았다.
공주는 기운 없이 앉아 있다가 병사들이 빠져나가던 길을 보았다. 동굴의 유일무이한 탈출로. 남자가 없는 지금이 벗어날 기회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행동으로 나섰다.
참방-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옷 한 벌 없는 그녀가 밖에 나간다고 무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밖에 없었다. 여기 더 있다가는 무슨 끔찍한 짓을 당할지 몰랐다.
차박- 차박-
공주는 물에 젖은 맨발로 뛰었다. 숨을 고를 틈이 없었다. 공주는 이 자리를 떠나 황급히 그의 생존을 왕국에 알려야 했다. 병사들이 이미 떠나갔지만 그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 몰랐다. 무엇보다 여기 계속 남아 황룡의 후손으로서 능욕을 당한다면…… 선조는 물론 남은 황룡 일족을 볼 면목이 없었다.
“헉…… 헉…… 헉……”
공주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나흘 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시달렸다.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 악물고 뛰었다.
“헉…… 허억…… 헉……”
공주는 저 멀리 빛을 보았다. 그 빛을 본 순간 목줄이 날아와 공주의 목을 낚아챘다.
“케흑?!”
목줄은 공주의 몸을 당겨버렸다. 엉덩방아를 찧은 공주의 뒤에서 남자가 비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도망가려고?”
“아흑…… 흑……”
남자는 목줄을 잡아당겼다. 공주는 등이 쓸리면서 괴로운 소리를 냈다. 괴로운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목줄이 숨통을 조이는 바람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몸이 끌리는 데 목에 체중이 집중되었으니 당연했다.
공주는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목줄을 붙잡았다. 조금이라도 숨을 쉬려면 이렇게 해야 했다. 하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그대로 질질 끌려가 남자의 발치에 놓였다.
“도망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헥…… 큽……”
공주는 격하게 기침하면서 고개를 늘어뜨렸다. 확실히…… 허망한 기대였다. 이대로 도망칠 수 있었더라면 능욕당하지도 않았겠지. 그저 달아날 수 없단 것에 아쉬워할 뿐 절망하지 않았다.
그걸 알아챈 남자는 목줄을 당겨 올렸다. 공주는 작게 기침하며 허리를 들어야 했다.
“생각이 바뀌었어. 이번에도 그냥 풀어준다면 분명 도망가겠지? 그러니 네 처지를 알게 해야지.”
그렇게 5일 째 되는 날 공주는 다리가 활짝 벌려진 채 허공에 묶여야 했다. 그의 기이한 마법에 탈출할 수 없었던 공주는 그에게 순순히 다리를 벌려주어야 했다.
남자는 정확하게 1시간 간격으로 찾아와 몸을 섞었다. 그리고 어쩔 때는 한 번, 많게는 대여섯 번씩 사정하면서 섹스를 했다. 그때마다 공주는 나직하게 신음하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마법으로 인해 받쳐지고 있다지만 허공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건 상당히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다. 전신이 속박된 상태에서 일정 간격으로 찾아와 아랫도리가 쑤셔지는 건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이건 실상 반쯤 고문이 맞았다. 하지만 다음 계획을 위한 발판이기도 했다. 쉬지 않고 박아댄 덕분에 공주의 뱃속은 정액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알이라는 응어리로 변해가는 결실이 마침내 완성이 되었다.
그때까지 공주는 오랜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그의 음경이 쉴 새 없이 질에 비벼지고 자궁 입구를 때리며 속을 휘젓는 걸 감내해야 했다. 땀범벅이 될 때까지 몰아붙이고 고작 해야 잠깐 쉬게 하는 마라톤 같은 섹스를 끊임없이 벌여야 했다.
식사는 없었다. 배설도 제때 하지 못했다. 잠은 1시간 중 휴식 시간 때 쪽잠을 자야 했다. 이 짓을 이틀 가량을 했으니 공주의 정신력이 점점 나약해졌다.
“제발…… 쉬게 해줘요……”
공주는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나 박아댔는지 음경을 뽑고 나서도 음부가 제대로 닫히질 못했다. 덕분에 정액이 울컥 쏟아지는 광경이 보였다. 계속 되는 섹스 강행군으로 지쳐서 몸이 축 늘어졌다.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눈은 힘없이 뜨고 입은 다물지 못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가슴에서는 모유가, 음부에서는 애액이 흘러넘쳤다. 몸 곳곳에는 땀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체액이 줄줄 흐르는 것만 보면 이대로 공주가 녹아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허벅지를 붙들고 하반신을 딱 붙인 채 짧고 빠르게 음경을 찔러댔다. 공주는 힘이 잔뜩 빠진 신음으로 답했다.
