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가 화장실에서 돌아와보니 지혜와 소민은 이미 주변을 정리하고 민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지는 우선 겉보기에는 변화가 없어보이는 소민이를 보고 살짝 안심했다.
지혜의 노트는 민지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에도 마음만 먹으면 소민이를 몰라보게 바꿀 수 있었기 때문에 민지는 화장실에 있는 내내 소민이를 걱정했었다.
'일단은 아무 짓도 안 당한걸까?'
안심하며 민지는 소민이에게 다가갔다.
"소민아 괜찮아?"
소민은 자신을 걱정하는 민지를 보며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응, 난 괜찮아. 너는 좀 어때?"
민지는 복통때문에 방금 전까지 소민이 앞에서 보였던 비굴한 모습이 생각나 얼굴을 붉혔다.
"응,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민지 역시 소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놀고들 있네. 가자. 오피스텔에서 할 게 많아."
그런 두 사람이 자기 앞에서 우정을 나누는 것이 꼴보기 싫었던 지혜는 툭 던지듯 말하며 쇼핑몰 밖으로 향했다.
지혜의 행동에 민지와 소민은 방금 전까지 훈훈하게 웃고있던 표정을 구기며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지혜의 뒤를 터덜터덜 따라갔다.
쇼핑몰에 올 때는 미령의 차를 타고 왔지만 미령이 혜윤을 차에 태워 어딘가로 가버렸으므로 돌아갈때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지혜는 당연하다는 듯이 택시를 잡더니 민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돈 있지? 민지야. 일단 뒤에 타. 결제는 니가 하고."
마치 민지에게 돈을 맡겨둔 것만 같은 지혜의 태도에 소민은 황당했지만 민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지혜의 말대로 뒷자석에 올라탔다.
소민은 그런 민지를 보며 답답한 마음에 생각했다.
'민지야 왜 그렇게 굴복해버린거야.'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소민은 그런 민지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였다.
그렇게 소민과 민지를 태운 택시는 오피스텔로 향했다.
유나가 혜윤의 지시로 남자친구와 최악으로 헤어진 이후.
집으로 돌아간 유나는 남자친구인 현식에게 사실을 밝히고 자신을 믿어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마음이 돌아선 남자친구는 유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현식 역시 아무리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입안 가득 케이크를 쑤셔넣으며 트름하고 방귀뀌는 유나의 모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말 사랑했던 남자와의 이별을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유나는 씻지도 않고 폐인처럼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울고 웃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유나가 정신이 든 것은 미령의 연락때문이였다.
어느 새 잠들었는지 침대에 누워있던 유나는 미령의 연락을 받고 오피스텔로 향했다.
다만, 복종하는 마음으로 오피스텔로 향하는 것이 아니였다.
최대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꾸민 유나는 새빨간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고 크로스백 안에 작은 과도를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
유나의 눈빛은 유나를 아는 사람이 본다면 흠칫 놀랄 정도의 광기가 담겨 있었다.
오늘 유나는 혜윤을 죽이고 자신도 죽을 생각이였다.
아직 한번도 지혜와 엮이지 않았던 유나는 이 모든 시작이 이혜윤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노트의 존재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원한은 모두 혜윤을 향하고 있었다.
'허어.. 유나쌤 이거 실화야?'
오피스텔을 향하면서 지혜는 민지와 혜윤, 소민의 조교를 위해 노트를 살피고 있었다.
택시 뒷 자석에 앉은 민지와 소민은 지혜가 노트를 펼치는 것은 보았지만 이미 노트와 지혜에게 손대는 것을 금지당한 뒤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지혜는 이대로 오피스텔로 들어갔으면 유나에게 살해 당했을 수도 있었을거란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생각해보니 유나에겐 노트로 안전장치를 걸지 않았었고 오로지 혜윤의 재량만으로 인생 밑바닥으로 끌어내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혜윤은 어쩌면 당장 오늘 유나에게 이미 살해 당했을 수도 있었단 이야기였다.
'본의 아니지만 이혜윤을 살려준거네.'
지혜는 자신이 혜윤을 살려준 것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느꼈지만 당장 급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펜을 꺼냈다.
우선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유나의 행동에 손대기로 했다. 지혜 역시 칼에 맞아 죽고싶지 않았다.
유나가 말려든 것에 대한 진실을 밝혔을 때를 대비해 유나의 분노를 잠재우고 싶었지만 방법이 문제였다. 사실 노트로 화를 푼다. 라고 적으면 해결될 문제긴 했다.
다만 지혜의 고집이 사람의 감정을 멋대로 바꾸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해버리면 민지의 또 다른 인격인 미나를 만드는 것이랑 다를 게 없으니 지혜는 최대한 지유나라는 사람 본인 그대로 몰락하는 것이 보고 싶었다.
어찌보면 혜윤때문에 억울하게 말려든 유나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더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김지혜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인 척 연기한다.'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다.
세뇌같은 것을 당해서 분노를 잊는 것이 아니다.
이미 속은 썩을대로 썩어 문드러졌음에도 그것을 숨기고 혼자 화를 삼키며 예스맨인 척 좋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해야하는 것이였다.
