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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66화

'다시 볼 수록 이게 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지혜는 유나의 집에서 자기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생각했다. 방금 전까진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 탓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조금 진정한 후 다시 보니 볼 만한 얼굴이었다.



'그만큼 지유나라는 여자의 인생이 원래라면 찬란했을 거란 뜻이겠지. 확실히 이쁘기도하고.'



지혜는 고개를 돌려 자기 뒤에서 촉수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유나를 바라보았다.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물론 그 얼굴 아래의 몸은 살집이 붙고 둥글둥글하며 추악해 보였다.



'항목이 지워졌으니 더 이상 지유나의 몸을 수정할 수 없겠지. 그나마 저 촉수의 소유권을 내걸로 만들어둬서 다행이야.'



이제 유나를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에 지혜는 조금 동정이 들었다.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생각하지만 유나가 이렇게 된 것은 정말 운이 없어서 였지 자신은 유나에게 아무런 악감정이 있지 않았다.



"뭐, 됐어 그만하자."



어깨를 으쓱 올리며 지혜는 유나에게 다가 갔다. 지혜가 다가오자 유나는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 지혜님 이제 뭐 하실 건가요? 헤헤.."



"글쎄.. 팔도 멀쩡해졌는데 학교나 갈까? 아니지 참.."



지민을 오피스텔로 오도록 부른 상태였다는 게 기억난 지혜는 유나를 보며 말했다.



"운전할 수 있지? 오피스텔로 가자. 거기서 재밌는걸 보게 될 거야."



"아! 네! 알겠습니다."



지혜의 말에 대답하며 유나는 영차 하고 일어나 뒤뚱뒤뚱 걷기 시작했다. 배가 너무 큰 탓에 움직임이 매우 굼떠보였다.



'갑갑하네.. 진짜 저 상태로 아무런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거야?'



"내가 명령을 내리기 전까진 정상인처럼 보였으면 좋겠는데.."



유나의 움직임이 답답한 탓에 인상을 찌푸리며 지혜는 유나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유나의 모습은 이젠 더 이상 정상적으로 일상이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우드드드득!'



"후오옥?!"



굵직한 무언가가 뽑혀 나가는 소리와 함께 유나의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지혜는 유나에게 다가 갔다.



"괜찮아? 으윽?!"



유나의 여성기에서 뽑아져나온 둥둥이는 유나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곤 마치 그녀의 몸과 하나였던 것처럼 동화되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누에고치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지혜가 미처 상황을 다 파악하기 전에 유나의 몸을 감싸던 둥둥이는 점점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더니 유나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뭔가 달랐다.



'배가.. 가라앉았어?'



세 쌍둥이를 임신한 것 같던 유나의 만삭배는 두겹으로 두툼해진 뱃살로 변모했고 그래도 볼 만했던 유나의 얼굴은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여성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모습은 추녀에 가까웠다.



"어떻게 된 거야?"



지혜가 묻자 유나는 대답했다.



"지혜 주인님께서 명령하셨으니까요. 정상인처럼 보여라. 라고 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이 모습으로 의태하려고 합니다."



유나는 지혜에게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자신이 알던 유나가 아니었다. 말투도 달랐고 눈빛 또한 공허했다.



"너.. 설마 둥둥이..야?"



"네 주인님.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자 이 모습동안은 제 어머니의 몸은 제가 주도권을 가집니다."



고개를 끄덕인 둥둥이는 일어나더니 말을 이었다.



"외형은 제 모체의 기억 속에서 못생겼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 봤습니다. 너무 달라지면 이상할 테니 모체가 추하게 변했을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지혜 주인님보다 아름다워지는 것은 죄이니까요."



지혜의 관자놀이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완벽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이 생명체는 응해냈다.



하지만 그것과 다르게 그녀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 또한 이 완벽이였다. 단순한 촉수였던 존재는 유나의 타락과 동시에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지적 생명체로 변해 버렸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꿀꺽하고 마른침을 삼킨 지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의외의 물음에 눈을 크게 뜬 둥둥이는 이내 꺄르륵 웃더니 대답했다.



"지혜 주인님께서 만들어내신 창조물이자.. 당신을 따르는 노예입니다. 그뿐이예요. 제 모든 성격과 기억, 지식은 전부 모체를 모방하는 것뿐이랍니다."



이 생명체가 언제까지 자신에게 우호적일지 지금은 알 수 없는지혜는 그 생명체의 대답에 어색하게 웃음으로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저 첫 타락 성공에 기뻐하기로 했다.



"그럼 가시죠 지혜 주인님. 차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



둥둥이는 유나가 사둔 옷 중 임산부일 때 입었던 가장 사이즈가 크고 안예쁜 옷을 골라 입으며 말했다.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것을 따라갔다.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유나의 차에 타자마자 차 안에서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윽?!"