찌덕- 찌덕- 찌덕
“읏. 응. 읏. 흣. 읏. 응. 읏……”
이때가 정확히 이틀. 엿새 째 그의 노리개가 되는 날이었다. 공주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앞서 계속 되는 섹스로 지친 것도 있었지만 쾌락에 반쯤 머리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랬으니 눈에 점점 빛이 사라지고 배가 불러오고 있단 것도 모를 수밖에.
남자는 곧 시기가 온다는 걸 알았고 그때를 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를 더 괴롭히고 나서야 남자는 공주를 풀어주었다. 공주는 바닥에 내려앉자마자 부푼 배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남자와 정을 통해서 임신을 한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아이가 생길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생각했다. 그 전에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땅바닥에 엉덩이가 닿으니 눈부터 감겼다. 온몸이 녹아내릴 듯 해서 그대로 힘이 풀려 쓰러졌다. 공주는 곧장 새근새근 잠에 빠졌다.
“잘 자라고.”
남자는 피식 웃으며 돌아섰다. 그렇게 공주는 꼬박 사흘을 잠들었다. 그녀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
“으음……”
잠에서 깬 공주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사흘 내내 잠 들었으니 머리가 아플 만도 했다. 뒤늦게 가슴도 뻑뻑함을 느꼈고 허리도 쑤셔서 몸을 조금씩 틀었다. 그런데 배에서 엄청난 중량감이 느껴졌다.
공주는 잠깐 잠이 덜 깼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가슴보다 더 나온 배가 눈앞에 있는데 누가 그걸 곧장 받아들일까. 이건 모유가 나온 것만큼 충격적인 변화였다.
공주는 가장 먼저 자기 얼굴을 더듬었다. 정신이 혼미한 사이 시간이 엄청나게 흘러버린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다행히 시간이 오래 흐른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 배가 부른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아이가 생길 때까지 누구도 구하러 오지 않았단 가정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주는 무거운 배를 들고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체력이 상당히 소모된 그녀의 몸은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흐읏……”
공주가 앓는 소리를 내자 순간 배가 갑갑해졌다. 공주는 복통에 배를 끌어안고 덜덜 떨었다. 아픈 것도 잠시…… 어느 순간 저절로 다리가 벌려지면서 배에 힘이 들어갔다. 공주는 숨을 헐떡이면서 배를 끌어안고 끙끙거렸다.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배 안에 든 걸 뽑아내면 나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힘을 주니……
퐁-
조금씩 질구멍을 벌리던 주먹만한 알이 튀어나왔다. 공주는 자신이 알을 낳은 것도 모른 채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럴 정신머리도 없었거니와 거대한 배에 가려져서 몰랐다. 하지만 알들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허벅지에 툭 닿았다.
공주는 뭔가 싶어 조금 가라앉은 배 너머로 아래를 보았다. 그리고 알 무더기를 보자마자 창백하게 질렸다.
알. 그것이 지금 공주 자신의 뱃속에서 나왔다. 그걸 인지한 순간 공주는 무심코 자기 머리칼을 쥐어 뜯었다. 혹시나 했던 가정이 현실로 들이닥치고 말았다. 알이 생길 정도로 시간이 흐른 거고 남자의 아이를 잉태하고 말았다.
끔찍한 괴물의 후손을 자신의 몸으로 낳았단 사실과 알이 생길 때까지 왕국과 동족들이 구하러 오지 않았단 착각이 그녀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침착한 것도 겉모습일 뿐이었다. 너무 큰 충격이었기에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아……”
공주는 아직 가라앉지 않은 배를 끌어안고 몸을 떨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물을 주륵 흘렸다.
“아…… 아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가슴을 억누르던 갑갑함은 조금씩 목을 간질이며 기어나오더니 소리로 터져나왔다.
“아…… 아흐…… 아으으……”
공주는 조금씩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니 심장을 먹먹하게 하는 응어리가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완전히 낫지 않았다. 공주가 소리를 내어 우는 동안에도 뱃속의 알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공주는 자존심이 갈가리 찢긴 채 울다가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그녀가 낳은 알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피식 웃더니 배를 꾹 눌렀다.
