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벌써 3일째 도서관에 가는 것을 잊었다. 후덥지근한 반지하방의 열기도 신경쓰지 않았다. 지혜의 몸에서 무슨 냄새가 나던, 신경쓰지 않고 그저 방 책상 앞에서 노트를 펼쳐놓고 앉아 있었다.
3일간 지혜는 노트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냈다. 우선 최민지의 현재 데이터는 이러했다.
최민지
키 168 몸무게 53kg라는 평균보다 훨씬 마른 몸무게.
35-24-36의 완벽한 몸과 비율. 가슴은 70D컵
두뇌 우수. 긴 생머리, 항상 샤워함. 깨끗. 부자.
체질:살이 잘 찌지 않음, 땀 적음, 체취 적음, 머리 좋음, 체력회복 빠름, 머릿결 좋음
성격:음흉함, 남을 깔보기 좋아하며 자신과 비교하고 우월감을 느낌. 거짓말을 잘함
처녀여부:처녀
취미:운동,공부
특기:자신을 꾸미는 것
진짜 취미:자신과 급이 맞다고 생각하는 애들과 밤에 술자리 가지며 시선즐기기, 남을 속으로 비웃으며 자신의 우월감 한번 더 확인하기.
진짜 특기:남을 속이고 자신을 빛내기. 뒷공작
남모를 성 취향: 없음
성적 판타지:자신을 사랑해주는 미남과 조용히 술을 마시다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서서히 몸을 섞는 것.
성감대:허리, 목 근처
콤플렉스:지긋지긋한 변비
가장 최근 신경쓰이는 것:김지혜
보기만 해도 완벽한 프로필. 콤플렉스를 빼고 보면 그저 축복받은 신체였다. 김지혜는 마치 최민지 본인이 태어날 때 짠듯한 프로필을 보며 화가 나면서도 최근에 신경쓰이는 게 자신이라는 부분에서 만족스러웠다.
아무래도 지혜의 집에서 방귀쇼를 펼친 것이 어지간히 신경쓰이나보다하고 최민지의 성격상 조만간 비밀엄수를 위해 수작을 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녀인건 의외였지만 지혜에게 있어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최민지의 처녀는 지혜의 손으로 깨고 싶었다. 그 이후 남자는 최민지와 가까이만 해도 발기가 팍 식을 정도의 여자로 만들어 평생 솔로로 만들 생각이였다.
성 취향이나 성적 판타지 역시 지혜가 개입함으로써 남에게 추한 꼴을 보이면 흥분하는 여자로 만들고 더 나락으로 가는 걸 꿈꾸게 할 것이고 성감대는 남들이 손대기도 꺼려운 곳을 개발해 화장실에서 똥 싸는 것만으로도 보지가 젖어버리는 여자로 만들 생각이였다.
노트는 비 현실적인 것까진 반영하지 않았다. 지혜는 트위터를 통해 성 취향을 알아보던 중 '후타나리'라는 항목을 알 게 되었고 노트로 자지를 달아 보았지만 여성인 민지가 자지가 생긴 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는 듯 반영되지 않았다.
직접보진 않았지만 적은 항목이 스스로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지혜는 우선적으로 노트에 추가한 항목은 세가지를 추가했다. 이 역시 본격적인 시작은 아니였다.
1)민지는 지혜가 준 변비약이 아니면 더이상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지 못한다. 이 사실은 일주일차에 깨닫고 지혜를 찾아온다.
2)민지는 지혜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 다만 속 마음이나 감정까지 수긍하진 않는다.
3)매일 아침 라면 세봉지를 먹고 밥을 한공기 말아먹는다. 점심 햄버거세트 두개 저녁 피자나 치킨 같은 기름진 음식 2인분 그리고 밤 12시 이후 새벽 4시 사이 언제든지 야식으로 과자와 탄산음료등을 먹는다. (아무리 토할 거 같아도 토하진 못한다. 매 식사때마다 공복감은 심하게 느낀다.)
첫번째는 일주일 마다 자신을 찾아오게 해서 민지의 변화를 보는 겸, 그리고 항문개발과 함께 성적 욕구를 더러운 쪽으로 개발을 하기 위함이였다. 아직 이 사실은 깨닫지 못했는지 민지측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두번째 역시 지혜에게 연락이 오지 않으므로 무언가를 시도할 여유는 없었다.
