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
지민과 다르게 고분고분하게 소민은 미령을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한번 돼지코와 현실개변의 무서움을 맛 본 탓에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지혜에게 고분고분하게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어서와, 꼴이 이래서 좀 놀랐지?"
지혜는 여유롭게 웃으며 소민에게 말했다. 꼴에 있는 척 하는 지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민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뚱뚱한 사람들은 다 자기관리를 못해서 그런거라는 편견이 있는 소민은 역시 뚱뚱한 편인 지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민이 지혜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이러한 생각이 바탕으로 깔려있어 불러오는 것이였다.
'이것봐라?'
당연히 지혜는 노트를 통해 그 사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에 대한 생각을 깨닫자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지혜는 소민을 좀 더 추락시키는 계획을 세워야했다.
"그래, 생전 처음 먹어보는 정크푸드의 맛은 어때? 황홀했어?"
"그건..!"
'꼬르르륵..'
지혜가 약올리듯 묻자 소민이 반박하려고 했지만 야속하게도 소민의 배에서 난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미령과 지혜는 일부러 소민 보란듯이 푸흡 웃으며 말했다.
"아니 소민아. 너 배가 볼록한게 여기 오기 전까지도 뭐 쳐먹은거 아니야? 설마 지금 정크푸드라는 단어만으로 배고픈거야?"
소민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소리쳤다.
"아냐! 이건 생리현상 일 뿐이고 더이상 뭘 먹을 공간은 없.."
'구르르르르르륵~'
이번엔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울리며 소민의 말을 끊었다. 미령은 히죽거리며 지혜에게 작게 말했다.
"저기서 뭘 더 바꾸실 생각이신가요? 애초에 살 찌우는 것은 먹이는게 전부일텐데."
미령의 말마따나 보통 살을 찌운다고 하면 할 수 있는 범위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냥 먹이고 재우고 하는 것만 반복이고 굴욕을 안겨주는 것은 힘들어보였다. 소민 본인은 살찌는 과정에서 괴로움을 느낀다지만 그것이 세상을 살면서 굴욕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외모도 이쁘장한 소민이기에 뚱뚱해지더라도 좋아하는 남자는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바꿔야지. 남자따위는 평생 꿈도 못 꿀 돼지년으로."
지혜는 미령이 펼쳐보인 노트를 스윽 훑어보더니 말했다.
"여기 저번 개조룰렛때 걸렸던 항목 제외하고.. 음~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건 지워줘요. 그리고 휴대폰으로 제가 말해주는 번호로 전화걸어주세요. 아, 스피커폰으로요."
*2주마다 김지혜에게 몸무게를 검사받으며 2주마다 5kg이상 찌지 못하면 벌을 받는다.
*지시한 항목은 모두 잊고 일상생활을 함, 소민의 기억은 앞으로 3달 뒤 몸무게 측정때 80kg이 넘으면 다시 기억이 되돌아옴
*한소민은 매일 먹는 음식 사진과 매일 밤 몸 사진을 찍어 김지혜에게 보낸다
지혜는 이 세가지 항목을 골라 지우라고 지시했다. 오늘부터는 한소민에게 숨길 생각 없이 비만화 조교를 들어갈 예정이였기 때문에 귀찮은 옵션들은 모두 지우기로 한 것이다.
"알았어~"
미령은 시키는대로 우선 전화를 걸고 지혜가 노트에 적은 것들을 정성스레 지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령의 휴대폰에서 몇번의 신호음이 들리더니 이내 누군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민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예~ 수정언니. 저에요 지혜, 통화 가능하세요?"
'한수정?!'
지혜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민을 보곤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오늘 아예 새롭게 룰을 만들려고 해요. 그.. 저번에는 언니한테 급하게 권한을 주느냐고 좀 난잡한 느낌이 들어서요. 시간 괜찮으세요?"
"으응.. 물론이지! 어떤 걸 하려고?"
지혜의 말에 신난다는 듯 수정이 대답하자 그만 참지 못한 소민은 전화기를 향해 소리쳤다.
"야 한수정 이 씨발년아! 니가 이 년이랑 어떻게 아는거야!"
"히익!!"
분노가 담긴 소민의 목소리가 들리자 수화기 너머임에도 기겁을 하며 수정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지혜가 곧바로 수정에게 말했다.
"전화 끊지마세요. 쫄지 마시구요. 말했죠? 한소민은 이제 뭘 해도 언니를 이길 수 없다고."
"그, 그랬지.. 하지만! 쟤한테 비밀로 해준다며!"
노트의 힘을 짧게나마 느꼈기에 지혜의 말은 믿지만은 첫 만남때 걸어준 조건이였던 자신들이 노트를 알고 지혜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준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 화가난 수정은 지혜에게 소리쳤다. 얼굴을 마주보며 살아야하는 수정이였기에 가능하면 소민에게는 끝까지 숨기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들통 날 줄은 몰랐다.
지혜는 겁먹은 듯한 수정의 목소리를 듣곤 정색하며 대답했다.
"언니, 이제 언니가 위라니까요? 언제까지 언니보다 어린년이 응애응애하는거에 겁먹을건데요? 절 믿어요. 제가 언니랑 언니 동생. 그.. 세희? 의 인생까지 확 바뀌게 해줄테니까."
지혜의 말에 수정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혜는 그런 수정을 우선 내버려두기로 하고 소민을 보면서 말했다.
"왜? 네 가족한테 알려진게 그렇게 싫어? 가족이 내가 하는 것보단 살살하지 않을까?"