“아흐윽……!”
배에 압박이 가해지니 알이 조금씩 밀려나왔다. 공주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버둥거렸다.
“싫어…… 싫어……! 낳기 싫어……!”
그녀의 생떼와도 같은 반응은 우스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고하게 남을 위하는 여인이었는데 지금은 아이와도 같았다. 체력과 정신을 갉아먹는 섹스에 산란이라는 충격까지 더해지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신기하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알이 생기니 말이야.”
남자의 말에 공주는 훌쩍거리며 알을 낳다가 흠칫 떨었다.
한 달도 안 지났다? 잠깐이지만 아이처럼 울던 공주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버림받은 게 아니었다. 그 생각이 드니 무너졌던 정신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알을 낳는다는 충격이 가신 건 아니었다.
여전히 그 사실은 공주의 마음에 걸렸다. 부디 이 알이 부화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남자의 손에 짓눌려 뱃속의 모든 알을 낳았다. 그렇게 힘차게 솟아있던 배가 가라앉고 나니 남자는 공주와 몸을 겹쳤다.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공주는 질색하며 그를 밀어냈다. 하지만 남자는 꿈쩍 않고 삽입해왔다. 결국 그를 쳐내지 못한 공주는 억지로 품에 안겨야만 했다.
찌걱- 찌걱-
알을 낳으면서 벌어진 구멍 속으로 음경이 들락날락거렸다. 남자는 무감각하게 섹스를 했고 공주는 그가 두 세 차례 사정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남자는 공주의 뱃속에 정액을 싸지르고 방치했다. 그 후 다시 한 번 1시간 간격으로 공주를 덮쳐왔다.
이건 알을 낳기 위한 섹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액이 쌓이면서 다시 한 번 알을 만들어냈다. 고작 하루도 안 되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처음에 비하면 알이 만들어지는 주기도 짧았고 배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공주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의 알을 낳는다는 사실도 그렇고 점점 알을 낳기 적합한 몸이 되간다는 사실이 확 느껴졌다.
공주는 입술을 씹으며 2번째 산란을 맞이했다. 남자는 그녀의 배를 무감각하게 누르며 알을 뽑아냈다. 종종 그녀의 가슴을 쥐어 젖을 짜내기도 했다. 그것을 열흘 째 되는 날 반복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공주가 알을 낳게 만들었다.
기어코 공주는 12일 째 되던 날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지은 죄를…… 그 업보를 받은 것 뿐이에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구요…… 대체 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공주는 나직하게 말했다. 시간이 오래 흐리지 않았단 건 알았다. 하지만 아직 남자가 주는 충격은 잔잔하게 남아있다. 또한 몹시 억울했다. 자신이…… 황룡이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괴롭혀야 되나 싶었다. 당연히 이건 공주가 아무 것도 모르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남자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모르겠다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하는 거지.”
남자는 알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내려놓았다. 그리고 알 중 하나가 깨지고 새끼가 나오자 피식 웃었다.
“뭐, 평생 몰라도 상관없어. 이대로 흑룡을 낳는 모체로 쓰면 되니까. 넌 멸족한 일족의 둥지가 되는 거야.”
“……이건 무의미한 짓이에요.”
“그건 해봐야 아는 거지. 자, 아가야 네 어머니의 품엔 안기렴.”
알에서 나온 새끼 도마뱀은 공주의 가슴으로 옮겨졌다. 손바닥만한 물렁한 유체는 입에 유두가 물리자 힘있게 빨았다. 공주는 새끼 도마뱀이 젖을 열심히 빠는 걸 보며 온갖 생각이 뒤섞였다.
하나는 그의 새끼를 배고 낳은 걸로도 모자라 젖까지 주면서 수치심을 느꼈다. 원치 않게 알을 낳았는데 어머니라고 부르기까지 하니 억울했다.
다른 하나는 그래도 생명인데 이것을 미워해야하나 말아야하는 복잡한 마음이었다. 녀석도 원해서 나온 게 아닐 텐데 갓 태어난 생명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남자는 하나 둘 알에서 깨어나는 생명을 공주에게 안겨주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발버둥치지 못하게 마법으로 단단히 속박하고 젖을 물려주었다. 녀석들은 천천히 자라났고 알은 계속 쌓였다.
