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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25화

다음 날.


미령과 밤 산책을 즐긴 민지는 새벽 1시 좀 넘게 지나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루종일 혜윤의 게임과 미령의 조교로 정신적으로 고통받아 피폐해졌던 탓에 돌아가자마자 잠든 민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등교했다.


일찍 등교한 이유는 항상 아침에 지혜와 혜윤에게 몸 상태를 보고 해야하는 탓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제 민지의 추태 때문이였다.


'나 어떡해..'


민지는 어제 혜윤이 바른 옻으로 인해 올라온 가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반 애들 앞에서 항문을 쑤시며 미친듯이 절정했다. 마치 짐승과 같은 모습으로 가려움을 해소하는 행위에 몰두하고 울부짖었다.


그때는 의식할 겨를이 전혀 없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방귀도 뀌면서 항문에 달린 방울 피어싱이 딸랑거렸던 것 같기도 했다. 만약 그 기억이 진짜라면 민지의 항문에 걸린 피어싱 역시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여고의 소문은 빠르다. 여학생들 특유의 수다스러움에 아마 모든 반, 심하면 모든 학년에 소문이 다 퍼졌을지도 모른다.


민지는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반 애들은 물론이거니와 학교 애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좀 모여있는 시간에 등교해 수치를 당하는 것보단 차라리 일찍와서 짐만 미리 내려놓고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조회시간 직전에 후다닥 들어오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한때 성실여고의 여왕이던 민지는 이제 남들의 시선을 눈치보고 부담스러워 하며 학교생활을 해야했다.


민지는 반에 들려 서둘러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대충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반으로 내려갈 생각이였다.







"안녕?"


민지가 옥상에 올라오자 지혜가 인사했다. 민지는 지혜의 얼굴을 보자마자 얼굴 표정이 굳었다.


"뭘 그렇게 놀래. 난 항상 이 시간에 왔는걸"


지혜는 꺄르륵 웃으며 민지에게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민지는 어색하게 웃으며 지혜에게 말했다.


"아, 안녕 지혜야. 렌즈했어? 안경 벗었네.."


평소 못생긴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던 지혜는 안경을 벗고 맨 얼굴로 민지를 보고 있었다. 민지는 내심 안경 벗으니까 좀 낫네 생각이 들었다.


지혜는 그런 민지에게 들고있던 빵과 우유를 건내며 말했다.


"아침이야. 다 먹어."


이미 고구마와 계란을 아침에 잔뜩 먹은 민지였지만 지혜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었다. 민지는 또 뭐가 들은거지? 경계하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빵과 우유를 받았다. 지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괜찮아. 지금 그건 순수한 호의니까."


그 말에 민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빵과 우유를 조심스럽게 교복 주머니에 넣었다. 지혜는 그 모습이 왠지 귀엽게 느껴져 피식 웃었다.


피식 웃으며 지혜는 민지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여전히 살집이 있는 몸이지만 요 근래 더욱 고생한 탓인지 민지는 어딘가 초췌해보였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세웠음에도 민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뭐, 이미 갈색이다 못해 까맣게 변색되고 있는 보지나 개발되어 커다란 유두같은 건 수술이 아니면 무리겠지만 지금부터 관리하면 예전의 최민지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민지를 타락시키면 저 아름다움이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고 지혜는 생각했다. 지혜는 일어서며 민지에게 말했다.


"민지야"


"으..응?"


지혜가 부르자 민지는 불안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지혜는 가방에서 노트 하나를 꺼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너 왜 니 인생이 이렇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아?"


"...."


지혜가 말한 것은 당연히 민지 역시 매일 밤 생각하곤 있었다. 잠자리에 누울 때 마다 왜 자신이 지혜에게 거역할 수 없는지. 어째서 매일 꾸역꾸역 먹고 살이 쪄야하며 원래 변비가 있었다지만 왜 방귀가 멈추지 않는지. 그럼에도 병원은 가지않는 자신이 의문이였다.


표정이 굳은 민지에게 지혜는 노트를 펼치며 펜을 꺼내 무언가를 끄적이곤 말했다.