"다 알면서 약올리는거잖아?"
소민은 지혜에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지혜는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 뭐 지금까지는 너를 살찌울 생각만 했는데 그러면 재미없더라고? 소민아 그런 말 들어 본 적 있어?"
"뭐?"
"여자의 식욕은 남자의 성욕과 같다더라고. 인터넷에서?"
소민의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지혜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가서일까, 본능적으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번 해보려고. 미령언니 '식욕을 느낄 때마다 성욕도 같이 느끼며 식욕이 해결되면 성욕도 해결된다.' 랑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뇌에서 중독성 강한 쾌락을 느끼게 된다.' 항목 적어주실래요?"
"자, 잠깐!"
소민이 소리쳤지만 미령은 지혜가 시키는대로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그동안 지혜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카라멜사탕을 살짝 집어 소민의 앞으로 툭 던져주곤 말했다.
"한번 시험삼아 먹어볼까?"
"읏..!"
당연히 건강을 생각해 이런 군것질을 입에 대지 않던 소민이였지만 카라멜사탕을 눈 앞에 보자마자 입 안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달달하고 찐득한 카라멜의 맛이 괜히 상상되며 억지로 건강식을 먹을 때마다 역한 맛이 떠올라 더욱 유혹을 참기 힘들었다.
수정과 세희가 무의식 중에 먹인 탓에 소민은 패스트푸드나 이러한 군것질 류에 상당히 중독된 상태였다. 아직 스스로 시켜서 챙겨먹을 정도의 중독은 아니지만 이렇게 눈 앞에 있다면 참을 수 없었다.
'제길.. 어차피 안 먹으면 억지로 먹도록 할거야.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러니까..'
먹고 싶은 자신을 부정하며 합리화를 시작한 소민은 지혜가 던져준 카라멜사탕을 집어들어 입안에 넣었다. 카라멜사탕 특유의 고소한 단맛이 입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에 반응이 바로 오기 시작했다.
"헤윽?! 하아아앙! 흐잇!!!"
마치 번개가 친 기분이였다.
눈 앞이 번쩍이더니 소민의 유두가 단단해지며 보지에서 애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쾌감에 소민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뱉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윽! 뭐, 뭐야 이거어! 후으윽!"
효과는 확실했다. 흡족한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절정 할 정도로 좋았어? 이제 그 쾌락에 익숙해져야해. 안그러면 음식 먹을 때 마다 가버릴거아냐 킥킥."
"헤윽..!"
절정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소민 몰래 지혜는 미령의 귀에 속삭이며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도록 지시했다. 미령은 지혜의 말을 듣더니 미소를 지으며 노트를 펼쳤다.
수화기 너머의 수정은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소민의 신음소리가 작게나마 들려오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지혜가 수정에게 말했다.
"언니, 세희랑 언니는 하던대로 맛있는 걸 소민이에게 먹여주시면 되요. 아시겠죠? 아 근데 대신, 억지로 먹이지 마시고 소민이가 안먹겠다고 하면 먹이지 마세요. 약속이에요?"
"으응.. 알겠어."
'소민은 자위나 음식먹는 것으로 가버릴 때 마다 수정과 세희의 몸무게를 3kg씩 가져온다.'
'소민은 살이 찔 때 목 위로는 찌지 않는다. 목 위로 찔 살은 전부 가슴으로 찐다.'
마지막으로 추가한 두가지 항목을 마무리로 소민은 그만 하기로 했다. 간신히 절정에서 벗어난 소민을 보며 지혜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졌어? 약속할게 소민아. 너는 내가 절대로 억지로 먹일 일은 없을거야. 너 스스로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돼. 너만 잘 버텨내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허억..허억.. 그걸 말이라고.. 큭"
지혜가 소민에게 적은 항목들은 전부 다 소민이 의지로 버틴다면 견뎌낼 수 있는 것들이였다.
음식은 절대로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대신 소민의 의지가 무너진다면 그 순간 빠르게 망가진다. 지혜는 그것을 원했다.
"어휴.. 땀 흘리니까 바로 겨드랑이 냄새나는거 봐. 시큼시큼 하네 아주. 지금 살짝 뱃살 생긴거같은데 관리 잘하고 왠만하면 운동 쉬지말고."
지혜가 코를 막으며 손을 휘휘 젓자 수치스러웠던 소민은 얼굴을 붉혔다.
그 와중에 입 안에 살짝 남아있는 카라멜의 단 맛 때문인지 아쉬운 느낌이 들며 쩝쩝 입 맛을 다셨다가 정신 차리기 위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닥쳐, 누구 때문인데. 뱃살도 니 착각이야."
누가봐도 볼록하게 애교뱃살이 있었지만 소민은 부정하면서 몸을 가렸다. 지혜는 피식 웃으며 나가라는 손짓을 하더니 말했다.
"다음은 유나선생님으로 하죠. 이만 나가봐 소민아. 아~ 배고프면 음식 시켜도 괜찮아. 좀 오래 걸릴 거 같은데?"
'구르르르륵'
"흐으윽..!"
지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민의 배가 꼬르륵 울렸다. 그와 동시에 몸이 살짝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며 소민은 뭔가 음부와 가슴이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었다.
"저, 절대로 안 시킬거야."
간신히 대답한 소민은 밖으로 나갔다. 지혜는 여유롭게 그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 왠지 뒤룩뒤룩 살찐 돼지의 뒷모습이 된 것만 같은 소민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