보름 째 되는 날 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라나 검은빛과 황금빛이 뒤섞인 비늘이 돋아났다. 공주는 새끼들을 보면서, 양쪽 가슴에 젖을 물린 상태로 남자에게 겁탈 당했다. 이제는 알을 낳고 모유수유를 하는 게 당연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20일 째 되는 날……
공주는 풀려났다.
*
공주는 영문 모를 얼굴로 풀려났다. 심지어 그녀는 왕국 근처로 텔레포트 되었다. 공주는 그의 호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의아함을 압도하는 기쁨이 더 컸다.
공주는 비틀거리며 나아갔다. 비록 황룡으로서 자존감은 물론 명예까지 짓밟혔지만 괜찮았다. 아직 그녀에게는 왕국이 남아있었다. 그녀가 몸담은 나라가 있었기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다. 더럽혀졌다고 손가락질을 받아도 괜찮았다.
그래서 공주는 기쁜 마음으로 왕성으로 향했다. 하지만 성에 출입하기도 전에 제지 당하고 말았다.
“저는 이 나라의 공주입니다. 괴한에게 붙잡혀 실종된 공주가 돌아왔습니다!”
공주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가로 막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는 자신이 거적때기를 입고 와서 못 알아본 거라 생각했다. 고귀하게 치장하던 그때와 달리 제법 시간이 흘렀으니 꾀죄죄해서 알아보기 어려운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역시……”
역시?
공주가 한 발 더 다가오려 하니 병사가 창을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
“더러운 흑룡에게 몸을 판 창부가 어딜 감히 발을 들이더냐!!”
그의 호통에 공주의 정신이 아찔해졌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 생각했다. 아니, 잘못 들은 게 아니더라도 큰 오해를 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게 아니고서야 한 나라의 공주인 자신에게 이런 폭언을 할 리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요……? 전 흑룡에게 몸을 팔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살려달라고 알몸으로 춤을 추고 몸까지 대줬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데도 발뺌할 생각이냐!”
“뭐…… 라고요……?”
“흥, 역시 이상했어. 잔악무도한 흑룡이 나타났단 것도 놀랍지만 명예로운 왕국의 공주가 살고자 자신의 몸을 팔다니……”
“그건 오해입니다! 저는 자존심을 버리고 살아남은 게 아니에요!”
병사는 크게 웃었다.
“그러면 어떻게 흑룡에게서 달아날 수 있었지? 그를 무찔렀다면 증거라도 있을 텐데 두 손에 아무 것도 없구나! 몸을 판 게 아니라면 그 잔혹한 흑룡에게서 어떻게 무사히 돌아온 거냔 말이다!”
공주는 대꾸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을 알을 낳는 둥지로 이용하고 버렸다는 사실을 밝힐 수가 없었다. 지금 그의 태도를 보면 진실을 말해도 다르게 오해할 거라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병사가 굳건히 버티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무엇보다 그 눈…… 흑룡의 증거라는 새까만 눈을 보면 타락했다는 게 여지없이 느껴지는구나! 그러고서 참으로 뻔뻔하게 돌아오다니…… 네가 흑룡의 스파이 역할을 할 거란 걸 모를 줄 알았더냐!!”
“눈……?”
공주는 멍한 얼굴로 자기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코앞에 겨누어진 창날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새까만 눈. 하얀 눈동자에 박힌 새파란 동공은 없었다. 그 대신 새까만 어둠에 뜬 달과 같은 눈이 있었다. 누가 봐도 이상한 모습. 공주는 왜 그렇게 됐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병사가 다짜고짜 창을 내질렀기 때문이었다.
공주는 다급하게 몸을 굴렸다. 병사들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흑룡의 스파이가 있다! 빨리 잡아!”
“아, 아니야…… 나는 흑룡이 아니야……!”
공주는 달아났다. 알몸에 넝마 하나만 두른 몸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이곳은 왕국의 한 가운데. 아무리 도망쳐도 병사들을 뿌리칠 수 없었다. 산 속으로, 숲 속으로 숨어 다녀도 그들이 따라왔다.
그러나 더 견딜 수 없는 사실은 소문이었다. 여기저기에 퍼진 소문은 공주의 가슴을 찢어발겼다.
“공주가 글쎄 흑룡과 눈이 맞아서 정분이 났다는 군.”
“그걸로도 모자라 자기만 살겠다고 몸을 팔았다던데?”
“그리고 눈에 들기 위해서 무고한 병사들을 제물로 바쳤대.”
