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시간이 끝나고, 민지는 상처뿐인 마음으로 반으로 돌아왔다.
쉬는 시간의 반에선 사춘기 여학원생 특유의 끊이지 않는 수다와 소란스러움이 있었다.
민지는 그런 반 분위기사이를 지나 자신의 자리에 힘없이 앉았다.
계속되는 수치심에 열이 올랐던 탓일까? 아니면 근육이 계속 긴장했다 풀렸다 했던 탓일까.
민지는 몸에 힘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아직 지혜의 게임은 3,4교시가 남아 있었다. 민지는 이제 수치심이고 자존심이고 다 필요없이 그냥 빨리 끝내고 싶었다.
"저....민지야."
민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민지네 반 반장이 멋쩍게 웃으며 지혜를 보고 있었다.
"응..? 무슨 일이야?"
민지는 반장에게 물었다. 반장은 슬며시 민지에게 무언가를 건냈다.
"...이거 그...내가 먹는 약인데. 효과 좋거든? 상태 안 좋으면 쓰라고..."
민지는 약을 보았다.
변비약이였다.
반장은 민지가 기분이 나쁠까봐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나...나! 변비가 엄청 심해서~ 와...지금도 얼굴 누렇게 뜬거 보여? 근데 이거 먹으니까 쑥 내려가더라고~"
민지는 반장의 말따윈 이미 듣고있지 않았다.
변비약..
민지에게 있어서 이 약은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다.
민지는 이제 자신의 의사로 똥을 쌀 수 없었다.
인간의 최소 권리이자 태어나면서 자라는 교육을 받으며 모든 인간은 자신이 원할 때 화장실을 가고 싸도록 학습이 되어있다.
하지만 민지에겐 아니였다.
최근 오줌까지 통제된 민지는 혜윤이 허락하면 싸고, 허락하지 않으면 싸지 못했다.
지혜가 주는 약이 없다면 허락을 받더라도 약 없이 똥은 절대로 싸지 못하고 화장실을 가서 아무리 힘을 줘봐도 변기 안에 처량하게 방귀만 뿌욱뿌욱 거릴 뿐이였다.
저번엔 민지의 방광 총량을 알아본답시고 혜윤은 오줌참기 챌린지를 시작했고, 이유는 모르지만 아무리 요의를 느껴도 오줌을 싸지 못했던 민지는 12시간 후 바지에 오줌,똥을 지리며 가버렸다.
지금의 자신은 그랬다. 민지는 새삼 망가져버린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응... 고마워, 잘 쓸게."
반장이 부끄러운 이야기를 필사적으로 꺼내며 자신을 위로해주었는데 뭐라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던 민지는 반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반장은 그런 민지를 보고 안쓰럽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딩~동~댕~동'
수업시작 종이 울렸다. 3교시는 사회시간이였다.
평소 꼰대라고 불리던 학생부장이 수업을 위해 교실로 들어왔다.
수업은 무난하게 흐르고 있었다.
학생부장은 수업 중에 자는 것을 절대 용서하지 않는 사람이였다.
올해 50세인 학생부장은 수업 중에 자는 걸 걸린 학생들을 밤 10시까지 깜지만 쓰게 한 적도 있고 엎드려 뻗쳐를 시키기도 했으며 중년 히스테릭이 극에 달하면 체벌을 가하기도 했다.
성실학원 학원생들은 이러한 학생부장의 모습에 갱년기라 저러는거라며 뒤에서 욕을 하기도 했다.
오늘도 늘 그렇듯 학생부장은 기분이 안 좋아보였다.
아니 더 안 좋은 것 같았다.
학원생들은 모를테지만 학생부장은 현재 남편과 이혼을 준비 중 이였다. 당연히 평소보다 더 기분이 안 좋을 수 밖에 없었다.
학생부장은 수업을 진행하던 중, 수업시작부터 계속 산만하게 집중 못하고 시계만 쳐다보는 학생이 눈에 띄었다.