"실은, 나 때문이야. 이 노트는 적으면 뭐든지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노트거든."


"...뭐?"


지혜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민지는 큰소리로 되물었다. 미친년인가 싶은 생각에 민지는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네 몸을 봐."


민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지혜는 말을 끊으며 말했다. 민지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곤 놀라 소리쳤다.


"뭐야? 무슨 짓 했어?!"


앉으면 두겹의 뱃살이 생길 정도로 살집있던 민지 몸은 다시 예전의 아름다웠던 민지 몸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엉덩이는 비록 여전히 커다랬지만 몸이 완벽하게 돌아가자 오히려 섹시어필이 가능한 엉덩이가 되어 사람에 따라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하도 커다래서 브래지어에서 느껴지던 유두의 느낌도 원래대로 돌아갔는지 전혀 자극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 설마 진짜야?!"


민지는 노트의 힘을 보고 경악하며 지혜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지혜는 여유롭게 무언가를 끄적이더니 말했다.


"너도 머리 좋으니까 이쯤되면 믿을거아냐? 진짜지 당연히."


"그거 이리 내놔..!"


민지는 곧바로 지혜에게 달려드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당연히 지혜는 민지의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항목을 적어뒀다.


"으그극.. 왜 몸이 말을 안 듣는거야 씨발..!"


저 노트.


저 노트만 뺏으면 민지는 다시 예전의 완벽한 자신으로 돌아갈 것이다. 여전히 달려있는 피어싱이나 아직 살에서 느껴지는 겨드랑이 털, 혹시 여전히 변색되어 있을 여성기를 되돌리고 어쩌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자신의 이미지 또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민지를 보며 지혜는 웃었다.


"민지야. 내가 자비를 베풀었잖아? 다시, 아니지. 더 엉망인 몸으로 살고싶은거야?"


"..."


지혜의 말에 민지는 계속 내뱉던 욕설을 멈추고 우선 진정하기로 했다. 자극해봤자 저 노트가 진짜고, 지혜의 손에 있는 한 손해보는건 민지였다.


"왜 내게 그걸 말해주는거야? 이제와서?"


민지는 갑자기 지혜가 자신에게 노트를 밝히는 것이 의문이 들어 물었다. 지혜는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며 대답했다.


"첫째, 이제 나는 약점이 없거든. 둘째, 그 편이 재밌을 것 같아서. 셋째, 네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니 인생은 내손에 달렸다는 걸 알려주려고."


노트를 탁! 덮으며 지혜는 몸이 굳은 민지를 지나쳐 옥상 문으로 다가갔다. 뒤조차 돌아볼 수 없던 민지는 크게 소리쳤다.


"왜 내 몸을 되돌린건데! 이제 또 뭘 망가뜨릴려고?!"


사실 지혜는 예전 노트가 수정불가능해진 사라진 항목들 조차 새 노트는 수정할 수 있는지 실험하려고 한 짓이였지만 이 참에 민지는 조교방안을 앞으론 정신을 꺽는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민지가 속을만한 거짓말로 둘러댈 생각이였다.


지혜는 옥상 문을 열고 민지쪽으로 뒤돌아보며 말했다.


"너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겠다 싶었을 뿐이야. 뒤룩뒤룩 살찐다거나 유두 개발같은건 다른 누군가가 더 어울리겠지."


쾅! 지혜가 옥상문을 쎄게 닫고 나가자 민지는 그제서야 몸이 움직여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원인도 김지혜였고 앞으로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것도 김지혜였다.

민지는 절망감과 괴로움에 옥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저 노트가 어디까지 만능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한건 저것 때문에 최근 민지 주변에 일어나는 변화가 발생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 망가진 삶을 되돌릴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평생 김지혜에게 비굴하게 빌며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하나? 하는 공포도 엄습했다.


딩동댕동


아침조회 시작 전 종이 울리고 민지는 그제서야 부스럭 자리에서 일어나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옥상을 내려갔다.


