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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44화

유나의 하루는 최악이였다.


'아 씨발..'


일어나자마자 가랑이가 축축한 것을 느끼며 유나는 울상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바로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아무래도 민지가 참지 못 했던 것 같다.

유나는 민지를 비꼬는 메시지를 남기고 휴대전화를 휙 던지며 일어났다.


"하.. 최민지 개같은 년"


그간의 정신적인 충격으로 바른말 고운말을 하며 학생을 존중해주던 유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혼잣말이라지만 스스럼 없이 민지를 욕하며 유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진짜 역겹다."


바로 팬티와 바지를 벗어 세탁기에 넣은 유나는 세면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산부화 개조를 당해 만삭 배에 가슴 크기 증가 개조까지 겹쳐 K컵이라는 가슴을 보유한 유나는 가진 옷 중에 맞는 윗옷이 없어서 결국 잠옷 바지만 입은 채 알몸으로 자야했다.

크게 부푼 배 덕분에 잘 때도 편하게 잘 수가 없었고 몸을 뒤척이다가도 배에 자극이 오면 잠에서 깬 탓에 설잠을 자 상당히 피곤했다.


K컵이라는 어마무시한 크기의 가슴은 유두 끝에서 모유가 살짝 맺혀 있었다. 검지 손가락으로 맺힌 모유를 스윽 닦아낸 유나는 괴로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흐윽..!"


조금 잠에서 깨자마자 급격한 요의를 느낀 유나는 재빨리 변기에 앉아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민지와 소민 둘 다 괜찮다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너무 급한 나머지 바로 하반신에 힘을 풀고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조르르륵'


마려웠던 것에 비해 나오는 오줌은 적었다. 방광 크기가 작아진 유나는 약간만 오줌이 쌓여도 바로 지릴 것 같은 요의를 느끼는 몸이 되어버린 탓이였다.


"내가 제일 불합리하잖아."


배설 공유가 걸린 탓에 셋이서 밤에는 화장실 금지 규칙을 정했지만 방광이 작아진 유나는 도저히 참기가 힘들었다.

어제도 결국 밤 11시 쯤에 모두에게 전화해 사과하고 오줌을 싸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대로 가다간 자면서 이불에 오줌을 싸게 될 것 같았다.


오줌을 다 싼 유나는 닦아내고 변기에서 일어났다.


멍하니 화장실 거울 앞에 선 유나는 자신의 커다란 배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시간이 너무 이른데.."


지금 시간은 고작 아침 5시 45분이였다.

아무래도 민지가 오줌을 쌀 수 있는 시간이 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간건지 그 탓에 유나까지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일찍 일어난 김에 출근 대책을 마련해야지."


집에서야 입을 옷 없어서 알몸으로 지냈지만 출근까지 알몸으로 할 수는 없는 탓에 유나는 출근준비를 얼른 끝내고 괜찮은 복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기로 몸을 씻으며 유나는 거대해진 가슴 밑이나 손으로 잘 닿기 힘든 만삭배 아래 등을 신경써서 닦아내었다.


그때였다.


"아극! 내 모유는 초코맛 모유! 가슴 좋아!"


유나는 소리치며 양 손으로 자신의 거대한 가슴 유두를 꽈악 잡더니 마치 소젖을 짜듯 꾸욱 잡아당겼다.

통증과 함께 유두 끝에 모유가 맺혔다. 그러자 유나는 핫! 하며 재빨리 손을 놓고 아픈 유두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6시인가보네."


어제부터 하루동안 정각마다 이런 발작을 일으켰던 탓에 돌발성 광대 플레이에 익숙해진 유나는 덤덤하게 중얼거리며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것이 익숙해서 덤덤하다라는 느낌보다는 멘탈이 이미 박살난 탓에 왠만한 일에는 무감각해진 것에 가까운 감정이였다.


샤워를 다 마친 유나는 물기를 닦고 머리를 말린 후 팬티만 입은 채 옷방으로 들어가 중얼거렸다.


"하아.. 어떡하지?"


유나는 옷장에 있는 옷들을 모두 꺼내보았지만 역시나 여름 옷들 중에는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계절 옷을 꺼내자니 아직 날씨가 꽤 더운 9월 초라서 가을 옷이나 겨울 옷을 꺼내기도 부담스러웠다.


그나마 브래지어는 개조 당일 바로 생각해두어 샵에 가서 샀던지라 K컵 브래지어는 착용 할 수 있었다.

집에서 맞는 옷만 찾으면 오늘 임산부용 옷을 몇 벌 더 사서 옷 걱정을 없도록 할 생각이였다.


"지혜 얘는 원래 임신 중이였다고 인식 바꾼 거 맞겠지? 기왕이면 이런 것도 신경 좀 써주지..!"


지혜를 원망하며 유나는 결국 가을 옷 중에 그나마 얇은 편인 초록색 원피스를 입기로 결정했다.