다른 교사였다면 그려려니하고 넘어갈 법도 한데 학생부장은 그런 성격이 아니였다. 마침 화풀이 대상이 생긴 것만 같았던 학생부장은 대뜸 누군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얘! 너 뭐하는거야!"
민지는 학생부장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어 앞을 보았다. 학생부장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민지는 방금전까지 방귀 뀔 타이밍을 재고 있었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민지의 피로도는 한계였기에 안 들키게 타이밍도 보고 수업도 듣는 척하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너 나와!"
잘 걸렸다는 듯 학생부장은 민지를 앞으로 불렀다. 사실 평소에도 얼굴 이쁜 민지가 괜시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1학기때 공부도 잘하고 센스도 있는 그녀의 처신에 딱히 트집 잡을 게 없었다. 하지만 여름방학 이후의 민지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문제가 제기되는 중 이였다.
민지는 곤란했다.
가뜩이나 방귀도 뀌어야하는데 이런 쓸데 없는 걸로 시간이 끌릴 수는 없었다.
싫은 표정을 애써 숨기며 민지는 교실 앞으로 나갔다.
"너, 최근 결석도 하고 학교도 안 나오더니. 아주 세상이 니꺼같아?!"
학생부장은 민지에게 뭐라뭐라 소리쳤다. 원래부터 논리보다는 학생부장이라는 위치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타입이였다. 그런 타입이기에 평소의 민지라면 최대한 반성하는 척을 해 상황을 모면하던지,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이야기해 찍소리도 못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민지는 오직 지혜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방귀를 뀌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민지와 눈이 마주친 지혜는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민지는 저 웃음이 너무나 싫었다.
학생부장은 민지가 자신이 훈계하고 있음에도 친구와 눈 마주치고 웃는 걸로 보였다. 민지의 입장이 어떻든 이건 자신에 대한 도전이였다.
"안되겠다. 너 여기 손대고 엎드려!"
학생부장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체벌용 매를 집어들며 외쳤다. 스트레스도 풀 겸 시원하게 때릴 생각이였다.
민지는 시키는대로 묵묵히 칠판에 손을 대고 뒤로 돌았다.
'....내가 왜'
가뜩이나 아침부터 지혜때문에 정신적 피로도가 극에 달한 민지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은 딱히 한게 없지 않은가? 왜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하지? 싶었다.
"도중에 피하면 처음부터 다시야. 알겠어?"
학생부장은 매를 들고 민지의 커다란 엉덩이를 때릴 준비를 했다.
대충 10대정도 때리고 자리로 돌려보낼 생각이였다.
'내가 왜...맞아야 해?'
민지는 점점 속에서 반항심이 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머리에 피가 몰리면서 이 상황에 대한 보복만이 머리에 떠올렸다.
그때 민지의 배가 조용히 부글거렸다. 그러자 번뜩 생각이 든 민지는 홧김에 엉덩이를 학생부장쪽에 틀었다.
'뿌우우우우웅!!!'
학생부장은 갑자기 민지가 자신에게 방귀를 뀌자 놀라 몸이 굳었다. 이게 끝이 아니였다.
'뿌아아아악!'
'뿡, 뿌우우우우욱!'
이내 연달아 두번의 방귀를 더 뀐 민지는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선생님한테 방귀 뀌어서 죄송하다고 깜지라도 쓸까요? 아님 선생님한테 방귀뀌었다는 이유로 맞을까요? 예?!"
민지의 행동에 지혜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굳어있었다.
지혜는 행여 남들이 볼세라 얼굴을 쳐박고 조용히 큭큭댔다.
학생부장 주변에 변비걸린 여성 특유의 독한 방귀냄새가 맴돌았다. 학생부장은 말없이 옷을 털며 말했다.
"....들어가."
민지는 가벼운 목 인사를 하곤 자리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하나, 둘 민지를 바라보며 혐오의 시선을 보냈다.
민지는 이제 익숙한 시선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걸로 18개'
그나마 벌칙을 줄였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는 민지였고 학생부장은 그 뒤로 아무 짜증 없이 3교시를 마쳤다.