혜윤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하면서도 유나의 감정은 고스란히 남겨 자신의 무력함에 대해 되새겨야하는 악의가 담긴 항목이였다.
이제 앞으로 착한 유나선생님은 진실된 선함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지혜를 기쁘게 만들었다.
"어? 지혜야?"
유나는 오피스텔에 들어오는 대상이 당연히 혜윤일 줄 알고 현관에 서 있었다.
그러나 오피스텔로 들어오는 것은 혜윤이나 미령이 아닌 지혜였다. 그 뒤에 민지와 처음 보는 여자애도 엉거주춤 따라 들어왔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지?'
유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오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유나를 향해 지혜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정의감도 적당히 가지셨어야죠 선생님. 에휴.. 저는 선생님 말려들게 할 생각 없었는데."
지혜의 말을 듣고서도 아직 상황이 파악되지 않은 유나는 지혜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니? 지혜야. 너도 혜윤이한테 당한거니? 이혜윤은 어디있고?"
지혜는 유나를 딱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선생님. 다 저에요. 최민지를 저렇게 만든 것도, 이혜윤이 조교를 시작한 것도 전부 제가 그렇게 하도록 만든거에요."
믿기지 않았다.
지혜는 반에서 조용하고 내성적이지만 성적은 뛰어난 학생이라고 유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눈에 띄지 않으려 하고 어울리지 않는 탓에 항상 걱정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알고보니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담임선생으로서 지혜의 가정형편을 알고있는 유나였기에 지혜가 돈도 힘도 없는 아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혜윤이라면 모를까.
혼란스러웠던 유나는 지혜와 함께 오피스텔에 들어온 민지를 바라봤다. 민지는 유나와 눈이 마주치자 조용히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유나가 민지를 구해주려다가 혜윤이 개입해 억지로 민지의 똥구멍을 빨아주었던 날.
그 날 민지는 뜬금없이 김지혜의 이름을 꺼냈었다.
당시에는 전혀 생각치 않던 이름이 튀어나오길래 유나는 지혜 역시 혜윤의 피해자인 줄 착각하고 있었다.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왜냐면 김지혜는 아무리 봐도 왕따같은 걸 당하는 입장이면 모를까 가해자 입장으로 설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든 여자였으니까.
지혜는 덤덤하게 민지와 소민을 보며 명령했다.
"뭐해? 옷 벗어야지."
"큭.."
"뭐?"
지혜의 말에 민지는 갈아입지 못한 탓에 여기 저기 오줌 얼룩이나 갈색 자국이 남아있는 이제는 흰 팬티라고 부르기도 힘든 팬티 한 장을 제외하곤 모두 벗어던졌다.
그런 민지를 보며 아직 지혜에게 제대로 된 조교를 받지 못한 유나와 소민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지혜는 민지를 보며 흡족해하곤 소민과 유나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뭐해요? 벗으라니까요? 선생님? 소민이 너도."
"그러니까 내가 왜..!"
"하아.. 씨발"
소민이 한번 더 반박하자 정말로 짜증났던 지혜는 대뜸 노트를 펼치더니 펜을 꺼내들었다.
뭘 시킬때마다 민지랑 다르게 반항하는 소민이를 보여주기 식으로 혼내기 위해서였다.
"넌 안되겠다. 직접 몸으로 겪어봐. 최민지가 왜 저러는지. 유나 쌤도 잘 봐요."
과거 최민지를 조교했을 때의 경험으로는 가장 추잡한 일을 시키는 것이 마음 꺽기엔 제일 좋았다.
지혜는 망설임 없이 소민의 프로필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했다.
'트름이 멈추지 않는다'
변화는 곧바로 일어났다.
"뭐, 뭘 한거야? 너.. 끄윽..?!"
속이 부글부글 끓자 당황한 소민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소화 덜 된 케이크의 썩은 단내가 속에서 올라왔다.
"꺼~억! 너.. 끄으으윽! 그마..궈어어억! 그만해!"
소민은 그만하라는 단어 조차 완성하기 힘들다고 느낄 만큼 트름이 계속해서 속에서 올라왔다.
처음엔 썩은 단내였지만 워낙 많이 한 탓에 점점 위산의 썩은 냄새, 토사물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 소민을 보며 유나는 지혜의 노트와 지혜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지혜는 유나의 시선을 느끼곤 말했다.
"쌤, 어쩔래요? 쌤도 저렇게 되고 싶어요?"
"아, 아냐! 벗을게. 벗을게요!"
다급하게 외친 유나는 헐레벌떡 입고있던 옷을 벗었다. 지혜는 브래지어를 벗는 유나의 오른쪽 유두에 걸린 결혼반지 피어싱을 보며 피식 웃었다.
"끄윽! 꺼흑.. 끄어어억!"
트름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였다.
이젠 침까지 질질 흘려가며 소민은 잔뜩 눈에 눈물이 맺힌 채 지혜를 바라보고 있었다. 토하기 직전인지 소민은 무릎을 꿇고 명치부분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끄윽..허억..허억..꺼어어억!"
지혜는 숨쉬기조차 버거워 보이는 소민을 보며 여유롭게 방금 적은 항목을 지웠다.