원피스는 원래 크기가 넉넉하도록 맞춘 옷임에도 지금의 유나가 입으니 배가 볼록 튀어나와 임산부 원피스 같았다.

하긴 만삭 배는 무슨 옷을 입어도 티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간신히 옷을 입고 시간을 보니 6시 20분이였다.

유나는 남은 시간동안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화장을 한 뒤 7시 8시 발작을 하고 나서 안전하게 출근 길에 오르자고 판단해 거실 쇼파에 털썩 앉아 티비를 켜 아침 소식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여성 격투가 박지민씨! 세상을 놀라게 하다.'


티비에서는 어떤 아마추어 여성 격투가가 아마추어 대회에 우승하고 인터뷰하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유나는 자신과 다른 강하고 자유로운 여성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아침 8시 2분 발작을 마친 유나는 차를 타고 출근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엘리베이터는 조금 내려가다 멈추더니 멈춘 층에서 임신한 것으로 보이는 엄마와 5살로 보이는 아이, 두 사람이 탑승했다.

멍하니 엘리베이터 문을 보고 있던 유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껴 아래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탄 아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유나의 배를 보더니 소리쳤다.


"엄마! 동생 동생!"


아이의 엄마는 그런 아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아이를 안아들더니 유나에게 말했다.


"어머 죄송해요. 우리 아이가 제 배에 동생있다고 알려준 뒤로 임신한 분들만 보면 다 동생이라고 그래서.. 놀라셨죠?"


임산부 취급 받는 것에 속이 상한 유나였지만 그렇다고 애꿎은 사람에게 화풀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유나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괜찮아요. 애기가 참 귀엽네요."


유나의 칭찬에 아이 엄마는 호호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보아하니 곧 출산 임박이신 것 같은데 몇 개월이에요? 아이아빠는요?"


'나도 몰라 이 망할 년아.'


완전히 대놓고 임산부 취급이였다.

거기다 아이 아빠 언급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생각난 유나는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

몇 개월이라니. 그딴 걸 유나가 알 리가 없었다.


"8개월이에요. 아이 아빠는 오늘 바빠서.."


대충 둘러대며 유나는 엘레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마자 꾸벅 인사하곤 서둘러 나갔다.

유나의 뒤로 아이 엄마와 아이가 말했다.


"몸 조심해요 예비엄마. 자, 인사해야지."


"동생 빠빠~"


'누가 예비엄마야..!'


밖으로 나오자마자 최악이였다.


차에 올라탄 유나는 잠시 핸들에 머리를 박으며 앞으로도 이런 취급을 당할 것이란 사실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빨간 불에 잠시 차를 멈춘 유나는 오늘따라 멍하게 밖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많은 일을 짧은 기간동안 겪은 탓에 유나의 정신건강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우울증 초기 증상을 보이는 중이였다.


이럴 때 일수록 최대한 좋은 생각만 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뿌욱! 뽀옹, 푸쉬이익..'


"하.."


갑자기 예고도 없이 방귀가 나오자 유나는 휴대폰을 켜 메시지를 확인했다.


소민이 민지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민지가 처량하게 변명하는 것을 보니 유나는 화조차 낼 힘도 없어 그냥 '차 안이라 다행이지..' 라고 보내고 휴대폰을 조수석에 던지곤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유나는 무너지고 있었다.





"어머, 지유나 선생님. 오늘도 고생이 많아요."


"에?"


학교에 도착해 교무실로 들어선 유나는 자신을 보자마자 세상 포근한 미소로 맞이해주는 학생부장 선생님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멍청한 소리를 내버렸다.

그 표독스럽고 신경질적이던 학생부장 선생이 오늘따라 무서울 정도로 친절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싶은 유나에게 학생부장 선생이 따뜻한 대추차를 타서 유나에게 건내주었다.


"힘들죠? 임신했는데 고생이 많아요. 이거 대추차 임산부한테 좋은 거니까 한 잔 하고 화이팅 합시다."


'아.'


그제서야 유나는 학생부장 선생님의 변화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학생부장은 임산부에게 무척이나 다정해지는 사람이였던 것이다.


지혜의 인식개조는 성공적으로 이루어 진 듯 했다.

자신의 자리에 앉으려던 유나는 의자에 도넛형 방석이나 두꺼운 담요, 태교에 좋은 책 등 누가봐도 임산부들이 쓸만한 물건들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진짜 세상이 다 바뀐 기분이네.'


의자에 앉은 유나는 대추차를 호로록 마시며 생각했다.

의자 또한 임산부 전용인지 만삭의 배 때문에 계속 느끼던 허리 통증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잘 들여다보니 교무실 내 모든 선생님들이 유나에게 따뜻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문득 유나는 자신이 원래부터 임산부였던 세계가 됐다면 이 아이의 아빠는 누구로 알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이따 지혜에게 물어봐야겠어.'