'딩-동-댕-동'
수업이 끝나자마자 민지는 교실 밖으로 도망갔다.
이쯤 되면 애들의 걱정도 지겨웠고 지혜 역시 두려웠다. 그냥 될대로 되란 식이였다.
민지가 교실을 나가자 교실은 이내 웃음소리로 뒤덮였다.
"ㅋㅋ야 아까 뭐야?"
"몰라 난 무슨 스컹크인 줄 알았어"
"뿌우웅~ 뿌우우웅~"
"야 나는 뭐 소리라도 지르는 줄 알았더니 ㅋㅋ"
아이들은 하나 둘 방금 전 민지의 행동을 이야기하며 비웃기 시작했다.
"어우 나는 맨 앞자리에서 코 썩는 줄 알았어."
"인정~ 존나 독해. 뭘 쳐먹는거야?"
"맞아 맞아."
민지는 지혜의 지시로 항상 고구마와 삶은 계란을 먹으며 방귀냄새를 더 독하게 만들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맡으면 당연히 구역질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설령 그게 변비겪은 경험이 한 두번은 있는 여학생들이라도.
"쟤 이상해. 여름방학때 약 한거 아냐?"
아이들은 2학기 들어서 변한 민지를 주제로 10분동안 떠들었다.
이야기는 요즘 sns에 올라온다는 카페 방귀녀 나 하얀 크롭티에 출렁이는 뱃살을 가지고 노브라에 유두를 비친 채 전철을 탄 지하철 무개념녀 같은 이야기로 흘렀다.
"야 알고보니 그거 최민지 아냐?"
"에이 설마. 민지 몸은 이쁘잖아."
지혜는 조용히 이들의 대화를 들었다.
민지의 파멸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지혜는 다음 계획을 위해 정말 오랜만에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이게 민지의 자존심을 박살내기위한 다음단계 준비였다.
4교시 시작 직전 민지는 교실로 돌아왔다.
세수라도 한 것인지 앞머리가 조금 젖어있었다.
화장실에서 민지는 계속 되뇌였다.
'앞으로 한번.. 앞으로 한번..'
눈 딱 감고 4교시만 고생하면 이 모든 게 끝났다.
민지는 세수로 머리를 식히고 자기최면에 들어갔다.
4교시는 원래 담임선생 시간이였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담임선생은 반장을 통해 자습을 지시했다.
아이들은 알 리가 없었지만 민지네 반 담임은 학생부장과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예? 민지가요?"
학생부장은 흥분한 채 말했다.
"네! 저한테 엉덩이 들이밀고 방귀를 뀌었다니까요. 그것도 세번이나!"
민지의 담임선생, 지유나는 학생부장 선생님의 말을 믿기 힘들었다.
항상 의지되고 착한 민지였다. 그런 그녀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었다.
"아니 유나쌤, 걔 왜 그래요? 담임이니까 좀 이야기 좀 해봐요!"
흥분한 나머지 울먹이는 학생부장의 말에 유나는 생각했다. 오늘 민지를 불러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민지는 자습으로 인해 조용한 교실 분위기를 보고 있었다.
작게 작게 떠드는 소리는 들렸지만 고2 2학기 중간고사를 대비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중하고 공부하고 있었다.
민지는 심호흡을 했다. 18번이면 그래도 많이 줄였다. 생각했다.
4교시는 그냥 한번만 눈 딱 감고 뀌고 넘길 생각이였다. 미령과 혜윤이 뭘 준비했든 이제 이 짓은 그만하고 싶었다.
'....흡!'
민지는 항문에 있는 힘껏 힘을주며 배에 있는 가스를 밀어냈다.
하지만 방귀는 나오지 않았다.
'어?'
지혜는 노트를 통해 민지가 4교시 끝나기 전까진 방귀를 뀌지 못하게 만들었다.