그제서야 끊임없이 나오던 트름이 멈춘 소민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허억..개새끼야.. 흐윽.."
소민이 원망과 분노가 섞인 말을 꺼내며 숨을 몰아쉬자 지혜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너도 그렇고 내 뒤에 두 사람도 그렇고 아무리 발악해봤자 내 허락 없이는 손 하나 못 댄다니까?"
지혜의 말대로 소민이 고통받는 동안 노트의 정체를 아는 민지와 뭔가 노트가 수상했던 유나는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지혜를 제압하고 노트를 빼앗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통하지 않았다.
지혜가 말을 이었다.
"어쩔래 한소민. 이번엔 똥이 안 멈추게 해볼까? 궁금하긴 하네. 사람은 어디까지 똥을 쌀 수 있을까? 응?"
"허억.. 벗을게. 벗는다고 씨발년아."
소민은 지혜를 노려보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런 소민이 지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잠깐, 너는 팬티까지 벗도록 해."
"..알았어"
순간 목 아래까지 내가 왜? 라는 말이 튀어나올뻔 했던 소민이였지만 방금 당한게 있어서 한번 억누르기로 했다.
소민이 조심스레 팬티를 내리자 지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단정한 척 다하더니 털 정리는 왜 안해? 잠깐 있어봐."
약간 관리 안한지 좀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소민의 보지털은 상당히 더럽게 자라있었다.
소민은 설마 이런 상태를 남에게 보일 줄은 생각치도 못했기에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지혜는 소민의 엉덩이로 손을 가져가더니 확! 항문에 자란 털을 움켜쥐고 뽑았다.
갑작스런 고통에 소민은 째지는듯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아아아아악! 씨발년아!"
지혜는 뽑은 털들을 깔깔대며 소민의 눈 앞에 흔들었다.
"내가 털 정리하는 거 도와주는거잖아 ㅋㅋ 와 진짜 더럽다 너는."
일부러 과장되게 소민을 비웃던 지혜는 민지를 보며 말했다.
"자, 민지야 니가 좋아하는거다. 와서 입 벌려."
"네.. 주인님"
뭘 하려는지 아는 민지는 우울한 표정으로 지혜에게 다가와 입을 벌렸다. 그러자 마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듯 지혜가 손에 좀 뽑혀있던 소민의 똥꼬털을 싹싹 털어 민지 입에 넣어버렸다.
"맛있지?"
"...네 맛있습니다."
민지는 입 안에서 굴러다니는 털의 감촉을 정말 최악이라고 느끼면서도 지혜의 눈치를 보며 반항하지 못했다.
유나와 소민은 그런 민지를 보며 자신들도 저렇게 되는걸까 공포가 느껴졌다.
그렇게 지혜가 소민을 괴롭히고 있으니 미령과 혜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미령 덕분에 절정한 탓인지 아니면 쌓여있던 울분이 해소된 탓인지 혜윤은 굉장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와. 산책은 잘 다녀왔어?"
당장이라도 혜윤을 망가뜨리고 싶은 욕망을 참으며 태연하게 지혜가 물었다. 혜윤은 지혜의 말에 대답대신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다 소민을 보더니 지혜에게 물었다.
"저건 뭐야?"
"혜윤아.."
이미 민지와 소민에게 마음이 확실히 돌아서 버린 혜윤은 소민을 저거라고 불렀다. 지혜에게 그토록 반항하던 소민이였지만 혜윤에게는 찔리는 것이 있었기에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응, 이제부터 최민지 벌칙 도우미들이야."
지혜의 말에 혜윤은 지혜를 보며 다시 물었다.
"쟤는 어떻게 여기 데려온거냐고."
지혜가 일부러 혜윤에게는 노트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은 탓에 혜윤은 대체 김지혜가 한소민을 어떻게 데려온 것인가 궁금해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였기에 지혜 역시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대로라면 혜윤의 의심을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최민지가 좀 도와줬단다."
그러나 혜윤이 모르는 사실은 미령은 완전히 지혜의 편이라는 것이였다.
"아하.."
김지혜는 의심하지만 장미령은 믿고있는 혜윤이기에 미령의 변호는 제대로 먹혀들어갔고 최민지가 대체 뭘 한지는 모르겠지만 미령언니 말이니 대충 맞겠지 넘겨 짚고 말았다.
어쩌면 유일하게 혜윤이 눈치 챌 수 있을 기회였지만 허망하게 날려버린 것이다.
미령의 어시스트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지혜는 민지를 보며 씨익 웃더니 말했다.
"자, 그럼 두번째 벌칙은! 두근두근 개조 룰렛!"
개조 룰렛
이름만 들어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민지였다. 유나와 소민은 뜬금없는 벌칙 이야기에 어리둥절해 민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디 저 두 사람이 심하게 말려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민지는 생각했다.
벌칙은 이제야 고작 두 개째였고 아직 세 개의 벌칙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몸 관련된 일을 당하려니 죽을 맛이였다.
싱글벙글 룰렛을 가져오는 지혜를 보며 더러운 팬티 한 장 달랑 입고있는 민지는 부디 이것이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