“호위병들이 그걸 제지하려다가 엄청 다치거나 죽었다더구만.”
“지금까지 벌어진 실종이 사실 공주가 뒤에서 꾸미고 있었던 거래.”
“사실 공주는 흑룡의 후손이고 사람들을 잡아먹는 게 취미라지.”
유언비어. 헛소문이 돌고 돌았다. 공주는 죽을 만큼 억울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호위병 한 명과 만나게 되었다. 그를 본 공주는 간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도, 도와주세요! 백성들이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
공주는 호위병의 일그러진 얼굴을 본 순간 깨달았다. 분명 자신이 납치된 걸 알고 있고 목숨 바쳐 살린 그가 왜…… 마을에 있는 걸까. 그 의문은 단숨에 풀렸다.
“여기 타락한 공주가 있다!!”
그의 외침에 공주는 발바닥에 피가 나도록 달렸다.
‘왜……?’
숨이 찼다. 발도 아팠다. 하지만 무엇보다 괴롭고 아프게 하는 건 배신당했다는 사실이었다.
공주는 설마 호위병들이 작정하고 소문을 퍼뜨렸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공주가 자신들 때문에 희생됐다는 죄책감과 책임을 덮기 위해 악질적인 소문을 퍼뜨렸다. 물론 몇 명은 반대를 했지만 대다수가 공주를 모함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불신했다. 고귀한 황룡의 공주가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
공주는 목숨 바쳐 구해낸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근거 없는 소문에 쫓겨다녔다. 흑룡들이 황룡에게 배신당하고 모함당한 것처럼 백성들에게 끊임없이 괴롭힘 당했다.
‘싫어…… 대체 왜…… 난 분명…… 착하게 살았는데…… 모두를 위해 살아왔는데…… 내가 몸 바쳐서 구해냈는데……’
공주는 점점 지쳐갔다. 하도 울어서 얼굴은 눈물과 콧물러 범벅이 됐다. 그나마 걸치고 있던 넝마조차 너덜너덜해져서 거의 알몸이 되었다. 아무런 생각도 못했고 말 대신 짐승처럼 헐떡였다.
정신이 무너진 공주는 어느 샌가 이름 모를 숲에 들어섰다.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하염없이 걷다 보니 동굴이 나타났다.
“아……”
공주는 멍하나 동굴로 걸어 들어갔다. 그때 누군가의 성난 소리가 동굴 안에서 울려퍼졌다.
“공주님을 돌려줘!”
공주는 홀린 듯이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 보인 건 호위병 몇 명과 자신을 지독히 괴롭혔던 남자였다.
“공주님!”
호위병은 멱살을 잡힌 채 소리쳤다. 공주는 초점 없는 눈으로 그를 보다가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무신경하게 공주를 보았다. 공주는 이어서 발치에 흩어진 도마뱀들의 시체를 보았다. 아직 많은 새끼가 있었지만 죽은 녀석들도 많았다.
공주는 그걸 보다가 천천히 죽은 새끼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뺨을 부비며 눈물을 흘렸다.
“가엾기도 하지…… 부디 편한 세상으로 가렴……”
공주는 새끼들을 하나하나 수습했다. 그 모습을 본 호위병은 절망하며 뇌까렸다.
“대체…… 공주님께 무슨 짓을……”
“별 짓 안 했다.”
남자는 말했다.
“그저 눈 색만 바꿔줬을 뿐이지.”
남자는 손에 힘을 주었다. 호위병의 목은 힘없이 떨어져나갔다.
공주는 죽은 새끼들을 안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도와주세요…… 저를…… 도와주세요……”
“무엇을?”
“갈 곳 잃은 저를 거두어주세요…… 동굴 밖에는 제가 발 붙일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무엇이든 할 테니…… 알이든 뭐든 잔뜩 낳을 테니 제발 거두어주세요……”
공주는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남자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했다. 남자는 무심하게 공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턱짓했다.
“알을 낳을 준비를 해라.”
“아아…… 네……”
공주는 주저앉은 채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두 손으로 음부를 활짝 벌리며 웃었다. 하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분명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하염없이 슬퍼보였다.
“부디…… 받아주세요……”
훗날 금빛과 검은빛이 섞인 용족들이 왕국을 침략했다. 그 후 왕국은 끝없이 몰락하고 인간들은 용족들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게 됐다. 물론 이건…… 먼 훗날에 벌어질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