민지보다 뒷 자리인 지혜는 민지가 어떻게든 방귀를 뀌어보려고 배를 주물거리고 두들기면서 흡 흡 거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그 모습을 보며 지혜는 자기 공부로 돌아갔다.
'나와, 왜 안 나와...!'
평소에는 뀌기 싫어도 새어나오던 방귀가 대체 무슨 일인지 나오지 않았다.
물론 평범한 사람이라면 원하는대로 방귀를 뀔 수 없는게 당연하니 나오라고 해서 나오는 건 아니였다.
하지만 지금도 분명히 민지의 뱃속에선 가스가 부글거리고 있었다. 민지 본인은 분명히 그걸 느끼고 있었다.
'제발 나와줘 제발...!'
민지는 필사적이였다.
1교시부터 3교시까지 온갖 굴욕을 참으며 간신히 줄인 벌칙갯수였다.
눈 딱 감고 4교시만 넘기면 모든 게 해결 될 문제였어야 했다.
하지만 민지는 노트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딩-동-댕-동'
4교시를 마치는 종이 울렸다.
그때였다.
'뿌우웅부붑부붑!'
노트의 조건은 4교시까지 였기에 방금전까지 필사적으로 힘을 주어도 나오지 않던 방귀가 4교시 마침종이 울리자마자 뿜어져나왔다.
아이들은 아...또 쟤야? 라는 표정으로 민지를 쳐다보곤 점심을 먹기위해 하나 둘 교실밖으로 나갔다.
지혜는 허망하게 앉아 있는 민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말했다.
"안타깝네. 이제와서 뀌어봤자 4교시는 끝났어."
지혜는 민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누가보면 위로하는 것처럼 보일테지만 지혜의 말은 정 반대였다.
"벌칙 이제 두배로 늘었으니 36개인가? 고생 좀 하겠네."
벌칙 36개.
민지에게 사형선고와 다르지 않았다.
인적드문 옥상에서 민지는 지혜에게 엎드려 빌고 있었다.
혜윤은 오늘 친구들과 밥을 먹겠다고 빠졌기에 민지와 지혜 단 둘이였다.
"제발..지혜야 제발.. 한번만..응? 아니 지혜 주인님..!"
민지는 더이상 자존심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지혜를 서슴없이 주인님이라 부르며 빌었다.
지혜는 민지가 이렇게 조교 중에 정신줄 놓지 않고서 주인님이라 부르는 것은 처음이였기에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지혜는 이쯤이면 되겠다. 생각했다.
"그럼,남은 5,6,7교시. 게임 계속할래?"
지혜의 질문에 민지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응 할게! 무조건 할게!"
민지는 5교시 부터는 그냥 수업시작하자마자 5분마다 방귀를 뀔 생각이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36개의 벌칙을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혜가 말했다.
"같은 건 시키기 좀 그렇고..."
사실 이미 준비한 게 있으면서 지혜는 고민하는 척을 했다. 민지는 제발 더 심한 건 시키지 않기를 빌며 간절한 눈으로 지혜를 바라봤다.
"그래, 우리가 반이 1반부터 12반까지 총 12개였지?"
지혜는 지금 생각난 척하며 말했다.
민지의 간절한 눈은 불안한 눈으로 바뀌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성실여고 2학년 1반 학생들은 수업준비를 위해 모이기 시작했다.
5교시 시간표를 확인하며 하나 둘씩 착실하게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앞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몇 명의 아이들은 교실 앞 문을 바라보았다.
"안녕 애들아. 중요하게 할 말이 있는데 모두 집중해줄래?"
민지는 2학년 1반 교실 교탁앞에 서서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뭐야?"
"최민지야, 무슨 일이지?"
관심없던 아이들도 민지의 말에 하나 둘 앞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조용해진 교실에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로 모이자 민지는 침을 삼켰다. 해야만 했다. 자신에게 시간은 별로 없었다.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텐데. 나는 2학기 시작 하고나서도 수술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못 했어."
민지는 지혜가 시켰던 말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 마냥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넘어져서 수술했다고 핑계댔는데, 아무래도 내 일상생활을 위해 너희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것 같아."