차라리 꿈이거나 노트에 대해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라고 민지는 생각했다.


'드르륵'


민지가 교실로 들어오자 교단에 서있던 유나는 민지를 차갑게 쏘아보고는 다시 시선을 반 아이들에게 돌렸다. 유나는 오늘 저녁 남자친구와 헤어지도록 한다며 혜윤이 시킨 일 때문에 밤새 스트레스를 받아 불면에 시달렸고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원인이 괜시리 민지에게 있는 것 같아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야, 야 쟤 왔다. 뿡뿡이."


"살이 갑자기 빠진거같은데?"


"알게뭐야. 어제 못봤어? 지 똥구멍 막 후비는거? 우웩.."


아이들의 수근거림과 역겨운 것을 본다는 눈빛이 민지를 후벼팠다. 민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자리로 걸어갔다. 민지의 시선에 지혜가 들어오자 괜시리 분노가 치밀었다.


민지가 자리에 앉자 때 마침 조회가 끝났다는 종이 울렸다. 유나는 다시한번 아침조회때 한 말을 정리하며 출석부를 챙겨 교실 밖으로 나갔다.


"..유나선생님 오늘 기분 안 좋은가?"


"몰라 그 날 아냐?"


상냥한 유나답지 않은 차가움에 몇 몇 아이들이 수근거렸다. 민지는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책상 밑에서 다음 수업을 위한 교과서를 꺼냈다.


그때였다.


"미..민지야"


반장이 걱정하는 목소리로 민지를 불렀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였다.


'뿌우욱!'


"아...?!"


민지는 이름이 불리자 갑자기 예고도, 느낌도 없이 우렁찬 방귀를 뀌는 자신의 몸에 당황해 소리쳤다. 그 소리에 아이들은 풉 웃으며 민지에게 말했다.


"아니 민.. 아니지 뿡뿡아! 그만 좀 뀌어. 냄새도 독해서 반 창문 계속 열어야하잖아!"


우하하하하! 아이들은 누군가 뱉은 말에 민지를 비웃으며 자신들이 할 일을 했다. 이젠 민지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보였다.


오직 반장만이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울상을 지으며 조용히 통신문 한 장을 내밀었다.


"미, 미안.. 이거 통신문인데 부모님 가져다드리면 돼. 어제 조퇴해서 내가 대신 받았어. 몸은 좀 괜찮아?"


민지는 그냥 반장이 꺼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반 아이들이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않고 오직 비웃음의 대상으로 자신을 보고 있을 때 그나마 걱정해주는 반장까지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말했다.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병원에서 약 지어먹고있어."


물론 거짓말이였다. 민지는 나아진거라곤 방금 지혜가 노트를 수정해 다시 날씬해졌다. 유두가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정도일뿐 여전히 치마 안에선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방귀소리나 냄새를 보아하니 더 두가지말고는 민지가 나아진 점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착하디 착한 반장은 슬쩍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다행이야. 그래서 그런가 붓기도 빠진 것 같네. 그럼 오늘은 몸 조심해 민지야.."


'뿌우우우욱!'


"....어 고마워."


반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한번 방귀가 나오자 민지는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반장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후다닥 자리로 도망갔다. 주변 반응은 이제 민지가 저러는게 당연하다는 듯 창문을 열거나 노려보는 애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무시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이름이 불리면 방귀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복통이 있거나 가스가 차있다는 느낌이 있어 민지가 자의로 뀐 것이 많다면 지금은 전혀 아무 느낌도 없는데 멋대로 나와 자신을 굴욕적으로 만들 뿐이였다.


원래라면 원인도 모르고 얼굴만 새빨개져 몸을 웅크렸겠지만 진실을 알게된 민지는 누구를 찾아가야하는지 알고 있었다.


민지는 벌떡 일어나 지혜에게 걸어갔다. 지혜는 문제집을 풀고있다가 갑자기 책상에 그림자지자 얼굴을 찌뿌리며 민지를 바라봤다.


"뭐야?"