냄새의 방향은 운전석에 앉은 둥둥이였다. 지혜가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을 바라보자 둥둥이는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서 역한 냄새를 풍기도록 몸을 만져둔 상태였는데 선 넘은 짓이였나요?"



"아니, 아니야 괜찮아.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 모습만 유지해 줘."



자신이 노트에 적어왔던 항목을 고스란히 따라 하는 둥둥이의 모습을 보고 지혜는 생각했다.



'그래도 확실한 노예를 얻은 것 같네. 말 안 해도 알아서 나를 이해하는..'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분명 운전을 처음 하는 둥둥이였지만 너무나도 능숙하게 차를 몰기 시작했다. 이 역시 유나의 기억 덕분이었다.



"그럼 네가 그 모습을 유지하는 동안 지유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지혜가 묻자 둥둥이가 대답했다.



"모체는 잠들어 있습니다. 의태가 풀리면 저는 다시 그녀의 자궁안으로 들어가고 그녀의 의식이 깨어날겁니다. 그녀의 육체는 앞으로 평생 만삭의 임산부로 고정되어 있기에 일반인들을 속이려면 무조건 제가 의태해야 합니다."



"그렇구나."



둥둥이의 대답에 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목적지까지 그냥 향할까 했지만, 왠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어째서 갑자기 타락한 거야? 솔직히 너무 갑작스럽다고 생각되는데."



타락시킨 것을 성공한 것은 매우 기쁜 일이고 노트에 적을 수 있는 사람이 다시 한 명 생겨 이후의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유나의 타락은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었다. 지혜의 질문을 받은 둥둥이는 대답했다.



"지유나의 존재는 이미 진작 붕괴되었던 상태였으니까요. 주인님께서 모성애라는 것을 부여한순간 지유나는 자기 의지를 전부 상실해 버렸습니다. 그런 그녀가 타락하지 않았던 것은 제 존재 때문입니다."



"네 존재?"



둥둥이는 말을 이었다.



"지유나보다 제가 더 똑똑하고 지유나의 원래 성격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그런 제가 당신의 통제권으로 들어갔으니 더 이상 지유나는 타락을 막을 수단이 없어진 것이지요."



"과연.."



뱃속에 촉수를 잉태한순간부터 지유나는 붕괴했다. 대신 그 지유나의 성격과 지식을 물려받은 둥둥이가 지혜를 거부하고 있었고 둥둥이 조차 지혜에게 넘어간 순간 간신히 미뤄두었던 타락이 이루어진 것이다.



"재밌네. 어쨌든 지유나랑 다른 애들이랑 타락방법이 같지 않다는 거잖아."



"그렇습니다."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며 둥둥이는 대답했다. 그러곤 지혜를 향해 물었다.



"박지민은 이제부터 무슨 일을 당하는 겁니까?"



"그건 왜?"



둥둥이가 관심을 보이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지혜가 되물었다. 둥둥이는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말했다.



"그녀의 체액이 맛있어 보여서.. 허락해주신다면 먹고 싶습니다."



"아."



의태해서 인간의 말하지만 둥둥이는 둥둥이였다. 지혜는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보면 알아. 제딴에 차가운척 뭐 있는 척 다하니까 보기 싫어서 주제 파악좀 시키려고."



오피스텔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두 사람은 먼저 방에서 지민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났을까



오줌을 싼 속옷을 계속 입고 있던 탓에 찝찝함을 계속 느끼며 지민은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오긴 왔는데.. 걔가 있을까?"



자기 기억대로라면 여기가 그날 몸을 만지작거려졌던 장소였다. 지민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겼다.



"오셨습니까?"



"읏?! 그.. 지유나 씨 였나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문을 두들기자마자 누군가가 문을 열어 주었다. 김지혜인가? 하며 경계한 지민이였지만 이내 그날 봤던 임산부였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라..? 이 사람 뭔가.. 내 기억이랑 다른 느낌이 드는데.'



만삭의 임산부였지만 얼굴만큼은 꽤 아름다웠음을 기억하고 있던 지민은 임산부도 아니고 살이 통통하게 붙어 있는 유나와 닮은 사람을 보고 긴가민가했다. 그런 지민을 뒤로하고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지혜 주인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기부터는 옷을 완전히 벗고 알몸으로 들어가시길."



"네?"



"알몸으로 들어가시길."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은 지민에게 돌아온 대답은 똑같은 말이었다. 갑작스러운 지시에 머뭇거리며 지민이 움직이지 않자 유나가 말했다.



"참고로.. 지시에 충실하게 따르신다면 몸을 원하시는 대로 바꿔드리겠다는 지혜 주인님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큭.."



노트는 자신이 무슨 생각하는지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김지혜는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었다.



'좋아.. 해주겠어.'



이를 악물며 지민은 상의부터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전혀 상상하지 못하며 그녀는 스스로 독사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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