여기서 끝내면,
그냥 벌칙 36개를 미령과 혜윤의 게임으로 줄인다면..
민지는 생각했다.
이 말을 하는 순간, 자신은 끝이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최민지라는 이미지는 산산조각 날 것이고 앞으로는 더이상 완벽한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이미 늦었나? 민지는 생각했다. 그리곤 지혜가 시킨 말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방귀가 멈추지 않는 병에 걸렸어. 앞으로 내가 너희들 앞에서 뿡뿡 거려도 병 때문에 그런거니 이해해주길 바랄게."
이 말을 하며 민지는 2학년 1반 교실 앞에서 성대하게 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뿌우우우우우웅!'
민지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보다시피 소리는 무조건 천장이 무너질세라 크게 나오고, 냄새는 이 병의 원인이 일주일이나 똥을 못 싼 변비다보니 아주 심해. 미안해!"
민지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방귀쟁이라 미안해! 앞으로 잘 부탁할게!"
그리곤 민지는 황급히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2학년 1반 교실의 아이들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폭풍이 지나간 것마냥 고요한 자리에는 민지의 방귀냄새만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2학년 1반부터 12반까지. 내가 시킨 말을 모두 마치면 벌칙 12개 줄여줄게. 그럼 24개네?"
민지는 지혜가 시키는대로 해도 처음보다 많아진 벌칙갯수때문에 당황했다.
벌칙갯수도 문제였고, 지혜의 지시도 문제였다.
지혜는 민지에게 공식적으로 자기가 방귀쟁이라는 걸 모든 반에 알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망설이는 민지에게 지혜는 고민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벌칙..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긴한데 36개나 준비하진 못해서, 또 만들어야겠는 걸, 아 지금 이야기한 걸 벌칙으로 시킬까?"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차피 하게 된다.
지혜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민지는 체념하고 결국 하겠다고 말했다.
'2반...3반...'
5교시 시작 전 2반 과 3반까지 돈 민지는 수업이 끝나자 마자 4반 문 앞에 서있었다.
4반은 은영이 있는 반이였다.
도저히 쉽게 들어가지지 않았다.
"최민지. 뭐해?"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민지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송은영은 아무것도 모르는듯한 얼굴로 민지를 보고 서 있었다.
"들어가게?"
민지는 당황했다. 왜 얘가 여기있지? 생각이 들었다.
이미 5교시 이후 2반 친구에게 들은 은영은 민지가 뭐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추락하겠다는 민지에게 부스터를 달아주는 일이였다.
"들어와, 할 말 있는거 아냐?"
은영은 민지의 손목을 이끌고 반으로 들어갔다.
이미 몇몇 애들은 다른반에서 들었는지 히죽히죽 웃으며 민지를 보고 있었다. 아무 말 못하는 민지를 대신해 은영이 소리쳤다.
"자~ 주목! 애들아 민지가 할 말 있대~"
아이들은 은영의 말에 하나 둘 민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개년이...!'
민지는 속으로 은영을 욕하면서 지혜가 시킨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텐데. 나는 2학기 시작 하고나서도 수술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못 했잖아? 그거 넘어져서 수술하느냐 그랬다고 했는데 사실 그건 거짓말이였어."
은영은 민지의 옆에서 입을 막으며 놀라는 척하고 말했다.
"헐? 그럼 뭐 때문에 일주일이나 개학을 미룬거야? 엄청 큰 수술이였을텐데~?"
민지는 시어머니보다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을 은영을 통해 정확히 깨달았다. 하지만 자기가 여기서 은영에게 달려든다 해도 어차피 해야 하는 말은 정해져 있었다.
살짝 이를 갈며 민지는 말을 이었다.
"나, 사실 방귀가 멈추지 않는 병 때문에 수술한거야. 앞으로 내가 뿡뿡거려도 양해부탁할게..!!"
민지는 다른반에서 했던 것 처럼 이 말을 하며 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4반애들은 일제히 웃기 시작했다.