민지는 지혜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뭘 했어? 아까 뭐 적던데. 내 몸에 무슨 짓을 한거야?"


얼굴은 새빨개져선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민지가 우스워 지혜는 피식 웃곤 대답했다.


"그렇게 궁금해? 난 그냥 민지(뿌우우우우웅!)라고 불릴때마다 방귀로 대답한다고 적었을 뿐인데?"


"..너 이 씨발"


지혜가 이름을 부르자 민지는 또 다시 방귀가 뿜어져나왔다. 자신에게 한 일을 들은 민지는 지혜의 목을 조르고 싶었지만 또 수작을 부렸는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히 나 공격 못하게 해놨지. 내가 바보야? 너도 알잖아 에휴.."


대충 얼굴로 죽여버리고 싶다고 말하는듯한 민지였기에 지혜는 일부러 더 감정을 상하게 하고자 도발했다.

지혜의 도발에 민지는 뿌득, 이를 갈곤 말했다.


"이런 짓을..해서 너한테 이득이 뭔데? 그렇게까지 내가 쪽팔렸으면 좋겠어?"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뭐, 나는 니 인생 망치는게 좋아 라고 말하고자 지혜는 입을 열었다.


그때였다.


'빡!' 누군가 민지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지혜 역시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고 머리가 밀릴 정도로 쎄게 맞은 민지는 한 손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자신을 때린 대상을 노려봤다.


"야~ 뿡뿡아! 어제는 왜 조퇴했어?! 매점가자 매점!"


은영이 거슬리는 목소리로 민지의 뒤통수를 후려치곤 소리쳤다. 민지는 뒤통수에서 올라오는 통증과 은영의 목소리에 분노에 찬 눈초리로 은영을 노려보았다.


지금의 민지라면 지혜에게 진실을 듣고 쌓인 분노를 한번에 터뜨려 은영을 반 시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누구보다 민지 본인만큼 민지를 잘 아는 지혜는 그 사실을 눈치채고 달려들지 못하게 주의를 자신쪽으로 돌렸다.


손을 부들부들 떠는 민지에게 지혜는 조용히 말했다.


"다녀와, 뿡뿡아. 풉.."


일부러 도발하는듯한 지혜의 말은 넘기더라도 방금의 말로 눈치빠른 민지는 지혜의 노림수를 깨달았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방귀를 뀐다는 것은 앞으로 민지는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상황을 철저하게 피해야한다는 것이였다. 지혜는 민지의 이름을 빼앗고 뿡뿡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도록 수작을 부리는 것이다.


민지는 깨달음을 얻고 지혜를 노려보며 욕이라도 한마디 하려했지만 은영은 그걸 기다려주지 않았다.


"아니 뿡뿡아. 얘는 누군데 자꾸 노려보고 있어. 얘가 너한테 뭐 했어?!"


은영은 민지의 팔을 잡아끌며 지혜에게 헤헤 웃어보였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민지와 정반대인 은영은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과 달리 지혜를 처음봄에도 전혀 얼굴에 티내지않고 다른 애들 대하듯 웃어주었다.


'..확실히'


은영의 그런 모습을 보며 지혜는 혜윤을 떨어뜨리고 나면 은영에게 접근해봐야겠다 생각했다. 어차피 은영의 괴롭힘 방식이 마음에 들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민지는 저항했지만 결국 은영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며 끌려나가야 했다. 민지가 완전히 나가자 지혜는 다시 노트를 꺼내 만약을 대비해 민지의 근력을 어린아이수준으로 낮추었다. 혹시 은영에게 덤비더라도 은영은 민지를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였다.


왜 자신이 은영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지 지혜는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친구라곤 있어본 적 없는 지혜였기에 이 감정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혜같이 반에서 겉도는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잘나가는 또래중 한명이 친한 척하면 괜히 자기 위치가 높아진 듯한 착각을 하곤 했다.