정말 간만에 사람으로부터 따뜻함을 느낀 유나는 지친 마음을 조금 회복하며 아침조회 준비에 들어갔다.





"안녕 애들아."


유나가 교실에 들어가며 훑어보자 지혜와 민지가 앉아 있었다.

다만 민지는 아침부터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민지와 배설 공유가 된 상태라 방귀 관련으론 당하지 않은 듯 한데 괜히 신경쓰였다.


"선생님 몸 괜찮으세요?"


인사를 마친 반장이 안부 차 물어주었다.

역시나 반 아이들 모두도 유나를 임산부로 대하고 있었다.


"그래~ 선생님 걱정은 안해도 괜찮구, 너희 곧 2학기 중간고사인거 알지? 준비 착실하게 하자. 2학기 중간고사 끝나면 체육대회도 있으니까 몸 관리 잘하고."


임신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침조회를 익숙하게 마친 유나는 끝에 덧붙였다.


"지혜는 선생님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하자. 괜찮지?"


"..네"


지혜는 이름이 불리자 부끄러워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증스럽다 진짜.'


그런 지혜의 연기가 유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선생님 때문에 우선 제 수업시간을 손해봤네요."


유나와 단 둘이 빈 상담실에 들어가자마자 지혜는 태도를 바꾸고 말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미안해."


그렇다고 해서 괜히 심기를 건들 생각은 없었다. 유나는 선생이 학생을 따로 부르는 것이 잘못 된 행동이 아님에도 먼저 사과하고 목적을 말했다.


"내 주변이 나를 임산부로 인식하는 것은 좋은데, 그럼 이 아이의 아빠는 누구로 되어있는거야?"


유나의 물음에 지혜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 그거요? 없어요. 선생님이 엄마고 아빠에요."


"..뭐?"


내심 전 남자친구인 현식의 이름이 나올까 기대했던 유나에게 지혜는 뒷통수를 내려치듯 충격적인 말을 했다.


"고민 했는데 다른 연관 없는 남자가 끼는 것도 그렇고. 딱히 다른 사람도 없어서 선생님은 특이 체질이라 스스로 임신이 가능하다고 했어요. 다들 그렇게 알고 있을걸요?"


유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아이는 대체 나를,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거지?'


그저 지혜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의문을 가질 뿐이였다.


"됐죠? 저 가볼게요?"


지혜가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려고 하자 아침부터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한 유나가 소리쳤다.


"너는 대체 사람을 뭘로 아는거야! 모든 게 다 네 장난감인 것 같아? 어?!"


유나는 아무리 화가나도 지혜를 건들 수 없었다.


그 사실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는 유나는 자신의 부푼 배를 주먹으로 힘껏 내려치며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이럴거면 그냥 죽이라고! 죽을게. 죽는다고!"


"어? 어어?!"


당황한 지혜가 유나를 막으려했지만 근력에서 밀려 제대로 막을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큰 일이 날 것 같던 지혜였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시간이 딱 9시가 되었다.


"죽을게! 자위로 죽어버렷!"


광대증으로 발작이 일어난 유나가 자신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눈을 뒤집고 흉한 모습을 보이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혜가 재빨리 유나에게 몸을 던져 제압했다.

상담실 바닥에서 구른 지혜와 유나는 통증을 느끼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제발.. 그냥 죽여줘. 부탁이야."


몸에 힘이 다 빠진 유나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지혜가 그 모습을 보며 유나에게 동정심을 느낄 일은 없었다.


'노트를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없고.. 이런 돌발 상황은 진짜 사양하고 싶네. 그보다 확실히 자해관련 명령이나 노예 정신건강 관련으론 생각도 안해봤네.'


어쩌면 민지나 소민이 자해를 하거나 자살 시도를 하기 전에 이런 일을 겪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지혜는 생각했다.


정신을 무너뜨리기 위한 단계를 밟는 것도 좋았지만 민지와 소민이랑은 다르게 유나는 혜윤이라 얽히면서 너무 빠르게 많은 일을 당한 탓에 다른 두 사람보다 더 빠르게 정신이 무너진 것 같았다.


물론 민지와 소민이 비정상적인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었다.


유나는 밤새 잠을 설치고 정신적으로 몰리며 기운이 빠진 탓에 잠이 든 것 같았다.


'우선 노트부터 가지고 올까.'


혹시라도 유나가 깰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상담실을 나선 지혜는 교실로 돌아갔다.

노트를 챙겨 다시 상담실로 오니 다행이 유나는 깨지 않은 듯 했다.


'그래 유나 선생님은 원한도 없었고 억울하게 말려든 탓도 있으니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게 도와줘야겠네. 겸사겸사 이것 저것 추가도 하고.'


생각을 마친 지혜는 펜을 들어 유나 항목에 적기 시작했다.


'지유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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