은영은 말했다.
"아하하하하! 이거 완전 뿡뿡이네 뿡뿡이! 야, 뿡뿡아 짜잔형은 어딨어?"
은영은 일부러 오버하며 좌우를 두리번 거렸다.
민지는 죽고싶을 만큼 치욕스러웠다.
"야, 이제부터 얘는 뿡뿡이라 불러도 되겠네. 다른 사람이랑 헷갈릴 일은 없으니까. 그치 뿡뿡아?"
은영의 말에 민지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은영을 상대하는 것보다 최대한 많은 교실을 돌아야만 했다.
"아...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해! 방귀쟁이라 미안해!!"
호다닥 도망가는 민지의 뒤로 은영 주도하에 아이들의 비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하교시간.
결국 민지는 모든 반을 다 돌았다.
종례를 마치고 하나 둘 떠나는 아이들은 민지의 옆을 지나갈때 킥킥 웃었다.
얼핏얼핏 민지의 이름이 들리는 듯 하기도 했다.
민지는 포기하고 가방을 쌌다. 얼른 그냥 집에가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싶었다.
그때였다.
"민지야? 선생님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할래?"
민지의 담임인 지유나는 민지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지금..이요?"
민지는 힘 없이 되물었다. 유나는 이런 민지의 모습에 분명 무슨 일이 있음을 직감하고 말했다.
"길게 안 끌게. 한 10분?"
민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그럼 선생님 잠깐 이 출석부만 교무실에 정리하고 올테니까 여기서 잠시 기다려줘."
그렇게 말하곤 유나는 서둘러 교무실로 향했다.
텅 빈 교실엔 민지 혼자 앉아 있었다.
민지는 해가 지며 그림자 지는 교실에서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었다.
교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민지는 생각보다 되게 빨리왔네..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송은영"
민지는 들어온 사람이 은영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정색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은영은 그런 민지를 보곤 히죽거리며 민지 앞에 앉았다.
"무슨 볼 일 이라도?"
민지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비록 이제 학교에서 민지의 이미지가 나락쳐도 힘으로라면 충분히 민지는 은영을 이길 수 있었다.
만약 여기서 자신에게 시비를 건다면 바로 코뼈를 후려치려고 민지는 생각했다.
"이게 뭘까?"
은영은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민지에게 보여주었다.
수학시간에 교실 앞에서 방귀뀌는 민지가 고스란히 동영상으로 찍혀있었다.
"너...?!"
당황한 민지가 휴대폰을 뺏으려하자 뒤로 빠지며 은영은 말했다.
"이미 백업 보내놨거든? 뻇어봤자야."
은영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말하고 싶은게 뭔데."
민지는 우선 대화로 해결하고자 했다. 은영이 만약 사과를 원하면 최대한 만족시켜주어 저 영상을 지우게하려고 했다.
"그게 말이야..민지야. 내가 요즘 유튜브를 하거든?"
은영은 어깨까지 오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빙빙 꼬며 말했다.
"근데 조회수가 너무 안 나와서.. 이 영상을 고등학교 방귀녀 굴욕영상으로 올리면 좀 꼬이지 않을까 싶은데.."
은영은 이렇게 말하곤 민지를 바라봤다. 똑똑한 민지라면 자신이 뭘 말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뭘 해줬으면 해?"
민지는 계속, 자신의 약점을 잡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고 생각했다.
최근들어서 자신은 타인에게 '모든 지 할게', '내가 뭘 했으면 좋겠어?', '원하는게 뭐야'같은 철저하게 지는 입장의 말 밖에 하지 않았다.
은영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는 전혀 그런거 관심없는데~ 너도 알다시피 막 그런 말이 있잖아? 은영 파벌이라던지 민지 파벌이라던지.."
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메며 말했다.
"웃기잖아? 그러니까 그런 거 없이 지내려고 해. 그러니 너 나랑 친구하자."
뜻 밖의 말에 민지는 놀랐다.