지혜에게 있어서 현재 가장 만족스러운 항목은 세번째였다.
최민지라는 여자를 망가뜨리기 위한 첫번째 단계. 누구나 탐낼만한 아름다운 몸매를 망가뜨리는 것이였고 그러기 위해서 단순한 수정으로 몸무게를 20kg 더 올리려다가 문득, 언젠가 학교에서 들었던 민지와 일행들이 떠드는 대화가 생각났다.
"우와 민지 너 그럼 매일 그렇게 먹어?"
최민지의 식판 위 남들과 비교해 상당히 적은 양의 밥을 보고 친구가 물었다. 민지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나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라. 식사는 적게먹고 항상 운동을 병행하고 있어."
"그런데도 이렇게 몸매가 좋은거야? 대단하네"
이때 지혜는 물만 먹어도 살찌던 자신과 비교되어 더 속이 상했지만 노트 덕에 진실을 알게되자 쓴 웃음을 지었다.
지혜는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라던 최민지가 알고보니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괘씸하기도 했지만 영문 모르게 계속 꾸역꾸역 돼지같이 음식을 먹으며 자신과 같은 몸이 되버리는 것을 상상하곤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갑자기 몸무게를 늘리는 것보다 점차 변화하는 방법을 택했고 부디 하루 빨리 그런 몸이 되길 바랬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지혜는 민지의 행동을 계속 감시하기 시작했다.
한편 최민지는 지혜에 대한 분노로 이를 갈고 있었다.
3일 전 민지는 변비로 쌓인 똥들을 전부 바지에 싸버리고 말았다.
그때의 감각은 최악이였다. 아끼는 바지는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했고 (그 버린 바지에서 풍기는 냄새로 사람들이 수근거렸던 것은 민지 본인은 알지 못했다.)
스스로 화장실을 치우고 엉덩이를 닦고 샤워하는 굴욕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 지혜네 집 화장실에서 보인 추태는 어떻게든 퍼지지 않도록 입막음을 시켜야했다.
'후루루룩'
끓인 라면을 먹으며 민지는 어떻게 입막음을 시킬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머, 민지야. 너 그렇게 먹어도 괜찮아?"
"네?"
민지의 어머니는 민지가 끓인 라면의 양을보며 놀라곤 물었다. 그제서야 민지는 자기 앞에 놓인 라면의 양을 확인했다.
"어? 이게 뭐야?"
평소 라면을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기 관리를 위해서 먹더라도 반봉지정도만 먹는 민지였다.
하지만 지금 앞에 있는 라면은 세봉지나 끓여 혼자 먹으려면 배가 더부룩해지는 양이였다.
'내가 이렇게나 끓였다고?'
민지는 의문을 가지며 어머니에게 대답했다.
"네, 너무 배고파서... 한번은 나도 이렇게 먹어봐야죠."
"하긴, 네가 알아서 하겠지. 그럼 엄마 나갔다올게~"
민지의 어머니는 민지의 행동에 이상하기도 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긍하고 집을 나갔다. 홀로 남은 민지는 먹방BJ마냥 얼굴을 라면 냄비에 처박고 꾸역꾸역 먹기 시작했다.
'우욱...'
지혜는 민지가 이렇게 먹는다 라고만 적었지 먹는 양이 늘어난다곤 적지 않았다.
그 말의 뜻은 즉 평소 소식하며 작은 위장은 그대로 라는 뜻이고, 억지로 라면 세봉지를 먹으려고 하니 당연히 구역질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토할 수 없다는 항목은 적어 뒀기에 민지는 꾸역꾸역 스스로 식고문하듯 음식을 밀어 넣었다.
'밥, 밥을 먹자'
결국 밥까지 말아 먹은 민지의 배는 누가 누르기만 하면 터질듯하게 부풀어 올랐다. 가뜩이나 마른 몸에 배만 흉하게 부풀어 오른 탓에 영화 ET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이고."
이후 민지는 거실 쇼파에 털썩 앉으며 휴식을 취했다.
"왜 이렇게 많이 먹었지? 다음부터는 적게 먹어야겠어."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민지는 생각했다.
김지혜의 집에서 당한 굴욕과 그 돼지년이 준 약으로 인해 받은 피해를 어떻게 갚아줄 지, 어떤 식으로 망가뜨릴지에 대해서 였다.