지혜 역시 마찬가지로 예전부터 민지나 혜윤같은 아이들과 친구가 된다면 반에서 겉도는 자신을 다시봐주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 탓에 지금 지혜는 내심 은영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지혜는 혜윤에게 상처받고 더이상 기대하지 않아야하는 지혜였지만 방금 은영의 친밀한 모습에 어쩌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야 김지혜"


겨우 민지가 끌려나가고 은영에 대해 생각하며 안심하던 지혜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아침부터 지쳐버린 지혜가 돌아보자 혜윤이 팔짱을 끼며 지혜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혜윤은 아침부터 몹시 불쾌해보였다.


"잠시 이야기 좀 할까?"


혜윤의 말에 지혜는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이것은 지혜의 연기.


지혜는 올 것이 왔다 라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표정관리를 하며 혜윤을 따라 교실을 나갔다.






한편 민지는 매점으로 끌려가 은영과 은영 친구들이 먹을 음료수를 품에 가득 들곤 후다닥 은영이 앉아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물론 가격도 민지가 자신의 돈으로 지불해야만 했다.


"늦어! 엉덩이가 뚱뚱해서 이렇게 늦는거야?"


일부러 매점에서 멀찍한 곳에 자리잡고 수다떨던 은영은 민지가 저 멀리 달려오자 그다지 오래걸리지 않았음에도 인상을 찌뿌리며 민지에게 소리쳤다. 민지는 헉헉대며 가져온 음료수를 테이블에 올려뒀다.


"앞으로 이렇게 늦으면 별로 좋은 꼴 못 볼거야 민지야."


은영은 민지에게 퉁명스럽게 말하곤 테이블에 놓여진 음료수 중 아무거나 가져와 벌컥벌컥 마셨다.


은영이 마시기 시작하자 나도, 나도 하며 은영의 친구들은 하나 둘 신나게 민지가 산 음료수를 가져갔다. 아이들이 하나씩 집어가자 민지 몫의 음료수만 덩그러니 테이블에 남아있었다.


"..후우.."


아침부터 달린 탓에 지친 민지는 목을 축이고자 캔에 손을 내밀었지만 아직 자신의 것을 다 마시지 않은 은영이 먼저 캔을 낚아 채며 말했다.


"안되지 뿡뿡아. 너는 이런거 먹으면 방귀만 더 나와요~"


은영의 말에 민지는 은영을 노려보았다. 은영은 싱글벙글 웃으며 한손에는 음료수를 다른 한손으론 휴대폰을 쥐곤 가볍게 손목으로 흔들며 말했다.


"이게 진짜 마시고 싶어?"


자세히 보니 휴대폰화면은 민지가 교실앞에서 방귀뀌는 영상 화면이였다. 민지는 수치심을 참으며 말했다.


"..으응 뿡뿡이..목말라서.. 마시게 해주면 안될까?"


주변 은영의 친구들은 민지를 비웃으며 은영을 바라보았다. 은영은 일부러 과장되게 고민하는 척 하더니 말했다.


"물론 되는데.. 공짜로는 안되고~"


은영이 주변을 둘러보자 1교시를 앞두고 서둘러 교실로 올라가는 아이들이 몇 명 보였다. 자신들도 슬슬 교실로 올라가야하니 심한건 시키기 힘들어보였다.


민지의 옆 반인 은영은 교실로 향하면서 시킬 수 있을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 뿡뿡아 혹시 드라군이라고 알아?"


"드라군..?"


영문 모른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민지에게 은영은 휴대폰으로 드라군자세를 검색해 보여주었다.


검색결과를 보며 민지는 은영이 뭘 시킬지 알 것 같다는 생각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그냥 안 마실게 꺄앗?!"


민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은영은 민지의 머리를 후려쳤다. 빡! 하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뿡뿡아 내가 설마 음료수로 널 협박하는 거 같아?"


"..."


민지도 대충은 눈치채고 있었다.


당연히 음료수는 구실. 은영은 그냥 민지의 굴욕을 보고싶어서 아무거나 꼬투리 잡은 것이라는 사실을.


아랫입술을 작게 깨물며 민지는 은영을 노려봤다.


이제부터 당할 굴욕이 너무나도 억울했다.



(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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