친구라고?
자신에게 그걸 원하는거야 고작? 민지는 생각했다.
은영은 그렇게 말하곤 민지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가자, 애들이 기다려."
민지는 자신과 상담하기 위해 곧 담임선생이 올 것이기 때문에 거절하려 했다.
아무리 그래도 가버리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았다.
"미..안 나 이제 할 일이.."
민지가 거절하자 은영은 눈빛을 바꾸며 말했다.
"아~ 그렇네 나도 유튜브 올려야하는데."
민지는 그 말에 벌떡 일어나 가방을 받았다. 그러면 그렇지. 은영은 민지를 자기 마음대로 할 생각 한 가득이였다.
"고마워 민지야. 나가면서 앞으로 우리의 방향에 대해 설명할게."
민지는 은영과 나갔다. 잠시 후 교실에 헐레벌떡 지유나 선생이 들어왔다.
"허억..허억 미안해 민지야 늦었지! 어라..?"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유나는 허망하게 빈 교실을 바라보았다.
은영의 친구들은 할 일이 있다는 은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은영이 손을 흔들며 뛰어왔다.
"미안해~ 많이 늦었지?"
"늦어! 뭐하고 있던거야. 니가 기다리래놓곤"
은영은 사과의 표시를 하며 말을 이었다.
"아니..나는 너희한테 재밌는 걸 보여주려고 했지."
"재밌는 거?"
친구들이 은영의 말에 되묻자 은영은 씨익 웃으며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그리곤 동영상 촬영모드에 들어갔다.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은영은 외쳤다.
"잘 봐? 뿡뿡아~ 놀자!"
그러자 안 보이는 모퉁이에서 민지가 황급하게 뛰어왔다.
"최..민지?"
은영의 친구들은 갑자기 달려오는 민지에게 당황했다. 허나 이내 민지가 보이는 행동은 충격적이였다.
"방귀 소리나면 내가 달려온다네~ 이리 뿡! 저리 뿡! 여기저기 뿡뿡!"
민지는 어렸을 때 들었던 TV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 노래를 부르며 방귀를 맞춰 뀌었다. 큰 엉덩이를 씰룩대며 새빨개진 얼굴로 노래를 불렀다.
"방귀 대장~ 민지!"
'뿌우우우우우우욱!'
은영은 이 모든 과정을 촬영하고 나서 배를 잡고 웃었다.
은영의 친구들 역시 민지의 추태에 하나 둘 웃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우리랑 같이 놀 어.. 이름이 뿡뿡이? 응. 뿡뿡이야."
민지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였다.
은영은 그런 민지에게 말했다.
"자, 뿡뿡아? 자기소개 해야지?"
은영의 말에 민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안녕 애들아! 나는 방귀 섬에서 지구로 내려온 성실여고 방귀대장 뿡뿡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은영의 지시로 민지는 앞으로 뿡뿡이라 불리면 대답하고, 자신을 뿡뿡이라 소개해야 했다.
은영 친구들 서열 제일아래로 들어가 그들의 시중을 들며 분위기 메이커를 맡아야했다.
"아~ 그럼 우리 뿡뿡이랑 노래방이나 갈까?"
억지로 민지와 어깨동무한 은영은 민지를 끌고 번화가로 향했다.
성실여고 공식 뿡뿡이, 최민지의 탄생이였다.
그날 밤 11시.
미령의 호출로 민지는 오피스텔로 향했다.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어."
지혜 다음으로 조교를 희망한 미령은 민지에게 말했다.
"조금 바빴어요."
민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이많은 아줌마가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혜에게 들었어. 벌칙 24개가 됐다며?"
미령의 물음에 민지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미령은 히죽 웃더니 준비해둔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걱정마 민지야. 나는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을 제안할거야."
그렇게 말하곤 미령은 무언가 촤르륵 펼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민지는 얼굴이 굳었다.
미령이 펼친 것.
그것은 SM플레이할 때 많이들 쓴다는 수 많은 피어싱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