'시발 그 바지만 8만원인데, 병신같은 돼지년 때문에.'
민지는 모든 것이 완벽한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질투의 시선도 많이 받았다.
때로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고자 뒷공작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믿을 만한 빽을 데리고 폭력을 시도하거나 뒤에서 뒷담을 까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 모두 최민지를 넘을 수 없었다.
폭력은 더 큰 폭력으로, 뒷공작은 정면에서 박살내고 뒷담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선동으로 왕따로 만들었다.
민지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을 때론 들킬 수 있었지만 그들을 오히려 더 망가뜨리고 약점을 잡음으로써 비밀을 지킬 수 있었다.
최민지의 인생은 항상 그런 사람들을 짓밟으며 더 우월감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는 인생 뿐이였다.
김지혜 역시 그렇게 만들어야했다.
'그년은 이미 왕따니까 더 나빠질 이미지도 없고, 그냥 병원비라고 거짓말 치고 50만원 정도 뜯어야겠어. 딱 봐도 거지년이니 없다고 하면 그걸 핑계로 밟아버리면 되겠지'
민지는 차마 지혜때문에 바지에 똥쌌다. 집에서 방귀를 크게 뀐게 부끄럽다. 라는 이유로 김지혜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했다간 오히려 자기 자신만 추하고 쪽팔릴게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호의인 척 잘못된 약을 줘 자신에게 곤란함을 줬다고 사실을 조작하기로 했다.
"알몸 사진도 찍고, 대충 협박하면 입도 뻥긋 못하겠지"
최민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폭력적이되 자신을 따르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당연히 최민지의 부탁을 받아들일 것이고 김지혜의 집은 알고 있었으니 이들을 데리고 가 김지혜에게 돈을 요구하고 당연히 돈을 주지 못한 지혜를 주변 친구들이 멋대로 폭력을 가하고 자신은 그것을 말린다.
민지는 아무런 손해가 없으면서도 김지혜에게 보복할 수 있는 그녀다운 최악의 방식이였다.
스스로가 생각해낸 방식에 만족하며 자신의 머리를 자랑스럽게 여기곤 웃는 최민지 였다.
다만 민지가 모르는 것 한 가지.
이 모든 계획을 알 수 있는 노트가 김지혜에게 있다는 것이였다.
"하, 어떻게든 망가뜨려 주세요~ 하고 비는구나 아주."
지혜는 최민지의 계획에 악랄함을 느끼면서도 마치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나방을 보는 것 같아 우습기도 했다. 차근차근 조금씩 약하게 변화를 주려던 자기 자신이 너무 착하게도 느껴졌다.
"이 씨발년을 어떻게 조지지?"
방을 빙글빙글돌며 지혜는 생각했다. 노트를 이용하면 민지의 계획은 망칠 수 있다. 하지만 보복은 필요했다. 더워서 그런가 좋은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앞에 있는 전신거울을 바라봤다.
지혜는 자신의 방에 전신거울을 두고 항상 공부의지를 불태웠다. 역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공부라도 잘해야지. 자기 최면을 걸었었다.
하지만 지금의 거울은 자신의 의지를 불태우는 용도가 아니였다. 그저 좋은 표본을 보는 용도였다.
지혜는 땀투성이인 자신의 겨드랑이를 보곤 번뜩 생각나 최민지의 노트에 끄적였다.
'김지혜의 집을 찾아오려던 계획은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하고 취소한다.'
'겨드랑이털, 보지털, 항문털이 자라기 쉬운 체질이 되며 코털이 빨리 자란다.(일주일만 있어도 미역처럼 무성해진다.) 제모는 지혜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 할 수 없다.'
'털이 자라기 쉬워지면서 땀이 잘 나고 잘 고인다.'
지혜는 이 악랄한 항목을 추가하며 밑에 한 문장을 더 추가했다.
원래라면 좀 더 두고보고 싶었지만 괘씸해서 참을 수 없었다.
'내일 김지혜의 집으로 온다.'
일주일 뒤 제발 똥싸게 해달라고 빌면서 오게 하고 싶었지만 더 빨리 비참해지게 만들어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혜는 비열하게 웃으며 인터넷, sns에서 알아낸 성욕의 광기들로 적어낸 수첩을 바라보았다.
내일 최민지의 인생은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